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권 목사 칼럼 [Diagnose, 진단하다]
하나님께서는 생명을 창조하셨다. 생명은 가족이라는 그릇에 담겨져 피어난다. 차별과 구분 없이 하나로 함께 사는 가족 안에서만 사람은 자신일 수 있으며 자신으로 피어난다. 즉 생존의 세계에서 생명으로 사는 유일한 길이다. 그래서 출생도 임종도 가족 안에 담겨 지는 것이 복이다
하나님의 구원은 가족의 회복이다. 그래서 구약의 마지막 절이 아비의 마음을 자녀에게로 돌이키고 자녀의 마음을 아비에게로 돌이키는 것이다 (말 4:6) 그래서 제국이 본격화 될 때에 하나님의 계시도 시작되었다
세상은 조직을 강화하여 가족을 파괴한다. 지금의 시장 제국 안에서 가족은 고급 부품 생산기지(자녀 교육)이자, 조직 유지를 위한 합숙소로 전락 되었다. 가족은 본질을 상실하고 세상의 성공 출세를 위한 전략기지가 되고 말았다
바벨론 포로기 동안 성전을 파괴하여 조직화 된 유대 종교를 폐하시고, 두세 가정이 말씀을 중심으로 함께함으로 ‘더불어 사는’ 신앙을 세우셨다. 예수께서는 이 임재 안의 두세 가정을 회복 하시고 교회라 부르셨다(마 28:20) 하나님께 신앙은 결코 교리 제도 조직 법 즉 종교 생활이 될 수 없다!
귀환 후에 유대인들은 제국에서 배운 조직으로 성전 없이 조직 종교를 만들었다. 10가정이면 조직되는 회당을 중심으로 하는 유대교가 탄생되었다. 조직은 제도 법 규율이 중심이며, 그것들은 인간이 컨트롤 하는 것이니 하나님의 일이 사람의 일로 전락되었다
공관 복음서에는 집(오이키아)이 68회 나온다. 신약 전체에 95회 중 3분의 2 이상이며, 특별히 회당과 맞서 싸우는 마태복음에 26회가 나온다. 신앙은 결코 종교의 조직 생활이 아니라, 집에서 함께하는 생명 나눔이다
예수께서 12제자를 세우신 것은 ‘함께 하시기’ 위한 것이었다(막 3:14) 이 함께함은 함께 먹음이 중심이다. 밥은 몸으로 먹고 마음으로 하나되는 것이다. 잘 먹이고 싶고 잘 먹는 것을 보면 기쁜 부모의 마음이 샬롬의 근원이다. 함께 먹을 때 생각이 잦아들고 마음이 열린다. 현상의 조건과 상황을 넘어 존재의 차원이 열리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현대의 가정은 이 함께 먹음을 상실하여, 이 사회의 개인은 존재가치를 상실하고 조건과 상황으로 측정되는 생존가치가 전부가 되었다. 나됨(I am)이 없이 기능가치로 평가되는 이 시대에 모두가 우울하고 모두가 불행하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나 광물 세계와 달리 동물의 세계는 공간 사용이 삶의 중심이며, 사람에게 공간의 중심은 함께 먹는 식탁이다. 함께 먹음은 관계와 의미를 창조하며 회복과 약속의 자리가 된다
함께 먹음이 없는 관계는 평면적일 뿐 입체적 통합(integration)을 피울 수 없다. 그래서 남녀가 데이트를 해도, 교황과 영국 여왕이 만나도 클라이막스는 만찬 연회이다. 바가지에 열무김치와 꽁보리밥을 비벼 콧등에 땀흘리며 옹기종기 함께 먹던 원천적 연대를 오늘 우리는 잃어버렸다
우리가 발전 했다고 생각하는 오늘의 삶은 먹고 마시고 입기를 현란하게 했을 뿐이다. 브랜드 트랜드 명품 등 화려하나 솔로몬의 옷의 영광이 들꽃 한송이만 못한 것은 실제이다. 온 세계를 관광 하고 다니지만 자신과 가족도 못보는 맹인됨은 더 심해지고 있다. 5살 짜리를 영어 유치원에 입학 시키기위해 4살도 되기 전에 영어 과외를 시키는 것이 발전이라면, 교육이 아니라 광기이다
사람의 먹기는 생존만이 아니라 생명 행위이다. 관계를 형성하고 신뢰를 기르고 꿈을 함께 가꾼다. 그 본질은 상실 되고 누가 더 화려하고 거창하게 먹고 마시는가 껍질만 찬란하다
혈연의 가족은 하나님의 귀한 선물로 생명과 삶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보여 주지만, 현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생물학적 우연이다. 진정하고 영원한 가족은 주님에게 접붙은 가지들이다. 생명이 통하고 말씀으로 하나된 우주적 몸의 지체들인 교회이다
조직인 기독교가, 두세 가정이 임재 안에서 말씀으로 생명을 가꾸는 영적 가족(마 18:20)을 세우지 못하면, 사람의 일(마 16:23)로 끝날 뿐 하나님의 일은 결코 피어나지 않는다
구원은 말씀의 인격으로 말미암아 온 인류가 가족되는 것이다. 모든 단절의 구분과 차별, 그 허상이 사라지는 것이다. 결코 결코 결코 생명 될 수 없는 조직 생활이 아니다!
이학권 목사 / <하나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