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와 무관한 근거 없는 통설일 뿐이다

어떤 주장이 민간, 학계, 언론, 정부 자료에도 등장하면, 손쉽게 사실로 받아들이곤 한다. 하나의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비판없이 인용하거나 공유를 한다. 그러나 이렇게 공유되는 주장에도 사실이 아닌 것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주배경인구가 총 인구의 5%를 넘어서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라는 주장이다.

국회도서관 발행 Social Signal 2024-1호(통권 제 41호) pdf 자료집 갈무리https://argos.nanet.go.kr/bbs_img/bbs/153/b0438439-3592-4a0a-b005-c820a966fa85.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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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이주배경인구가 총 인구의 5%를 넘어서면 다문화·다인종 국가?

"OECD는 이주배경인구가 총 인구의 5%를 넘어서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 국회도서관, Social Signal 2024-1호(통권 제 41호)

"이르면 올해 우리나라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된다. 다문화 인구, 장기 체류 외국인 등 이주배경 인구의 비중이 5%를 넘어서면서다." - 머니투데이(2024-06-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국인 귀화자, 내국인 이민자 2세 및 외국인 인구를 합친 이주배경인구가 총인구의 5%를 넘을 경우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하는데 이 같은 수치는 한국이 본격적인 다문화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코리아넷(2024-01-17)

연합뉴스TV(2023-11-25) 화면 갈무리

"내년엔 이러한 장·단기 체류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에 진입한다는 겁니다." - 연합뉴스TV(2023-11-25)

"OECD는 총인구 중 외국인, 이민 2세, 귀화자 등 ‘이주배경인구’가 5%를 초과하는 경우, 다문화사회 및 다인종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 배성희. "이주민예술인에 대한 정책현황과 향후 과제"(국회입법조사처, 2022-12-30)

이런 표현은 민간, 학계, 언론, 정부 자료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OECD 공식 자료 어디에서도 이 같은 기준을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주장이다. 

이 주장의 유래를 찾아 보았다. 온라인으로 자료를 다 검토하는 것은 한계가 많다. 모든 자료를 열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 명확하게 밝힐 수 없다. 그래도 이런 근거 없는 주장의 공유 과정을 찾을 수 있다.

 

사실 확인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가 한국을 다문화 국가로 규정했다"는 서술은 이미 2009년에 등장한다. 그 탄생 과정을 살펴본다.

"유네스코(UNESC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는 한국을 다문화 국가로 규정..." - 정의철. <다문화 커뮤니케이션>(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p. xi.

흥미롭게도 2013년에 나온 이 책에서는 "OECD는 한국을 다문화 국가로 규정"했다고 말한다. OECD만 언급되는 것이 아니라 UNESCO도 같이 등장한다. "유네스코와 경제협력개발기구는 한국을 다문화 국가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UNESCO와 OECD는 한국을 다문화국가로 규정했다는 주장의 기원을 따라가 본다.

"이미 UNESCO와 OECD는 한국을 다문화국가로 규정했으며(정한업, 2009)" - 정의철, "다문화 사회와 이주민 미디어: 소수자 공론장으로의 가능성 모색." 한국 사회 미디어와 소수자 문화 정치 - 전규찬 , 이희은, 황인성, 주형일, 김수미 · 2011. p.285.

위 소논문에서 정한업의 글이 언급된다. 아래의 소논문이 출처이다.

"UNESCO와 OECD와 같은 세계기구들은 한국을 이미 다문화국가, 이민국가로 규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 정한업. 프랑스의 상호문화교육과 미국의 다문화교육의 비교연구. 프랑스어문교육 32(2009), p.105.

그런데 이 소논문에는 정한업의 주장이 있을 뿐, 별도의 근거나 출처 제시는 없다. 그와 비슷한 주장은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래의 기사에 언급된 차용호(당시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사회통합팀 사무관)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외국 태생 인구 비율이 국민의 5% 이상 돼야 다문화 사회로 분류된다"고 말할 뿐, 이런 기준이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차용호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사회통합팀 사무관은 "외국 태생 인구 비율이 국민의 5% 이상 돼야 다문화 사회로 분류된다"며 "아직 그 비율이 2.2%에 불과한 한국으로선 단순히 문화ㆍ복지주의적 관점을 넘어 정책적 측면에서 외국인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인지, 사회 통합 과제는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단계"라고 지적했다." - 매일경제(2009-02-04)

 

정리

"외국 태생 인구 비율이 국민의 5% 이상 돼야 다문화 사회로 분류된다", "OECD는 이주배경인구가 총 인구의 5%를 넘어서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라는 주장은 OECD와 무관하다. 그 같은 주장의 근거도 찾을 수 없다. 아래와 같은 기사 내용도 참고할만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국내 외국인 비율이 5% 이상이면 다인종·다문화 국가’라는 주장은 미디어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OECD는 다인종·다문화 국가의 기준을 설정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 "- OECD에서 ‘국내 거주 외국인 비율 5%’ 해석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나. “2022년 1월 조나단 샬로프 OECD 국제이주부서 수석 정책분석관이 나에게 ‘한국 미디어에서는 왜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하느냐’라며 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도 ‘이상하게도 한국의 언론들은 OECD에 존재하지 않는 이민자 비율 5% 이상이면 다문화 국가라는 기준을 인용한다’라고 썼다. 이 문제와 관련해 샬로프는 OECD 동료들과 함께 ‘2009년 한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논문’을 발견했다고도 알려왔다.” - 월간조선(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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