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버지의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 에마누엘레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버지의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 에마누엘레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쾌유를 비는 마음이 각지에서 펼쳐지고 있다. 종교개혁의 대상이었던 가톨릭이 가장 신뢰받는 종교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그의 역할이 곳곳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월 14일 복합적인 폐 감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동안 위중한 상태까지 갔으나 최근 며칠간 ‘점진적이고 미세한 회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8세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으며, 젊은 시절 한쪽 폐를 절제한 적이 있어 종교를 떠나 전세계 많은 이들의 걱정을 자아냈다. 하지만, 최근 의사들은 ‘치료가 좋게 반응하는 중’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재임중 보여준 관대함과 따스함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전세계 80개국에서 동시 출간된 교황의 첫 자서전 ‘희망’(원제 Spera)이 재조명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3년 라틴 아메리카 출신으로 최초로 선출된 후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2019년부터 6년간 집필해 『희망』(가톨릭 출판사, 2025)을 내놓았다. 

『희망』은 3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자서전으로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생을 담고 있다. 이 책에는 교황의 유년기, 청소년기 등의 전 생애를 담고 있다. 

『희망』의 한국어 번역자인 천주교 서울대주교 이재엽 신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따뜻한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엽 신부는 “이 책을 보면 따뜻하고 겸손한 교황님의 성품이 잘 드러난다”며 “교황께서 수없이 강조했던 평화, 겸손, 친근함, 위로, 용기, 전쟁, 희망 같은 주제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책에는 바닥에 엎드려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의 발에 입을 맞추는 사진이나 자신을 ‘파타 두라’(아르헨티나에서 축구에 서투른 사람을 부르는 말)이라고 부르는 일화 등 겸손하고 유머러스한 교황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에서는 SNS를 통해 폐렴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인 교황의 쾌유와 함께 따뜻한 품성을 보여주는 일화가 담긴 동영상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 영상은 2018년 이탈리아 한 성당 뒤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어린 소년의 질문을 받는 장면이 담겨있다. 

에마누엘레라는 이름의 어린이는 교황 앞에서 서럽게 울다가 귓속말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우리 아빠는 착한 사람이었고 저를 비롯해 4명의 자녀에게 세례를 받게 해주셨어요. 그런데, 아빠는 하나님을 믿지 않고 얼마전에 돌아가셨는데, 아빠가 천국에 갔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보수적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답변은 파격적이었다. 

“하나님이 착한 사람을 저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하나님이 자기 자녀들을 버리실 분일까? 비록 하나님을 믿지 않았지만 4명의 자녀에게 모두 세례를 받게 했으니 하나님은 기뻐하셨을 거야. 이게 바로 하나님의 답이란다.” 

한때 교계에서 화제가 된 화두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왜 가톨릭은 성장하고 개신교는 쇠퇴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 서강대 사회학과 대학원의 조세희씨는 그의 논문을 통해 가톨릭 교회의 ‘관대함’이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지적했다. 

조세희씨는 “한국의 가톨릭 신자는 신앙생활이 느슨하고 외부세계에 배타적이지 않은 ‘관대한 교회’의 특징을 갖고 있는 반면, 개신교 신자는 신앙생활에 타이트하고 외부세계에 배타적인 ‘엄격한 교회’의 특징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가톨릭의 관대함이 교회의 성장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개신교는 반공과 반동성애 등의 자기 울타리에 갇힌 배타적·교조적 모습과 함께 전광훈, 손현보와 같은 목사라는 직함도 부끄러운 극우세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희망과 ‘관대함’이 한국 개신교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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