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그러나 적절하지 않은 서술일 뿐이다.

무슬림 인구를 언급하는 말이나 글에 "57개 이슬람국가"라는 표현이 흔하게 나온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이슬람 전문가로 알려진 이희수 교수도 이와 같은 주장을 줄곧 하고 있다. (*아래 인용한 책에서 인용한 페이지를 언급하지 못하는 경우는 eBook을 참고한 까닭이다.)

[최강1교시] EP. 1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 편견과 오해를 넘어, 이슬람 동영상 갈무리
[최강1교시] EP. 1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 편견과 오해를 넘어, 이슬람 동영상 갈무리

주장: "이슬람 국가는 57개국"

"이 책이 그동안 버려두었던 57개국 20억, 이슬람 문화권을 온전한 지구촌 식구로 받아들이는 선물이 되기를 고대한다." - 이희수. <세상을 바꾼 이슬람>(2022).

"현재 무슬림 인구는 20억 명이고, 이슬람 국가는 57개국에 이른다." - 이희수. <세상을 바꾼 이슬람>(2022).

"이슬람은 57개국, 20억 명 이상, 즉 지구촌 4분의 1에 달하는 세계 최대 단일 문화권이다." - 이희수. <세상을 바꾼 이슬람>(2022).

"우리 입장에서도 이슬람 세계는 중요하다. 57개국 20억 인구, 지구촌 4분의 1에 해당하는 거대한 단일 문화권을 내버려 둔 채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이희수. <세상을 바꾼 이슬람>(2022).

"세계적인 통계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발표에 의하면 이슬람을 믿는 인구는 20억 명을 넘어섰다(2021년도 기준). 이슬람 국가는 유엔 회원국 기준으로 57개국에 이른다. 지구촌 4분의 1에 해당하는 최대 단일 문화권이다." - 이희수. <도시로 보는 이슬람 문화>(2022).

그는 이 같은 주장을 오래전부터 펼쳐왔다.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의 통치로 접어든 직후의 방송 인터뷰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펼쳤다.

[주진우 라이브] 2021년 8월 31일(화) 방송 갈무리
[주진우 라이브] 2021년 8월 31일(화) 방송 갈무리

KBS 1 라디오의 [주진우 라이브] 2021년 8월 31일(화) 방송 내용 가운데 이희수 교수와 진행자 주진우 기자 사이의 대화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유튜브 KBS1 라디오 영상 기준으로 15:17-17:06사이이다.

​주진우: 이슬람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 혐오, 공포. 이런 게 있습니다. 이슬람을 잘 몰라서 그러는 것도 같은데요. 조경태 의원께서 "이슬람 문화권은 신정일치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하고 너무 다르다. 너무나 다르니까 이슬람 난민은 이슬람 문화권으로 보내야 된다." 이렇게 주장하시던데.

이희수 : "공부 좀 더 하셔야겠네요. 예 지금 이슬람권 인구가, 퓨 리서치 센터 통계로, 19억이 조금 넘습니다. 이슬람 국가는 57개가 있고, 유엔 회원국 기준으로. 19억, 57개국, 지구촌 1/4을, 연제까지 적대적 이해당사자로 만들어 놓고 편견과 오류 속에 우리가 글로벌 전략을 얘기한다는 것은, 허구는 아닐까요?"

 [오태훈의 시사본부] 2021년 8월 20일(화) 방송 갈무리
[오태훈의 시사본부] 2021년 8월 20일(화) 방송 갈무리

KBS 1 라디오의 [오태훈의 시사본부] 2021년 8월 20일(화) 방송 내용 가운데 이희수 교수와 진행자 오태훈 아나운서 사이의 대화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유튜브 KBS1 라디오 영상 기준으로 01:34-02:01사이이다.

오태훈 : 전세계에, 1/4, 25퍼센트가 이슬람 교인이에요.

​이희수 : 어, 현재, 세계 최대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 최근 통계에 의하면, 지금, 이슬람권 인구가 19억 정도 나와 있고요. (오태훈 : 예) 이슬람 국가로 유엔에 가입하고 있는 나라가 정회원국 기준으로 57개국입니다. (오태훈 : 어..) 현재, 193개국이니까, (오태훈 : 예) 정확하게 지구촌 1/4에 해당되는 세계 최대 단일문화입니다.

[최강1교시] EP. 1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 편견과 오해를 넘어, 이슬람 동영상 갈무리
[최강1교시] EP. 1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 편견과 오해를 넘어, 이슬람 동영상 갈무리

이희수 교수의 부산 경남 지역에 기반을 둔 KNN 강연(2021년 7월 19일), [최강1교시] Full.ver 편견과 오해를 넘어, 이슬람 I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그의 52분 정도 분량의 강의 동영상 가운데 아래와 같은 그의 주장이 이렇다. 유튜브 영상 기준으로 02:00-02:30사이이다.

