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와 사명으로 이어진 사제 부부
미국성공회는 미국 내에서 약 200만 명에서 300만 명 정도의 신도를 가진 작은 교파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으로도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1600년대부터 북미 대륙에 성공회와 회중교회가 자리 잡으면서 미국 교회의 역사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감리교와 침례교와 같은 다른 교파들이 부흥하고 성장하는 동안, 성공회와 회중교회는 점점 소수 교단으로 축소되었다. 이러한 변동 속에서도 성공회는 사회 정의와 소수자 인권을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며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두 명의 한국인 사제, 배상훈(요셉) 신부와 이주영(프리스카) 신부의 사목 이야기는 주목할 만하다.
이주영 신부의 사제 소명과 사역
이주영 신부는 한국인 여성으로서, 미국성공회 뉴욕 교구에서 성 토마스 교회(Saint Thomas Church)에서 사역을 이어가고 있는 특별한 인물이다. 여성의 사제 안수가 여전히 제한된 가톨릭과 보수적인 개신교 교단들과 달리, 미국성공회는 1974년에 처음으로 여성 사제 안수를 허락했다. 이주영 신부는 이 선배들의 길을 따르며, 뉴욕 맨해튼에서 아시아인 사역과 한국어 미사를 담당하고 있다.
이주영 신부의 사제 소명은 그녀의 가족사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녀의 증조부는 대한성공회의 초창기에 사제 서품을 받은 인물로, 한국전쟁 당시 교인들을 피난시키고 자신은 교회를 지키기 위해 북한에 남았고 이후 순교자로 기억되고 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이러한 신앙의 유산 속에서 자라왔으며, 성공회에 대한 깊은 헌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주영 신부는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Union Theological Seminary에서 학업을 마치고 성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제의 소명이 "하느님의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웃 안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찾는 신앙을 실천하고 있다.
이주영 신부의 사역은 단순히 교회 내의 역할을 넘어서서, 다문화적인 사회 속에서 한국인들과 아시아인들을 위한 사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 토마스 교회에서 한국어 미사와 아시아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녀는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이들이 성공회 내에서 신앙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사역은 그녀의 가족사와 신앙의 전통 속에서 이어져 내려온 깊은 헌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배상훈 신부와 이주영 신부, 두 사제의 만남과 동반자적 사명
배상훈 신부 역시 이주영 신부와 비슷한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 역시 성공회 신앙을 깊이 따랐고, 비록 정식 사제 서품을 받지는 않았지만 성공회 기도서를 모두 외우고 성무일 기도를 실천했던 인물이며 아버지 배두환(마가) 주교는 대전교구장을 지낸 분으로 대한성공회에 큰 발자국을 남긴분이시다. 이러한 가족사 속에서 배상훈 신부는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이주한 후,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공부하고 예일대학교신학대원에서 학업을 마치고 사제가 되었다.
두 사람은 2000년 성공회 컨퍼런스에서 처음 만났고, 이후 배상훈 신부는 2007년에 이주영 신부에게 청혼했다. 그러나 이주영 신부는 단순히 사모의 역할이 아닌, 사제로서의 소명을 받았음을 고백했고, 배상훈 신부는 그녀에게 동반자로서의 삶을 제안하며 두 사람은 서로의 사역을 지원하는 동반자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배상훈 신부는 현재 뉴욕 그레잇넥에 위치한 올세인트교회(All Saints Episcopal Church)의 7대 교구 목사로 사역하고 있으며, 그의 교회는 한인성공회교회로서 한국인 신도들이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배상훈 신부는 사제의 소명이 "성사와 말씀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교인들이 각자의 성령의 은사를 통해 공동체 안에서 섬기고 세례 언약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임을 강조했다.
두 신부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사역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들의 신앙과 사명의 핵심은 같다. 이주영 신부가 ‘섬김과 삶’을 강조한다면, 배상훈 신부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자신의 신앙을 표현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인간의 존엄성과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을 사제의 중요한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미국성공회와 한국성공회의 역사적 배경
미국성공회의 역사는 16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성공회는 영국의 버지니아 식민지에서 시작되어 북미 대륙에 뿌리내렸으며, 독립전쟁을 거치며 영국성공회로부터 독립된 미국성공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제2차 대부흥운동 시기, 성공회는 감리교와 침례교와 같은 다른 교단들이 부흥할 때 민중들의 신앙을 적절히 포용하지 못해 교세가 쇠락하였다. 반면, 감리교와 침례교는 민중들 속으로 파고들며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였다.
성공회의 역사적 역할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성공회는 소수자의 권리와 인권을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으며, 여성 사제 서품과 같은 진보적인 신학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미국성공회는 민주적인 교회 구조와 전통과 이성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교단으로, 이는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서 교리적 갈등을 겪는 이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교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제의 삶과 신앙의 실천
이주영 신부와 배상훈 신부는 단순히 교회 내의 사역자가 아니라, 그들의 가족사 속에서 물려받은 신앙을 바탕으로 사회적 정의와 인간의 존엄성을 실천하는 사제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신앙 공동체에서 사랑과 섬김을 실천하며, 신도들이 일상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사역은 그들이 받은 신앙의 유산을 넘어서, 현대 사회 속에서 신앙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주영 신부는 특히 뉴욕 성 토마스 교회에서 한국어 미사와 아시아인 사역을 통해 미국 내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이들이 성공회 내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이는 그녀가 신앙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실천하는 중요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미국성공회와 한국성공회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두 신부의 사역은 성공회가 추구하는 사랑과 섬김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며, 그들이 강조하는 ‘섬김과 사랑의 삶’은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최병인 기자 / <미주뉴스앤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