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방영민 목사의 '책숲 산책' [오래 머물러 있으라]

서론

설교에 대한 강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이 설교라는 방법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선포하셔서 사람을 구원하고 영혼을 하나님께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설교자를 통하여 번개와 천둥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설교의 장점일 것이다.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심정이 그림이나 사진으로 남겨질 수 있다.

설교와 설교자에 대한 책은 계속 발전되고 출판되어 읽혀져야 한다. 그래야 설교자가 부르심을 잊지 않고 부단히 연구하고 엎드리며 사명의 길을 갈 수 있다. 이전에 설교에 관한 책 한 권을 읽었다고 자신의 설교 철학을 세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주제에 대한 다양한 설명과 생각을 접하고 내 안에 녹아지는 게 있을 때 나의 설교론을 써 내려갈 수 있다.

이 책은 존 파이퍼의 영향을 많이 받은 저자가 존 파이퍼의 설교를 연구하여 내놓은 책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존 파이퍼의 설교론을 넘어 설교의 기본이 담겨있다고 느껴진다. 설교가 무엇이고 설교자는 누구이며 어떻게 준비해야 하고 구조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설교 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하고 전달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 나와있는 교과서 같은 책이다.

시간을 구별하라

하나님 앞에 신실하게 살아갔던 믿음의 선배들과 하나님께 존귀하게 쓰임 받았던 설교자들을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설교를 위해 성경을 읽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위해 성경을 읽었다는 것이다.

일일이 이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외국이나 한국의 저명한 자들은 모두 시간을 구별하여 하나님을 대면했던 자들이었다.

이 공통점은 아주 평범하지만 인물을 아주 비범하게 만드는 마법이다. 너무 단순해 보이지만 인물을 아주 특별하게 만드는 정도이다. 하나님을 더 알고 싶고 말씀을 더 깊이 경험하고 싶고 설교를 더 잘하고 싶다면 왕도는 없다. 이 기본기에 시간을 많이 들이고 하나님 앞에 오래 머물러 있어야 한다. 기본이 근본을 다진다. 좋은 향이 남겨져 있어야 좋은 흔적이 남겨질 수 있다.

존 파이퍼에게도 이 시간이 절대적이다. 설교 전 주해와 묵상과 흐름과 논리와 체계화 및 설교작성 전에 그는 하나님과 자신의 관계와 자신의 영혼을 위해 이 시간을 확보한다. 주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는 마리아처럼 그는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듣는다. 이 시간에 듣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을 할 수 있다. 이 시간에 하나님께 많이 들으니 자신을 감추고 하나님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이다.

한국적인 교회상황과 한국 목회자의 삶이 외국과는 달라 이렇게 시간을 활용하는 점이 부러웠다. 그러나 우리의 주어진 환경에서도 이런 지성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필자가 볼 때 존 파이퍼의 탁월함은 여기에 있다고 보였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를 드리고 하나님의 향기로 물드는 이 시간, 그가 하나님을 마음껏 선포할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샘이였다.

하나님을 기뻐하라

존 파이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기독교 희락주의”다. 기독교 하면 보통 많은 사람들이 우울하고 소심하고 연약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실제 기독교에는 율법이 있고 이게 오해가 되어 율법적인 믿음을 가지고 힘겹게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독교의 이미지는 맑음과 밝음인데 어둡고 칙칙한 이미지로 변질된 경향이 있다. 만약 설교자에게 이런 에너지가 전달된다면 교회는 어두워질 것이고 시들해질 것이다.

이런 변질 속에서 존 파이퍼는 기독교를 새롭게 비춰준 인물이다. 기독교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역설적이며 생동감이 있고 생명력이 넘치는지 알려준다. 성경을 사랑하고 성경을 존중하며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며 성경이 인생을 변화시키는 책임을 선포한다. 하나님을 만난 감격을 가지고 하나님을 기뻐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열정을 다해 전달한다.

