“나는 우연의 산물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특별한 계획과 목적을 가지고 나를 만드셨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지난 10월 19일 평신도주일,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 강단에서 설교한 김동윤 장로는 시편 139편 16절을 붙들고 이렇게 고백했다. 예배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삶의 고비들을 조용히 더듬어 가며, “내 인생의 시작도, 과정도, 끝도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는 믿음을 담담하게 들려주었다.“제 장인·장모님은 독립유공자입니다”김 장로는 신앙 이야기에 앞서 먼저 가정사를 꺼냈다. 그것은 그의 신앙관
북아메리카 서쪽의 겨울은 비가 알려준다.시애틀도, 밴쿠버도 눈보다 비가 먼저 찾아와 계절을 연다.그리고 비와 함께 또 하나의 불청객, ‘겨울 우울증(Winter Blues)이 슬그머니 찾아온다.어느 시인은 불안과 슬픔도 마음을 찾아오는 손님이니 정중하게 환대하라 했지만,현실에서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게다가 이 고약한 ‘손님’은 오래 눌러앉을 때가 많다.그렇다면 슬픔이 찾아올 때 우리는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불안이 문을 두드릴 때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그 답을 찾기 위해 밴쿠버 치유상담센터 김홍구 소장을 만났다.감정의
“아름다운 공간은 우리를 더 사유하는 인간으로 만든다.”작가 알랭 드 보통의 말이다. 그는 인간의 내면을 단단하게 붙잡아주는 장소들 가운데 하나로 ‘이곳’을 꼽았다.아르헨티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역시 ‘이곳’을 깊이 사랑했다.시력을 거의 잃었을 때에 그는 천국을 상상하면 ‘이곳’이 떠오른다고 했다.두 작가가 공통으로 떠올린, 사유와 위안을 주는, 영원의 성소 같은 공간.바로 ‘도서관’이다.이런 공간에서 20년을 살아온 사람이 있다.시카고 공립도서관 리틀빌리지 지점의 박영은 도서관장.그는 이민자 공동체, 어린이, 시니어,
미국이 벽을 높이고 있다.국경, 비자 심사대, 이민법정.닫히는 문 앞에서 이민자들이 서 있다.하지만 이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곳이 있다.교회다.피난처가 되고, 목소리를 대신 내주는 곳.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이보교’)를 이끄는 조원태 목사를 만났다.-국경 장벽을 높이는 것은 결국 미국을 고립시키는 ‘벽’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개의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마치 군사작전 같았어요.맞습니다. 이번 조지아주 현대–LG 배터리 공장 단속은 그냥 불법 체류 단속이라고 보기
지난 4일 뉴욕 자택에서 은퇴 중인 김경락 목사(89세)와 김순랑 사모를 흥사단 뉴욕지부 단우들이 찾아 대담을 가졌다. 김 목사는 1970년대 산업선교와 민주화운동의 현장에서 노동자와 함께하며 옥중 신앙으로 고난을 이겨냈고, 미국 이주 후에는 흥사단 활동과 다민족 교회 목회를 통해 정의와 신앙의 길을 걸어왔다. 이번 대담은 그의 삶을 증언으로 기록하고 오늘의 교회와 사회가 되새겨야 할 과제를 살피기 위해 마련되었다. 그러나 김 목사의 삶을 이 짧은 기록으로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 편집자 주 -“15년형을 선고받던 순간,
최근 몇 년간의 팬데믹과 사회적 위기는 한국교회 생태계에 깊은 균열을 남겼다. 예배와 재정 기반이 취약한 개척교회와 작은 교회들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고, 회복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문을 닫는 사례가 잇따랐다.이 같은 위기 속에서 작은 교회의 존재와 역할을 재조명하고 교회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연대 운동이 시작됐다. ‘동행과 상생’이다. 운동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선한청지기교회 송병주 목사는 “작은 교회가 무너지면 그 여파는 150명, 200명, 300명 규모의 교회까지 미친다”며 “작은 교회는 불신자들이 처음 복음을 접하는
‘온도교회(On Do Church)’. 다소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Light On, Good Do, 빛을 켜고 선을 행하자"는 직관적인 표어와 함께 듣는 순간 뇌리에 각인된다. 교회 이름부터 표어 그리고 사역 방향까지 이 교회는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그 중심에는 황주 목사가 있다.온도교회의 표어중 하나는 이 세상에 하나님의 온도계가 되자는 것입니다. "은혜로 따뜻하고, 진리로 시원하게" light ONDO good!. 이것을 고아와 과부,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방법으로 드러내려는 교회입니다. 그가 말하는 교회
