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얼마 전 읽었던 기사의 내용이다. 그 기사의 내용을 조금 줄여 인용했다.

시골 지역 주민들이 뭉쳐 만든 작은 빵집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쌀이 많이 나 지역 이름도 미원(米院·쌀안)이라는 이름이 붙은 미원면은 괴산과 보은 청주가 만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터미널도 있었다. 한때 유흥가가 만들어질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시골 마을이 됐다. 2014년 5445명이었던 미원면 인구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4666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빵집을 연 것은 김희상 동청주살림영농조합법인 대표(51)다. 김 대표는 20년 전 귀농해 미원에서 농사를 지어왔다. 그가 빵을 접한 것은 2018년 ‘빵 굽는 신부’로 유명한 오동균 신부의 요청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빵 재료로 쓸 우리 밀농사를 지어 달라’는 오 신부 부탁에 따라 밀농사를 시작하게 됐다”며 “오 신부에게 덩달아 빵 기술을 배워 지역 주민들과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20년 김 대표는 뜻이 맞는 주민들과 빵집을 열었다. 천연발효종을 사용해 만든 통밀빵과 캄파뉴를 선보였다. 반응은 냉담했다. 지역 노인들은 딱딱한 빵을 ‘입천장 까지는 걸 누가 돈 주고 사서 먹겠느냐’며 외면했다.

청주시농업기술센터로부터 기술교육을 받아 재도전에 나섰다.

이 빵집은 2021년 미원 사과즙을 이용한 모닝빵, 단팥빵, 육쪽마늘빵 등을 선보였다. 직접 수확한 우리밀과 지역 농산물을 재료로 썼다. 이때부터 ‘건강한 재료로 만든 건강한 빵’이라는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졌다.

김 대표는 “2021년 3월까지만 해도 화·목요일에만 빵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몰리면서 4월부터는 주 5일, 같은 해 10월부터는 일주일 내내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매출은 2021년 2억 원에서 지난해 3억6000만 원으로 크게 올랐다. 매주 토·일요일 이 빵집을 찾는 고객 중 80%가 청주 도심 또는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것이 김 대표 설명이다.

빵이 인기를 끌면서 주민 고용 창출효과도 거두고 있다. 이 빵집에서는 지역 주민 10명 정도가 일한다. 김 대표는 “미원지역에 사는 퇴직 공무원과 제빵기술자 등이 충원돼 제빵을 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지역 노인 2명도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원 산골 마을 빵의 목표는 밀을 지역 상징으로 만드는 것이다. 미원 산골 마을 빵 덕분에 이 지역 밀 재배면적은 2020년 0.3㏊에서, 2021년 1㏊, 2022년 10㏊로 늘었다. 밀농사는 동청주영농조합법인 소속 주민 조합원 40여명이 한다.

김 대표는 “밀 재배 면적을 늘릴 계획”이라며 “밀 수확축제, 우리밀 맥주 체험 등 다양한 관광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주 쌀 브랜드 ‘청원생명쌀’처럼 우리밀 브랜드를 내놓고 싶다”며 “우리밀 생산을 늘려 청주 전역에 밀 생산단지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는 늘 이런 기사를 보면 마음에 설렌다. 이런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특히 이 시대의 골칫거리인 노인들도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나는 이런 일들이 생명으로 풍성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양 떼를 먹여라.”

부활 후 제자들이 모여 있던 디베랴로 가신 예수님은 손수 지으신 아침을 제자들에게 먹이셨다. 그들이 잡아온 물고기도 재료로 사용하셨다. 그렇게 제자들을 먹이신 후 예수님은 베드로를 불러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하신 후 "나를 따라라!"라고 말씀하심으로 전에 베드로를 반석으로 삼아 주님의 교회를 세우시겠다는 말씀을 실천하신다. 그때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이 위의 말씀이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이 말씀을 영적으로 해석하여 베드로가 주님의 양들에게 말씀을 가르치는 것으로 해석해왔다. 하지만 이제 나는 위 말씀을 그렇게 이해하지 않는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아침을 먹이신 것처럼 베드로에게 사람들을 먹이는 일에 투입하신 것이다. 사람을 먹이는 일은 복음을 전하기에 앞서 이루어져야 할 일종의 전제조건이며 주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인 생명으로 풍성해지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다. 사람은 먹어야 산다. 인류의 이기심은 힘을 가진 자들을 제외한 더 많은 사람들을 기아로 내몬다. 그래서 이 일이 쉬운 것 같지만 사실은 불가능한 것이며 끝도 없는 일이다.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이 언제나 제자들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베드로가 위임받은 양떼를 먹이는 일은 끝없이 반복되어야 할 베드로의 사명이 된 것이다.

나는 이 일이 다만 베드로에게만 부과되었던 사명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노숙자들이나 폐지 수거하시는 분들에게 돈을 드릴 때 “제가 식사 한 끼를 대접해도 될까요?”라고 묻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질문에 어리둥절해한다. 내가 건네는 돈을 본 후에야 내 말을 이해하고 표정이 바뀐다. 주기적으로 돈을 드리는 노숙자 한 분은 내가 돈을 드릴 때마다 “잘 쓰겠습니다.”라는 말을 한다. 나는 그분의 이 말이 늘 고맙다. 마치 주님이 내가 하는 일을 칭찬해주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을 먹이는 일에 참여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보다 더 조직적이고 근본적인 호구지책으로 이런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위에 인용한 기사와 같은 내용을 보면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고맙고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일이야말로 생명으로 풍성해지는 일이며 주님이 베드로에게 명하셨던 사람들을 먹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어떤 일을 도모하기에는 이제 너무 나이가 많아졌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주님이 원하시면 나도 모세처럼 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나라의 관점을 지니게 되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많아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내가 노인이 되고, 어딜 가나 노인 천지가 된 것을 보면 이런 내 생각은 더욱 절실해진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노인·포비아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그래서 노인들에게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어서 인간답게 살 수 있고,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베드로는 통곡을 해야 했고, 유럽의 교회 종탑에 닭이 있는 것은 베드로의 통곡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처절한 좌절과 실패의 경험이 주님의 부르심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나는 주님께서 오늘도 주님의 양떼를 먹일 베드로와 같은 사람을 찾고 계시다고 믿고 있다. 함께 찬양을 부르자.

“ … 나를 써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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