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넘어, 가족 공동체로
“어떤 교회도 성직자가 계속해서 머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성직자가 잠시 머무르며 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이지, 교회를 영원히 이끌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이학권 목사는 이렇게 말하며, 신약성경에서도 성직자가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교회의 예는 없다고 설명했다.
성도 중심의 교회
이학권 목사가 후임자를 세우지 않은 이유는 교회를 성직자가 아닌 성도들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가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하나님의 가족입니다. 어느 가족이 전문가 아버지를 모셔와 가족을 이끌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학권 목사는 교회가 제도와 조직으로 운영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 즉 권력 싸움과 교리 논쟁이 교회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조직과 제도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들 사이의 파워 게임으로 변질될 때 교회는 진정한 의미를 잃습니다. 사도의 공동체 시대가 끝나자마자 기독교는 교리 싸움으로 얼룩졌습니다. 삼위일체론, 구원론, 교회론 등 모든 것을 놓고 싸웠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지식으로 알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대상화될 수 없고, 우리의 이성으로 파악할 수 없는 초월적인 분이기 때문입니다.”
종교를 넘어 가족으로
이학권 목사는 성도들에게 “말씀과 생명이 만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회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가 지나치게 조직화되고 종교화되면서 본질을 잃어버렸다고 진단했다. “종교는 인간이 만든 현상적 게임입니다. 예수님께서 종교적인 틀을 깨셨습니다. 안식일법과 정결 예법을 폐하시면서, 유대교의 근본적인 두 기둥을 무너뜨리셨습니다. 그런데도 기독교는 여전히 그 틀에 갇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신 것은 그 틀을 넘어, 하나님의 진정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이학권 목사가 지향하는 교회는 종교적 의식과 제도를 넘어서, 성도들이 가족처럼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다. "가족은 돈으로 이루어진 생존 파트너가 아닙니다. 세상의 가족은 경제적 필요에 따라 존재하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가족은 마음이 통하는 관계입니다. 저희 교회는 소그룹 모임인 '순'을 통해 이러한 가족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설교와 목양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학권 목사는 목회자의 설교 중심적 교회 운영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설교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교회를 상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잘한다는 것은 사실 좋은 말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설교하는 것은 종교적인 마약일 뿐입니다. 진정한 설교는 그리스도의 생명과 진리를 나누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는 현재 교회에서 성도들이 돌아가면서 설교를 하고 있으며, 이는 설교가 가르침이 아니라 나눔의 자리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설교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나누는 것입니다. 주일 예배 설교뿐만 아니라 모든 예배와 모임에서 성도들이 돌아가며 말씀을 나누고 있습니다.”
또한, 이학권 목사는 목양에 대해 “사람들을 많이 모으고 그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 목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목회의 본질은 “영혼 구원”이라고 강조하며, 성도들의 내면에 있는 생명력을 발견하고 그들이 스스로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양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것이 목회의 성공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영혼이 하나님의 형상을 깨닫고, 그 신비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회의 목표입니다.”
은퇴 후에도 계속되는 사역
이학권 목사는 은퇴 후에도 교회의 일상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았다. 그는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마다 '말씀 만나기 훈련'이라는 프로그램을 한 성도로 다른 성도들과 함께 성경을 공부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은 성도들이 돌아가며 말씀을 나누고, 그들의 삶 속에서 말씀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말씀을 많이 배운다고 해서 성경을 아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이 가슴 속에 부딪히고, 내 존재 안에 스며들 때 비로소 우리는 그 말씀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학권 목사는 성도들이 성경을 지식적으로 배우는 것을 넘어, 그 말씀을 통해 삶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의 생명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독교의 본질을 회복하는 길
이학권 목사는 기독교가 본래의 길을 잃고 조직과 제도로 변질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종교적 관행이 하나님의 본질적인 뜻을 가리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경의 메시지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님을 알라, 그리고 종교를 버리라. 선지서 17권은 이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 종교적인 행위는 본질이 아닙니다.”
그는 이어서, “하나님을 아는 것은 지식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진정으로 아는 것은 존재와 존재가 만나는 경험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종교의 틀을 깨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의는 인간의 게임에서 벗어나, 진정한 생명을 사는 것입니다.”
이학권 목사의 목회 철학은 성경에 근거한 본질적인 신앙을 추구한다. 그는 “기독교는 인간 게임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임교회의 새로운 전환점
이학권 목사의 은퇴와 함께, 하나임 교회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후임 목사를 세우지 않고, 성도들이 중심이 되는 교회 운영 모델은 기존 교회 구조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시도이다. 이학권 목사는 “교회는 성도들이 함께 말씀을 나누고, 그 안에서 생명을 발견하는 가족 같은 공동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목회 여정은 종교적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교회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학권 목사는 은퇴 후에도 여전히 성도들과 함께 그 길을 걸어가고 있으며, 그의 교회는 가족 공동체로 이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