“우리가 하나님을 만족하고 기뻐할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서 영광을 받으신다”는 문장을 기억할 것이다. 이 명제만큼 하나님의 마음과 복음을 잘 표현한 것이 있을까. 우리의 어떠함과 업적과 명예를 통해 하나님이 영광받으시는 것이 아니다. 인간적이고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기준으로 하나님이 사람을 보지 않으시고 그런 기준으로 하나님이 영광을 받지 않으신다.

오히려 말씀으로 변화받은 영혼을 보며 하나님은 기뻐하시고, 하나님을 경외하고 기뻐하는 영혼을 보며 만족해 하신다. 이 책을 보면 설교자의 기본 성품과 자질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그가 알려주는 다양한 방법이 실제적인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는 설교자에게 하나님으로부터 변화를 받고 하나님으로 충만하여 하나님을 기뻐하고 있는지 질문한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고 마지막이자 전부라고 일러준다.

설교가 전부이다

존 파이퍼는 현대교회의 문제점을 설교의 약화라고 정확하고 강하게 진단한다. 설교의 권위와 수준이 약해졌다. 설교시간을 일반적인 교훈과 대화와 담화나 광고와 설득과 선동의 시간으로 추락하였다고 한다. 실제 우리 주변에 설교가 가벼워지고 농담과 재미와 설득과 웃음거리와 정보전달과 자기자랑과 심리상담과 정신상담과 관계기술 정도로 전락한 모습을 본다.

교회 역사에서 교회의 부흥과 회복은 강단의 부흥과 회복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교회가 약해진 이유는 강단의 약함과 변질이고 이는 곧 설교자의 약함과 변질이다.

오늘날 교회가 설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점검해본다. 또한 설교를 전하는 설교자 자신이 설교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준비하고 있으며 어떤 마음으로 선포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존 파이퍼는 여기에 목숨을 걸었고 이게 중심이라고 본다. 그는 설교가 결코 지루할 수 없다고 한다. 설교가 지루하거나 지겹거나 따분하면 설교자의 책임이라고 한다. 이 말은 설교를 재밌고 코믹하게 하라는 것이 있다. 충분히 읽고 이해하고 소화하고 묵상하고 주해하고 체계화하여 진주로 목걸이를 아름답게 만들라는 것이다. 이해와 준비와 엎드림의 부족함이 말씀이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는 설교자가 피를 토하는 마음과 진지함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김남준 목사는 설교를 “한 사발의 피”라고 정의하는 것을 보고 큰 찔림이 있었는데, 그는 준비하는 점에서 말한 것이라면 존 파이퍼는 전달하는 면에서 말한 것 같다. 아무튼 피와 관련하여 설교를 정의하는 것은 교회와 영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존 스토트도 설교가 답이라고 정의한 것을 보면, 존 파이퍼도 같은 의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

존 파이퍼의 설교를 보면 조나단 에드워즈와 마틴 로이드 존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감각은 그의 설교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하나님을 기뻐하고 감격하기에 하나님을 향한 심정과 마음이 그의 설교에서 그대로 전달되고 느껴진다.

그의 중심에서 우러나오는 사랑과 열정으로 그는 하나님께 받은 메시지를 묵상하고 주해하여 체계화한다. 로이드존스는 붙타는 논리라고 하였고 그는 강해의 희열 정도로 표현하는 것 같다. 결코 설교가 지루하거나 따분할 수 없고 분명한 논리로 흘러가는 감격과 기쁨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그는 로고스 및 에토스 그리고 파토스가 잘 잡힌 설교자 같다.

우리는 그의 설교행위를 보며 따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은 그의 앞모습이 아니라 그의 뒷모습이다. 앞에서 말하기 전에 뒤에서 먼저 들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들어야 말할 수 있고 선포할 수 있다. 듣지 못하면 죽음이고 질식이다. 존 파이퍼의 설교를 연구한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더 찬란하게 드러나게 되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미주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