정재은 사모의 간증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편견을 조용히 흔드는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삶은 장애와 비장애, 강함과 약함, 기대와 현실 사이에 놓인 수많은 경계선을 넘나들며,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만남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우리는 누구나 ‘정상’이라는 틀 속에 자신과 타인을 가두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삶의 풍요로움은 그 틀을 넘어설 때 시작됩니다. 정 사모의 이야기처럼, 휠체어는 한 사람의 능력을 가두는 도구가 아니라 일상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 그 만남 속에서의 배려와 공
[시카고=최병인 기자] 지난 3월, 시카고의 한 식당에서 손태환 목사(시카고기쁨의교회)를 만났다. 북적이는 저녁 자리였지만 대화는 자연스럽게 깊어졌고, 그의 말에는 분명한 방향성과 신념이 담겨 있었다. 주제는 교회와 목회, 공동체와 언어, 그리고 시대 앞에 선 복음이었다."시카고에서의 사역이 행복해 보입니다." 기자의 인사에 손 목사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 "네, 교인들이 너무 좋으세요. 제가 하는 사역을 이해해 주시고 믿고 신뢰해 주십니다."손 목사는 뉴저지에서 시카고로 사역지를 옮겼다. 애틀란타, 택사스등 최근 신흥 도시로 많은
[시카고= 최병인 기자] 미국 시카고 지역, 한인 디아스포라의 역사가 깊이 스며든 이 도시에 102년의 시간을 품은 교회가 있다. 바로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Chicago First Korean United Methodist Church)'이다. 이 교회는 중서부 한인 이민교회 역사에서 ‘최초’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1923년 개척 이래 무려41년간 유일한 한인교회로 존재했으며 시카고 지역 한인 사회의 영적 중심이자 연합감리교단 내에서도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 매김 해왔다.이 교회의 시작점은 남다르다. 초대 담임목사였던 고(故
106주년 삼일절이었던 지난 1일, 서울에서는 광화문과 여의도로 나뉘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축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는 광화문광장에서 '광화문국민대회'를 열었고, 손현보 부산세계로교회 목사가 이끄는 세이브코리아는 여의대로에서 '국가비상기도회'를 진행했다.세몰이하듯 총동원령이 내려진 두 집회에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12만 명이 모였다. 이날 현장을 취재한 언론들은 "집회장 인근에 교회 전세 버스들이 눈에 띄었"고(경향신문), "집회 전부터 찬송가가 이어졌"으며(문화일보
가장 아름다운 기적은 사랑에서 비롯된다. 예진 이야기는 고난과 상처 속에서도 사랑과 지지가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고아원에서 자라 미국으로 입양된 후 간호학도로 성장하기까지 그 과정의 이야기가 YANA TV에 소개되었다. 그 가족들 이야기를 잘 알기에 촉촉한 마음 담아 소개한다. - 편집자 주 -예진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흐릿하게 기억한다. 어린 시절, 항상 남동생의 손을 꼭 잡고 울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녀는 그 시절이 고아원에서 보낸 시간이었음을 훗날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예진은 자신이 다른 아
미국성공회는 미국 내에서 약 200만 명에서 300만 명 정도의 신도를 가진 작은 교파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으로도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1600년대부터 북미 대륙에 성공회와 회중교회가 자리 잡으면서 미국 교회의 역사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감리교와 침례교와 같은 다른 교파들이 부흥하고 성장하는 동안, 성공회와 회중교회는 점점 소수 교단으로 축소되었다. 이러한 변동 속에서도 성공회는 사회 정의와 소수자 인권을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며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이학권 목사는 40년의 목회 여정을 마치며 지난 8월 은퇴를 했다. 그러나 그의 은퇴는 여느 목사들과는 사뭇 다르다. 후임자를 세우지 않고, 성도들이 돌아가며 설교를 담당하는 체제로의 전환은 기존 교회의 틀을 벗어난 결단이었다. 이는 종교와 조직이 본래 의도와 달리 교회의 본질을 왜곡한다는 그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학권 목사를 만나, 그의 목회 철학과 은퇴 후에도 계속되는 사역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학권 목사는 1994년에 새교회를 시작으로 하나임교회에 이르기까지 그의 독특한 목회 스타일은 주변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남