​여러분은 이슬람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계시고, 알고 있는 사실조차,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계신가요? 현재, 세계의 이슬람 인구는 19억 명을 조금 넘는 걸로 나와 있습니다. 이슬람 국가로 UN에 가입하고 있는 나라가, 정회원국 기준으로 57개국입니다. 현재 유엔 회원국이 193개국이니까, 지구촌 4분의 1에 해당되는 세계 최대 단일 문화권입니다.

[최강1교시] EP. 1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 편견과 오해를 넘어, 이슬람 동영상 갈무리
[최강1교시] EP. 1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 편견과 오해를 넘어, 이슬람 동영상 갈무리

이보다 앞서서 동일한 주장을 펼친 그의 말과 글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슬람 세계는 15억 57개국, 지구촌 4분의 1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단일 문화권이다." -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2013), 이희수

 

사실 확인

이희수 교수는 꾸준하게 "57개 이슬람국가"를 주장한다. 이 주장은 OIC 57개국을 바탕에 깔고 있다. OIC는 이슬람협력기구(Organization of Islamic Cooperation)의 줄임말로 1969년 이슬람 국가들의 연대, 협력 등을 목적으로 창설된 국제기구이다. 물론 이 교수만 이같이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2021 년 12월 <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의하면, 국내체류 외국인 무슬림 인구는 204,556명이며, 이 가운데 이슬람 협력기구(OIC: Organization of the Islamic Conference) 57개 회원국가 출신의 무슬림들은 l71,l33명이다." - 안석열. <아랍 무슬림 디아스포라를 만나다>(2022),(p.21).

"본 연구의 목적은 홉스테드의 문화 모형에 포함되지 않은 57개 이슬람 국가의 문화적 가치 점수를 추정하는 것이다." - 이지석, ZHAO HONGYAN, 허지현, 최룡 and 권종욱. "Predicting Cultural Values in Islamic Countries: The Six Cultural Dimensions of Hofstede’s Model" 연세경영연구 57, no.1 (2020) : p.2.

"본고의 주제인 이슬람 형법이란 서구의 형법을 모방하지 않고 이슬람의 종교적 가르침인 샤리아에 기초한 형법을 의미한다. 이슬람 형법을 시행중인 국가는 57개 이슬람 국가들 중에서도 소수에 속한다." - 이기헌. "이슬람 형법상의 범죄와 형벌" 비교형사법연구 20, no.1 (2018) : p.196.

"기존의 문화군 연구에서 도출된 이론적 틀로 분석한 결과 이슬람 57개 국가는 3개의 문화군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지석, 양오석, 허지현 and 권종욱. "Do Islamic countries have one culture? - Focusing on Cultural Cluster Analysis" 기업경영리뷰 9, no.1 (2018) : 31-54.

"현재 무슬림 인구는 전 세계 약 57개국에 16억 명이 분포된 것으로 추정되어서, 소비시장 확대에 이슬람문화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김중관. "선진 할랄시장의 구조분석을 통한 국내산업 개발 전략 :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U.A.E. 중심으로" 중동연구 35, no.3 (2017) : p.43.

"오늘날 무슬림의 인구는 17억을 넘어섰고, 이 인구 중에 93%가 60세 이하이며, 무슬림이 주류인 국가가 57개국에 이른다."... "무슬림이 주류인 국가는 57개국에 이르는데 이는 전 세계 206개 국가 중에서 27% 해당하는 수치이다." - 정승현. "꾸란의 예수 이해와 하나님의 선교" 복음과 선교 38, no.2 (2017) : p.311. 313.

[최강1교시] EP. 1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 편견과 오해를 넘어, 이슬람 동영상 갈무리

이슬람 국가는 57개가 있고, 유엔 회원국 기준으로 19억, 57개국?

이슬람국가? 어떤 나라가 이슬람 국가일까? 국교가 이슬람인 나라? 이슬람 왕정국가? 여러 가지로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무슬림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국가로 설명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전체 국민의 99.8%(통계마나 다르기는 하지만, CIA World Factbook에 따르면)가 무슬림인 터키는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나라는 아니다.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나라는 24개국으로 아래와 같다.

