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트럼프 2기에 대한 대응
1기 당시 이민정책 강하게 비판
워싱턴DC의 차기 대주교로 트럼프를 비판해온 추기경이 임명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2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다.
가톨릭 매체 CNA는 6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의 차기 대주교로 로버트 맥엘로이(70) 추기경을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맥엘로이 추기경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이민자 인권을 옹호하고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해온 진보적 성향을 평가받아왔다.
맥엘로이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절대적 지지자로 난민 보호와 환경문제, LGBTQ에 대한 지지 등 진보적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불법 체류자 추방 등에 대해 캘리포니아 모데스토 지역 가톨릭 신자들에게 ‘방해자’(disruptor)가 돼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는 “불법 체류자들을 추방하고 부모와 자녀를 떼어놓으려고 거리에 군대를 투입하는 정부의 정책에 방해자가 되야 한다”며 “끔찍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을 저지해야 한다”고 연설했다.
맥엘로이 추기경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 소식을 듣고 “믿을 수 없다”며 깊이 탄식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그는 “미국 정치 역사의 가장 큰 슬픔”이라며 “우리 백성들의 10% 이상이 찢기고 추방되는 시점에서 가톨릭이 그를 지지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조차 없다”고 언급했다.
CNN 방송은 맥엘로이 추기경의 DC 대주교 임명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교황청의 시각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판해온 인물을 주 바티칸 대사로 임명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분석도 있다.
펜실베이니아 소재 빌라노바 대학(Villanova University)의 교회사 학자인 마시모 파기올리 교수는 “이번 임명은 1월 6일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기념일에 실행한 대담한 결정”이라고 평했다.
또한, “미국과 같이 성직자들이 보수적인 나라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을 뽑기란 쉽지 않다”며 “이번 인사는 지난해 초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맥엘로이 주교는 하버드대에서 역사학 학사, 스탠퍼드대에서 미국 역사학 석사 및 정치학 박사를 받았고, 교황청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샌디에이고 교구장이었던 2022년 교구 역사상 처음으로 추기경으로 서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