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교회 황주 목사 인터뷰] “하나님의 온도에 민감한 교회이고 싶습니다”
‘온도교회(On Do Church)’. 다소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Light On, Good Do, 빛을 켜고 선을 행하자"는 직관적인 표어와 함께 듣는 순간 뇌리에 각인된다. 교회 이름부터 표어 그리고 사역 방향까지 이 교회는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그 중심에는 황주 목사가 있다.
온도교회의 표어중 하나는 이 세상에 하나님의 온도계가 되자는 것입니다. "은혜로 따뜻하고, 진리로 시원하게" light ONDO good!. 이것을 고아와 과부,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방법으로 드러내려는 교회입니다. 그가 말하는 교회의 역할은 감정적 반응이 아닌 신앙적 감지력에 기초한 것이다.
황 목사는 13세 때 미국으로 이민 온 1.5세대다. 그는 “어릴 적엔 영어가 어색했고 자라면서는 한국말이 점점 불편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전형적인 1.5세다. 한글과 영어,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성장했고 사역 역시 그 간극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이민교회에서 이뤄졌다.
황 목사는 지난 20여 년간 이민 1세대 교회에서 사역했고, 그중 뉴저지 참빛교회선 첫 2년은 EM 사역자로 10년을 담임목사로 섬겼다. 그는 이 시기를 두고 “많은 배움과 도전이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1.5세로서 뼛속까지 간극을 경험한 시간”이기도 했다.
“저는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던 교사 출신이에요. 그러다 보니 옳고 그름을 명확히 보는 편이고 정치적 언어나 애매한 표현에는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목회자에게 언어는 중요한 도구지만 자신에게는 늘 신중함이 요구되는 영역이었다고 덧붙인다. 사람 중심의 관계 유지, 감정 표현, 분위기 파악과 같은 1세대 교회 문화 안에서 그는 서툴게 느껴졌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교회 안에서 잡음이 있었고, 저는 정리했습니다. 물리적 조건도 좋았고 여러 면에서 안정된 상황이었지만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느끼면 저는 빠르게 결단하는 편이에요. 어떤 분들은 그걸 ‘바보 같은 결정’이라 하시죠.”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당시엔 아프고 힘들었지만, 결국 새로운 길을 위한 하나님의 전환점이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그 질문 하나로 충분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것이 온도교회다. 2025년 4월, 황 목사의 철학에 공감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면서 교회가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많이 모였다. 자녀가 많은 젊은 가족들이 중심이지만, 어른들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교회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지난 4월 창립 예배 때 유아 세례식과 함께 93세 장로님의 기도로 예배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조합은 흔치 않죠. 개척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는 숫자나 규모보다는 방향을 더 중시한다. 온도교회는 복잡한 조직이 아니라, 신앙적 정체성을 공유하는 의미 중심 공동체로 나아가고 있다.
교회 이름 ‘On Do’는 곧 교회의 철학이다. ‘Light On, Good Do’. 신앙은 단지 고백으로 끝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예배, 성경 공부, 소그룹, 묵상 등의 활동을 통해 신앙을 활성화시키고 그것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구조다.
“아이들에게 예수님을 믿는다는 건, 선한 일을 행하는 삶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가르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온도교회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드리는 성찬 예배, 해외 단기선교, 그리고 비영리 단체 설립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거나 구상 중이다. 그는 “복음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경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온도교회의 사역은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황 목사는 2012년부터 ‘YANA(You Are Not Alone)’라는 이름의 고아 선교 사역을 펼쳐왔다.
YANA는 한국의 보육원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장되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직접 현장을 방문해 ‘야나하우스’를 설립했고, 인도네시아의 열악한 기독교 고아원에도 손길을 보탰다.
“단순한 구호가 아닌 하나님 나라를 실천하는 삶의 확장이자 공동체의 손과 발이 되는 사역입니다.”
이러한 국제적 사역은 온도교회가 지향하는 ‘실행 중심 복음 공동체’의 또 다른 모습이다.
황 목사는 교회의 역할을 ‘하나님의 온도계’로 설명한다.
“세상이 너무 뜨거울 땐 시원함을, 너무 차가울 땐 따뜻함을 전할 수 있어야죠. 교회는 그런 감지력을 가진 공동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회자의 역할도 명확하다. 그는 “목회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이 아니라, 성도들이 무대 위에 설 수 있도록 돕는 무대 세팅자(Stage Maker)”라고 말한다. 이런 철학은 온도교회가 초교파적 구조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교단 정치에서 벗어나 본질에 집중하고 지역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한국과 홍콩에도 각각 동역자가 온도교회 이름으로 지교회를 세워 함께 사역하고 있다. 동일한 철학을 공유하며 온도 네트워크를 형성 중이다.
인터뷰 말미, 기자는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행복해 보이십니다.”
황 목사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할 수 있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 짧은 대답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새로운 사역에 대한 기대 더 이상 억눌리지 않는 자유 그리고 전 사역지에서의 부담감이 내려진 안도감까지.
지금의 그는 이전보다 방향은 더욱 뚜렷하다. 말보다 실천, 구조보다 본질, 계획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교회. 황 목사는 그런 교회를 꿈꾸며 오늘도 차분히 그러나 분명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