리비아, 말레이시아, 모로코, 모리타니, 몰디브, 바레인, 방글라데시, 브루나이, 사우디아라비아, 소말리아, 아랍에미리트, 아프가니스탄, 알제리, 예멘 아랍공화국, 오만, 요르단, 이라크, 이란, 이집트, 지부티, 카타르, 쿠웨이트,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등

OIC에 소속된 57개국 모두가 이슬람 국가이다? 물론 아니다. OIC 가입 국가 57개국 중에도 기독교 인구가 무슬림 인구를 압도하는 나라들도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통계 기준 연도나 통계 수치는 연구 기관이나 연구 주체에 따라 차이가 있다. 아래의 종교 인구 비율 수치는 미국 CIA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World Factbook 2024년(https://www.cia.gov/the-world-factbook/)을 참고했다.

CIA World Factbook 누리집 갈무리
CIA World Factbook 누리집 갈무리

아프리카의 가봉은 무슬림 인구가 10.8% 정도인 데 반해, 기독교 인구는 8o.2% 정도(로마 가톨릭 29.8%, 개신교 46.4%, 기타 기독교 4%)이다. 중남미의 가이아나는 무슬림 인구(6.8%)가 기독교 인구(62.7%)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개신교 34.8%: 오순절 22.8%, 안식교 5.4%, 성공회 5.2%, 감리교 1.4%), 기타 기독교인 20.8%, 로마 가톨릭 7.1%, 무슬림 6.8%). 수리남도 무슬림 인구(13.8%)가 기독교 인구(48.4%, 개신교 23.6%: 복음주의 11.2%, Moravian 11.2%, Reformed 0.7%, Lutheran 0.5%), 로마 가톨릭 21.6%, 무슬림 13.8%, 기타 기독교인 3.2%)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아프리카의 모잠비크, 카메룬, 탄자니아, 토고도 비슷한 상황이다. 모잠비크는 무슬림 인구(18.9%)보다 기독교 인구(59.8%)가 크게 앞서고 있다(로마 가톨릭 27.2%, 무슬림 18.9%, 시온주의 기독교 15.6%, 복음주의/오순절 15.3%, 성공회 1.7%, 기타 기독교 4.8%). 카메룬의 무슬림 인구(30.6%)는 기독교 인구(66.3%)의 절반에 불과(로마 가톨릭 33.1%, 개신교 27.1%, 기타 기독교 6.1%, 무슬림 30.6%)하다. 탄자니아도 무슬림 인구(34.1%)가 기독교 인구(63.1%)의 절반 정도 수준(기독교인 63.1%, 무슬림 34.1%,)일 뿐이다. 토고도 무슬림 인구(14%)보다 기독교 인구(42.3%)가 많다(기독교 42.3%, 토속 종교 36.9%, 무슬림 14%).

우간다는 13.7% 무슬림인데, 기독교 인구는 개신교 45.1% (성공회32.0%, 오순절, 복음주의 11.1%, 안식교 1.7%, 침례교 .3%)와 로마 가톨릭 39.3%를 더하면 84.4%에 이른다. 베넹의 경우도 무슬림 인구는 27.7%로, 48.5%의 기독교 인구(로마 가톨릭 25.5%, 개신교 13.5% (Celestial 6.7%, 감리교 3.4%, 기타 개신교 3.4%), 기타 기독교 9.5%,에 훨씬 못 미친다.

​한편 러시아(CIA World Factbook 2024에 실린 2006년 추정치 무슬림 10-15%)와 태국(CIA World Factbook 2024에 실린, 2021년 추정치 무슬림 5.4%)이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OIC 57개국 모두가 유엔 정회원국은 아니다. 팔레스타인이 그 경우이다.

 

정리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이나 주장 안에 근거가 없거나 모호함이 뒤섞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가운데 하나가 "57개 이슬람국가"라는 표현이다. 

'이슬람국가'가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나라를 뜻한다면, 24개국 정도이다. ​무슬림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는 무슬림 다수 국가의 수는 50개국 정도이다. 이들 나라가 모두 OIC 국가도 아니다. 최소한 OIC 회원국 가운데 최소한 9개국은 기독교 다수국가이다. 무슬림과 기독교인의 비율이 1:1.5에서 1:9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가봉(10:8% vs 80.2%), 가이아나(6.8% 62.7%), 모잠비크(18.9% vs 59.8%), 토고(14% vs 42.3%), 수리남(13.8% vs 48.4%), 우간다(13.7% vs 45.1%), 카메룬(30.6% vs 66.3%), 탄자니아(34.1% vs 63.1%), 베넹(27.7% vs 48.5%).

무슬림 다수 국가라 할지라도 대부분의 나라에는 기독교인이 존재한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57개 OIC 회원국 출신 모두를 무슬림으로 추산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이슬람국가'라는 표현은 무슬림 다수국가로 바꾸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런 점에서 OIC 회원국을 바탕에 깔고 있는, "57개 이슬람국가"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하다. 더욱이 이들 국가 출신 외국인 체류자 전체를 무슬림으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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