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방영민 목사의 '책숲 산책' 난 이런 이야기 처음 들어 / 이주헌 지음
서론
신앙생활은 성경을 덮어 놓고 믿는 게 아니라 성경을 펼쳐 놓고 믿어야 한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수많은 질문과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이런 질문이 빈곤해지고 이 행위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은 교회가 폐쇄적인 곳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만약에 지금도 그렇게 가르치는 곳이 있다면 구성원들은 질식하게 될 것이고,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순간이 오면 교회를 떠나게 될 것이다.
교회는 이 세상 안에 존재하는 것이고 사회의 구성원들이 들어오는 곳이다. 세상과 나뉠 수 없고 사회와 동떨어져서 외딴 섬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세상을 위해 염려하고 기도하며 사회를 이롭게 하고 밝게하는 곳이여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교회는 조직체로서의 교회라는 체제에만 갇혀있게 되어서 교세 유지와 기득권 유지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곳이 되었다. 물론 모이는 장소를 견고하게 유지해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교회가 우상처럼 보여지면 안될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신앙생활 하면서 생길 수 있는 여러 질문들과 궁금증들을 가상의 후배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기술된 책이다. 누구나 한 번 쯤은 가졌던 생각들이라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된다. 총 4부에 걸쳐서 구원과 믿음에 대한 내용과 교회의 조직과 시스템에 대한 내용, 그리고 교회와 세상의 관계에 대한 것으로 구성이 되어서 아주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대화로 작성되었다.
공감
저자의 훌륭한 점은 교회에 대한 비판과 비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공감하며 그 질문에 대한 적절한 설명과 적합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칼을 들고 마구 휘두르는 것은 정말 쉽고, 교회의 부당한 모습을 향해 돌은 던지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질문을 이해하고 함께 더 나은 길로 걸어가려는 것은 그 질문과 문제로 씨름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만약에 칼을 휘두르고 돌을 던지는 것을 본다면 후배들이 교회를 향해 그렇게 해도 된다 생각하고 끊임없이 칼질과 돌질이 반복될 것이다. 그러면 교회는 더 멍이 들 것이고 스스로가 수치를 드러내고 내부 총질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부끄러운 집단이 될 것이다. 누군가의 아픔을 헤아려주는 것,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과정을 해석해주고 더 좋은 길을 알려주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문제와 질문을 충분히 공감하고 해석까지 하며 더 나은 길을 보여준다. 책에 나오는 질문들은 가벼울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대답은 분석적이고 현명하고 묵직하다. 사회를 보는 눈과 시대를 파악하는 정신과 사람들의 신음과 아픔과 근대사의 흐름과 교회사의 물줄기도 잘 파악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과 대안을 읽으며 필자도 도움과 공부가 되었다.
동역자
위에서 언급했듯이 책은 한 명의 후배를 가상 인물로 설정하여 편지를 쓰는 형식을 취한다. 그런데 그 후배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다. 한 영혼을 향한 사랑이 편지 속에 담겨져 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면 몰입이 되어 그 사람의 고민과 하나가 되어 함께 답을 찾아가게 되듯이 저자는 한 영혼을 향한 사랑으로 책을 써가고 있다. 함께 믿음의 길에 있는 동역자에게 편지를 쓴다는 느낌이다.
대형교회를 추구하고 이제는 대형교회의 끝물에 서 있는 교회의 모습에서 동역자들이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동안 교회의 구호와 선전은 너무 화려하였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너무 초라하지 않았는지 돌아본다. 교회가 사람을 잃어가면 안된다. 오히려 사람을 찾고 사람을 얻고 동역자가 생기는 곳이 되어야 한다. 혼란과 분열과 분쟁과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속에서 교회는 동역자를 얻는 곳이다.
교회에서 한 영혼이 가지는 질문은 다양하다. 권위와 순종은 무엇이고, 기도는 어떤 것이며, 하나님이 다 하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모범 교인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성도는 구원을 목표로 살아야 하는 것인지, 헌신하면 취직이 잘 되는 것인지, 교회가 나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등등 우리 주변에 있는 성도들이 가지는 질문들이 많다. 함께 이해하고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면 소중한 동역자를 얻게 된다.
교회
필자는 이 세상에서 교회가 희망이라고 믿는다. 저자도 그렇게 믿고 이 책을 쓰고 있다. 교회가 부족해 보이고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면이 있어도 교회는 여전히 세상을 변화시키고 구원하는 희망의 공동체라는 것을 믿는다. 과학과 첨단이 고도로 발달하고 여러 사상이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로 시대를 섬기고 세상을 유익하게 하는 곳은 교회이다.
세상의 문화와 사상이 점점 모든 관계를 더 단절하고 파괴시키고 있다.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비인격적인 일들이 펼쳐지는 사회이다. 그래서 교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교회의 필요는 더 요청된다. 관계를 단절시키고 파괴하는 것이 세상의 특징인데 교회는 관계를 연결하고 관계를 세우는 곳이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르게 하고 사람과의 관계도 온전하게 이루어가는 곳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교회가 이런 관계를 회복하고 유지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또한 저자의 정의에 동의한다. 교회는 신분과 지위와 계층에 상관없이 모두가 가족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세상도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가지만 교회도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가는 곳이다. 그러나 전자는 힘의 논리와 세상의 방식으로 도달하는 것이고 후자는 은혜의 논리와 하나님의 방식으로 도달하는 것이다.
결론
교회도 세상을 닮아갈 수 있고 세상보다 못한 곳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교회는 그런 곳이 아니다. 세상의 빛이 되어서 세상을 밝게 하는 곳이고 세상의 소금이 되어서 세상이 썩지 않게 하는 곳이다. 교회 안에도 다양한 시대 정신이 밀려 들어와 세속화가 될 수 있고 세상을 사랑하는 교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교회는 예수의 정신과 삶이 드러나는 곳이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곳이다.
한 사람의 질문을 보면 그 사람의 고민을 알 수 있고 한 사람의 대답을 보면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질문을 통해 교회가 더 온전해지기를 원하고 대답을 통해 이것을 위해 충분히 공부하여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교회의 구성원들이 이 책을 가지고 공부하면 참 좋을 것 같다. 교회와 개인과 세상과 사회에 대한 아주 현실적인 사안들이기에 함께 의논하며 지금의 교회가 더욱 빛이 나게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