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교회의 선택은 정치적 왜곡...3중 프레임에 갇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사진:MBC 영상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사진:MBC 영상 갈무리)

2025년 한국의 대선은 이재명 후보의 승리를 막을 내렸다. 하지만, 한국교회와 미주 한인교회의 교인들의 차가운 민심은 여전하다.

특히, 미주 한인교회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는 본능적 반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거의 신앙에 가까운 신뢰가 공존한다.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정치적 노선의 차이만이 아니라, 신앙과 가치관, 그리고 한미 보수 교계의 네트워크가 뒤얽혀 있기 때문이다.

‘반공’, ‘반동성애’, ‘반진보’라는 3중 프레임

이재명 대표는 미국 보수 교회, 특히 한인 이민 1세대 교인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그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북한과의 경제협력, 차별금지법에 대한 유보적 태도, 종교 편향 논란 등을 겪으며 보수 교계에서 ‘반기독교 정치인’으로 지목됐다.

한인교회들은 이러한 이미지를 보수 유튜브와 한국 교계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소비해왔다. 이재명의 ‘대장동’, ‘법카’ 논란은 여전히 교회 단톡방에서 회자되며, 마치 기독교 윤리를 위반한 대표 사례처럼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내 보수 개신교 담론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복음주의 진영은 ‘진보 정치인은 낙태와 동성혼을 지지하며, 결국 기독교 문명을 해체시킬 존재’로 규정해왔다. 이 프레임 안에서 이재명은 자연스럽게 ‘위험한 정치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독교적 가치를 수호하는 강력한 리더로 평가받는다.

기독교 여론조사 단체인 퓨 리서치(Pew Research)에 따르면, 미국 내 복음주의 개신교인 중 84%가 트럼프를 지지한 바 있다. 라이프웨이 리서치(Lifeway Research)가 개신교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2024년 설문에서도 절반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미주 한인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트럼프가 낙태 반대, 종교 자유, 반중국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백악관에서 성경을 들고 찍은 사진은 그를 ‘기독교 문명의 수호자’로 미화하는 상징이 되었다.

한 한인 목사는 익명을 전제로 “트럼프가 교회에 다니지 않더라도, 적어도 교회를 지켜주려 했다는 인식이 한인 교인들에게 강하게 뿌리내려 있다”며 “그게 교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노년층의 보수 교인들에겐 가장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한인교회는 어느덧 70대와 80대가 주를 이루는 현상이 지배적이다”며 “그들이 극우화되어 가는 현상에는 편향된 보수적 가치를 주입하는 목회자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와 네트워크의 공명

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미디어 소비의 편향성과 신학적 연대가 자리 잡고 있다.

미주 한인교인 다수는 폭스(FOX)뉴스, 보수 유튜브, 한국의 기독 언론을 주된 정보원으로 삼는다. 이 매체들은 이재명을 ‘친북좌파’로, 트럼프를 ‘신앙의 동지’로 묘사한다.

자신을 30년전 미국으로 건너온 경북 출신의 교인이라고 소개한 한 70대 남성은 “종북좌파 범죄인이 정권을 잡은 이후 모든 한국 뉴스를 끊고 살고 있다”며 “평소 즐겨 듣던 유튜브도 듣지 않고 있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소식만 귀기울이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미주 한인교회는 한국의 보수 장로교단(예장합동, 고신 등) 및 미국의 복음주의 교단인 남침례교단(SBC)와 미국장로교(PCA)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 네트워크는 동일한 정치·신학적 프레임을 공유하고 있으며, 교단 총회나 목회자 세미나에서 트럼프를 지지하고 진보정치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공식화하기도 한다.

한인 2세 사역자 B목사는 “트럼프가 복음인가? 이재명이 반기독교인가?”라며 “한국도 미국도, 정치가 신앙을 집어삼키는 걸 보는 게 가장 고통스럽습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이러한 왜곡된 보수주의는 결국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교회의 주축인 30대부터 50대가 예배를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미주 한인교회는 지금, 신앙과 정치가 맞물린 정체성의 회랑 속을 지나고 있다. 그리고 그 복잡한 교차점 위에서, 이재명은 버림받고 트럼프는 선택되었다.

미주 한인교계의 한 단체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의 저변에 교회의 '위기의식'과 교인들의 '피해의식'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한인 교회들이 직면한 위기를 반동성애, 반공산주의라는 프레임으로 복음을 훼손시키면서 극복하려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기독교가 탄압받는다’는 피해의식이 자라며, 반동적 극우 담론에 기대어 저항하게 있는 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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