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 강의에서 시편 해석과 동네목회 비전 나눠

시카고에서 열린 2025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에서 우면동교회를 섬기는 정준경 목사는 시편에 대한 신학적·시적 통찰과 함께 자신이 걸어온 ‘동네교회·동네목사·동네목회’의 여정을 나누며 참석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시 전공자로 알려진 그는, 시편을 단순한 찬양 모음으로 보지 말고 “하나님께 몸부림치며 말을 건 인간들의 언어”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목사는 먼저 시편의 성격부터 짚어 나갔다. 그는 “성경 대부분은 하나님이 선지자들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말씀인데, 시편은 반대로 사람들이 하나님께 올려 드린 말”이라고 정의했다. 시편은 탄식, 분노, 감사, 찬양, 절규가 뒤섞인 인간의 언어이며, 하나님은 그 기도와 노래를 그대로 받아 다시 우리에게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려주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편을 읽고 해석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님이 이 말씀으로 나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가”에 앞서 “이 시인이 하나님 앞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핵심 말이 무엇인가”를 찾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정 목사는 부분 구절이나 은혜되는 한두 문장에만 머물지 말고, 한 편 전체를 구조와 흐름 속에서 읽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시편은 세상에서 벌어진 우리의 이야기를 하나님 앞에 끌고 올라가 쏟아 붓는 자리”라며, “하나님께서 그 기도와 고백을 들으시고 다시 우리에게 ‘이렇게 기도하고, 이렇게 찬양하고, 이렇게 신앙생활 하라’고 허락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시편을 바르게 해석한다는 것은, 결국 “이 시인이 하나님께 꼭 전하고 싶었던 단 하나의 메시지를 찾아내는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의에서 정 목사는 특별히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본문으로 시편 19편을 택해 그 구조와 메시지를 풀어냈다. 그는 C.S. 루이스가 시편 19편을 두고 “시편 가운데 가장 위대한 시이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서정시”라고 평가한 말을 인용하면서, “구약 전체가 이 한 편 안에 담겨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정 목사는 시편 19편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1절부터 6절까지는 자연계에 나타난 하나님의 영광을 노래한다. 하늘과 낮과 밤, 그리고 그 중심에 놓인 태양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한다. 정 목사는 “태양을 ‘신방에서 나오는 신랑 같고, 그 길을 달리기를 기뻐하는 장사 같다’고 표현한 대목은 시적 상상력의 극치”라며,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한 번도 게으르거나 쉬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 피조물의 순종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7절부터 11절은 인간 세계의 중심, 곧 하나님의 말씀으로 초점이 옮겨진다. 여호와의 율법은 완전하여 영혼을 소성시키고, 증거는 확실하여 우둔한 자를 지혜롭게 한다. 규례는 정직하여 마음을 기쁘게 하고, 계명은 순결하여 눈을 밝게 한다. 정 목사는 “이 부분은 책상머리에서 쓴 교리가 아니라, 실제로 말씀을 경험한 사람의 고백”이라며 “송이꿀보다 달다고 말하는 이 표현은, 그 단맛을 실제로 맛본 이가 아니면 쓸 수 없는 문장”이라고 했다. 말씀을 사모하는 마음, 말씀을 지킴으로 상이 크다는 확신이 이 대목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편 19편의 진짜 핵심은 12절부터 14절에 있다고 정 목사는 강조했다. 구조만 보면 11절에서 마무리되면 딱 맞는 시지만, 시인은 거기서 멈추지 못하고 갑자기 자기 죄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기 시작한다. “자기 허물을 능히 깨달을 자 누구리요? 나를 숨은 허물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정 목사는 “태양이 떠오르면 그 열기에서 피할 자가 없는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자기 허물을 숨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말씀의 거울 앞에 온전히 비춰질 때 우리는 ‘숨은 허물’과 ‘고의로 짓는 죄, 교만한 죄’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인은 말씀이 정금보다 귀하고 꿀보다 달다는 것을 안다. 말씀을 지키면 상이 크다는 것도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 그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과 죄의 힘 앞에서 주저앉는다. 그래서 그는 “주의 종에게 고의로 죄를 짓지 말게 하사, 그 죄가 나를 주장하지 못하게 하소서”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정 목사는 이 장면을 로마서 7장의 고백과 연결 지으며,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기뻐하지만, 내 지체 속에 있는 또 다른 법이 나를 죄와 사망의 자리로 끌고 가는 인간의 비극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많은 성도들이 찬양으로 익숙한 14절,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속자이신 여호와여,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에 대해서도 정 목사는 다른 각도를 제시했다. 그는 이 구절을 밝고 경쾌한 찬양으로만 부를 수 없는, “눈물 섞인 절규이자 몸부림”이라고 해석했다. 말씀 앞에서 자기 허물을 직면한 시인이, 더 이상 숨을 곳 없는 자리에서 하나님께 매달리는 기도라는 것이다. 그는 “이 시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마지막 구절은 환희의 송가가 아니라 ‘하나님, 제 말과 제 마음의 묵상이 정말 주님 앞에 받아들여지기를, 제 안의 죄가 저를 주장하지 못하도록 붙들어 달라’는 떨리는 기도”라고 강조했다.

