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교인들이 괴물들을 키워냈다…한인교회는 이민단속에 대한 두려움 확산
교회가 위험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국은 극우 목사들의 정치적 망언 등으로 합리적 기독교인들이 설자리를 잃고 교회를 떠나고 있고, 미국은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으로 서류미비자들이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교회가 위태롭다’는 현실을 넘어 ‘교회가 위험하다’는 한탄이 곳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는 서울 광진구의 교회를 떠난 한 교인의 일화를 소개했다. 주일예배에서 교회 담임목사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을 ‘선지자 엘리야’에 빗대거나 ‘올바른 신앙관을 가진 사람’으로 극찬했다.
그는 “설교를 듣고 분노가 치밀고 역겨워 교회를 떠나겠다고 담임목사에게 말했다”며 “나는 이 교회에 출석한지 3년 밖에 되지 않아서 떠날 수 있지만, 오랜 기간 출석한 교인은 속상해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배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목사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라며 “하지만, 담임목사는 무속에 찌든 대통령 부부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의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데 늘 그들을 옹호하는 설교 일색이었다”고 지적했다.
고령층 교인들이 괴물을 키워내
또 다른 교인은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한국교회의 정치적 성향이 극우로 치닫고 있어 젊은층이나 중년의 교인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교인은 “담임목사의 설교가 정치색이 없다해도 예배 후 노년들을 중심으로 오고가는 이야기는 언어로 고문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며 “전광훈, 손현보 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활개를 칠 수 있도록 하는 고령층 교인들이 있기에 젊은층은 입을 다물거나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장에 나가면 교회 다닌다고 말하는 게 창피한 지경”이라며 “회식 자리에서 정치이야기가 교회 비판으로 옮겨가면 부끄러워 대화를 회피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교회는 이미 초고령화 상태에 진입해있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이 교회 출석 인원의 37%를 넘어섰다. 이는 2014년 조사 당시 고령층이 24%에 달해 ‘초고령화’ 단계로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지 7년만에 13%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초고령화 단계의 교회에는 젊은층의 차세대는 사라지고 노년층의 실버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면서 보수를 넘어 극우적 가치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있다.
한국 교계의 한 사역자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많은 목회자들은 그들이 요구에 부흥할 수 밖에 없는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전광훈, 손현보 같은 괴물이 탄생할 수 밖에 없는 현상황의 이면에는 보수적 가치를 절대시하는 고령층의 교인들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고령층은 젊은층에 비해 정보격차가 심하다. 유튜브나 보수 언론을 통해 얻은 일방적이고 잘못된 정보는 그들을 고립된 섬으로 이끌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한국 교회는 위기를 넘어 더 큰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교회의 위기감 고조
미주지역 한인교회도 ‘위기’에 서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일부에서는 교회가 처한 위기의 폭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인교회는 대부분의 대형교회 목사들이 탄핵 정국에 대해 ‘침묵’함으로 한국 정치로 인한 갈등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인교회는 이민자 단속으로 교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LA나 뉴욕과 같은 대도시는 이민 단속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어 교회 출석이 어려운 교인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2만 3,000여명의 서류미비자가 거주하고 있는 뉴욕의 경우 한인교회들의 위기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뉴욕이민자보호교회 위원장인 조원태 목사(뉴욕우리교회)는 “아직까지는 한인교회에서 이민단속이 시행됐다는 사례는 없다”며 “하지만, 한인사회에는 이미 단속이 시행되고 있기에 교회도 안전하다 말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단속에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어 현재 뉴욕지역 한인교회 서류미비자 교인들의 일부가 출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 교회가 서류미비자 교인들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단속을 대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LA 지역의 교회들도 이민 단속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LA 한인타운의 한 목회자는 “다수의 서류미비자들이 출석하던 한인타운 소재의 한 소형교회는 상당수가 교회 출석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이민국 단속으로 타운 내의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이민 단속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가짜 이민단속 요원까지 등장해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LA통합교육구 알베르토 카발로 교육감은 “일부에서 이민단속국(ICE) 요원으로 가장해 이민사회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경찰 등과 협의해 요원 사칭을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회나 학교와 같은 민감한 지역에 대한 단속활동을 허용하겠다는 지침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지난 1월엔 조지아주 한 교회에서 워크퍼밋을 소지한 합법적 난민 신청자가 ICE 요원에 의해 체포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조원태 목사는 “이민자보호네트워크(이보교)를 중심으로 교회를 돌며 이민단속과 관련한 설명회를 하고 있다”며 " 이보교가 진행하는 설명회는 서류미비 이민자와 교회 공동체가 이민 집행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향후 한인교회에 대한 단속 사례가 발생하면 그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민법 전문가, 목회자,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함께 참여해 민감한 장소 정책 철회와 함께 모든 이민자들이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공유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