[미주 뉴스앤조이=마이클 오 기자] 신앙은 정치와 무관한가? 많은 이들은 신앙을 정치와 섞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세계와 인간을 창조하고, 역사 가운데 뜻을 펼치시는 하나님을 믿는 종교인 기독교를 두고 이런 말을 하기는 쉽지 않다.그리스도인으로 비교 정치를 전공하고 평생에 걸쳐 다양한 정치사적 주제를 연구해 온 재미 정치학자 박문규 박사는 정치와 역사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최근 개정 증보판으로 나온 책 “뜻으로 본 한국 정치”(민들레 피는 날)는 이런 고민에 대한 응답이다. 사회과학자로서
해마다 9월이면 개신교 주요 교단은 교단총회를 열고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 올해 국내 최대 보수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아래 예장합동, 김종혁 총회장)은 지난달 25일 제109회 총회에서 여성 사역자에게 강단에서 설교할 수 있는 권한인 '강도권'을 통과시켰다. 예장합동 교단에 몸 담은 여성 목회자 지망생에게 '여성안수'는 숙원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면에서 여성강도권 통과는 분명 의미 있는 조치일 것이다. 하지만 복음주의교회연합회 강호숙 공동대표의 시각은 다르다. '여성강도사'란, 다분히 가부장적인 신조어를 내세워 남성과 여
“가족사 배경이 서로 닮아 있는 사제 부부”미국성공회 교인수는 200만 명에서 300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미국 개신교 숫자가 전체적으로 수천만 명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작은 교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역사에서 성공회는 종교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와 위치를 갖고 있다.그러나 한인 교회와 이민자들은 미국성공회에 대해서 이해가 부족하거나 아예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 기독교의 역사에서 성공회는 회중교회와 함께 가장 오래된 교회다. 1600년대에 미국 교회는 성공회와 회중교회가 90
"봄비 쏟아지던 날 새벽, 이 바위틈의 얼음 덩어리도 드더이 풀리는 날이 왔다. … 동사한 개구리 시체를 모아 매장하여 주고 보니, 깊은 물 아래에 아직 두어 마리 기어다닌다. 아, 전멸은 면했나 보다."1942년 3월 30일, 당시 조선 유일의 성서 잡지 (제158호)에 실린 권두문 '조와(弔蛙, 죽은 개구리를 조문함)' 마지막 대목이다. 이 글은 혹한의 겨울에 얼어 죽은 개구리들을 슬퍼하면서도, 여전히 아직 살아남아 기어코 봄을 맞은 두어 마리 개구리가 있음을 알린다.일제는 이 글을 문제 삼아 잡지 를 폐간
2024년 7월 1-4일까지, KOSTA/USA 집회가 ‘THE STORY, 하나님나라’ 주제로 시카고 Wheaton College에서 열렸습니다. 세미나 강의에 대한 리뷰와 강사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KOSTA운동에 대한 역사와 미래를 함께 조망해 봅니다. -편집자 주-“기독교의 일그러진 자화상, 로마제국의 기독교”초대교회란, 예수님의 제자들이 하나님나라운동을 이어가는 교회 공동체를 설립하기 시작하여, A.D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할 때까지의 기독교를 말한다. 그 이후부터는 일반적으로 중세교회의 시대라고 부른다. 이러한 시기를
2024년 7월 1-4일까지, KOSTA/USA 집회가 ‘THE STORY, 하나님나라’ 주제로 시카고 Wheaton College에서 열렸습니다. 세미나 강의에 대한 리뷰와 강사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KOSTA운동에 대한 역사와 미래를 함께 조망해 봅니다. -편집자 주-“메노나이트를 만나서 반공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다”아시안화해센터(ReconciliAsian)에서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미국사회에서 왜 ‘화해’(reconciliation) 사역이 필요한가? ‘이민’이라는 자체가 복합적인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이 트라우마를 치유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