강의 후 질의응답 시간에 한 목회자가 “시편을 깊이 있게 설교하고 싶지만, 자신의 이해와 준비가 늘 한계에 부딪히는 것 같다”고 고민을 나누자, 정 목사는 “언제나 부끄러운 것이 정상”이라고 답했다. 그는 전도사 시절부터 써 온 옛 설교문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많다고 솔직히 털어놓으면서도, “그때는 그것이 나의 최선이었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최고’가 아니라 ‘최선’을 요구하신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성도들은 훌륭한 유명 설교자의 설교보다, 자기들을 사랑해주는 자기 교회 목사의 설교를 통해 더 많이 변화된다”고 말했다. 학문적으로 더 뛰어난 설교, 더 세련된 강의가 아닌,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울어주는 목회자의 말을 통해 성도들은 마음을 열고 복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목회자는 성도들을 많이 사랑하고, 그 사랑에서 우러난 준비된 말씀을 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목회자들을 격려했다.

강의의 마지막 부분에서 정 목사는 자신이 지향하는 ‘동네목회’의 한 단면을 소개했다. 서울 송파의 세 모녀가 생활고 속에 극단적 선택을 했던 사건을 떠올리며, “우리 동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목회를 계속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 길로 그는 동 주민센터 복지과를 찾아갔다. 복지 공무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도와야 하지만 법적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가정들”과 “인력 부족으로 발굴조차 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가 많다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정 목사는 교회가 그 빈틈을 메우는 일을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 교회에서 복지 담당 공무원들과 모임을 갖고, 교인들이 동네에서 발견한 어려운 가정들을 함께 논의했다. 공무원들은 공적 권한을 가지고 가정을 방문해 상황을 파악했고, 제도적으로 도울 수 없는 가정은 교회가 직접 돕는 구조를 만들었다. 동시에 교회의 구제 방식도 바꾸었다. 예전에는 구제 헌금을 모아 교회 안에서 대상을 정해 지원했다면, 이제는 성도들이 “자신이 사는 마을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 교회에 추천하도록 했다. 정 목사는 “목사인 내가 추천해서 도울 수 있는 가정은 몇 집 되지 않지만, 성도들이 사는 마을 곳곳에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훨씬 많다”며, “성도가 사는 곳이 곧 교회의 선교지이자 목회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요양원에서 치매 어르신들과 예배를 드리고, 함께 성찬을 나누는 사역도 소개됐다. 그는 “대부분 기억도 흐릿하고 예배 순서도 잊어버리시지만, 그분들 앞에서 말씀을 전하고 기도할 때 하나님이 그 자리를 귀하게 사용하신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여 ‘동네교회, 동네목사, 동네목회’의 얼굴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끝으로 시편 19편의 절규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고 정리했다. 말씀 앞에서 자신의 죄와 허물 앞에 설 수밖에 없는 인간의 탄식,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라는 부르짖음에 대해 하나님이 주신 유일한 대답이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미국 디아스포라의 현장에서도 목회는 점점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말씀 앞에서 울고, 마을을 품고, 동네에서 버티고 있는 목회자들이 있기에 우리는 아직 희망을 말할 수 있다”고 전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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