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4일까지, KOSTA/USA 집회가 ‘THE STORY, 하나님나라’ 주제로 시카고 Wheaton College에서 열렸습니다. 주제 강의에 대한 리뷰와 강사 인터뷰를 6회에 걸쳐서 연재합니다. KOSTA운동에 대한 역사와 미래를 함께 조망해 봅니다. -편집자 주-
        2024 미주KOSTA에서 강연 중인 김예원 변호사 @ 코스타 제공
        2024 미주KOSTA에서 강연 중인 김예원 변호사 @ 코스타 제공

“장애인은 현대의 노예다.”

사람은 차별 앞에서 쉽게 길들여지고 무기력해진다. 장애인들에게 “너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소중한 존재다” 하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그들은 이미 사람들의 차별 앞에서 길들여졌고 무기력해졌다. 특히 중증 장애인들은 본인이 어떤 차별과 피해를 받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나는 이들을 돕는 장애인 인권 변호사다. 이를테면 ‘공짜’ 변론을 한다. 이런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 먹은 데에는 소위 ‘거룩한’ 동기 같은 건 없다. 그냥 내 성격이 좀 ‘삐뚤어져서’(?) 그런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에게도 장애가 좀 있긴 하지만, 이런 이유로 장애인을 돕고자 한 동기는 전혀 없었다. 어느날 공익 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된 장애인과의 만남이 내 인생에 훅 들어왔을 뿐이다. 지금이 무슨 중세 시대도 아니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러한 차별과 폭력이 일어날 수가 있지?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서 동시에 그 일과 관련된 주위의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들이 나에게는 새로운 삶의 동기가 되었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이러한 삶이 하나의 ‘운동’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변호사 활동은 새로운 배움의 시작이었다. 장애인을 배우고, 차별을 배우고, 함께하는 것을 배웠다. 어느 시점부터 단순한 육체적 장애만이 아니라 삶에서 장애를 겪는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노동자, 아동, 청소년, 소외된 자, 싱글 맘 등 매우 다양하다. 나 역시도 어릴 때 힘들게 자라난 배경이 있다. 나의 한쪽 눈이 없다는 사실을 중학교에 가서 알았다. 너무나 슬프고 억울했지만 내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 어떤 것도 없었다. 절망과 무기력함에 빠졌다. 어떤 삶으로 나아가야 할 지 몰랐을 때, 엇나간 길이 아니라 지금의 방향으로 이끌어 주신 분이 예수님이다.


“온전한 사람은 없지만, 온전히 사랑할 수는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선함은 ‘kindness’의 의미를 넘어선다. 베드로전서 3장 11절에 보면 “악에서 떠나 선을 행하며, 평화를 추구하며, 그것을 쫓아라” 하는 말씀이 나온다. 여기에서 선한 일이란, 질서를 회복하는 일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 하면 ‘공공선’을 뜻한다. 성경이 가르치는 선함은 공공선을 실현하는 것이다. 장애인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적대자들 중에, “나는 하나님만을 사랑한다”고 외치는 기독교인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의 의미는 무엇일까? 자기 중심적인 이기적 욕망의 표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장애인권법센터>는 “장애, 인권, 법”의 공공선을 위해서 활동하는 법률사무소다. 범죄 피해가 뭔지도 잘 모르는 중증 장애인들,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많아서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없는 사람들, 상황을 인식하지 못해서 대처 자체를 아예 할 수 없는 사람들, 이렇게 인권의 완전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법적으로 돕고자 한다. 이런 분들에게 수임료를 지불하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비영리’ 법률 단체로 운영한다. 일종의 자비량 선교사처럼 일하고 있다. 돈은 다른 활동으로 벌고, 그 돈으로 이들을 돕는 데 사용한다.

소위 인권 운동은 “장애인을 돌봐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살펴야 한다” 하는 차원의 거창한 방식이 아니다. 그냥 단순히 내 ‘곁’을 내주는 것이다. 내 옆자리를 장애인이나 약자에게 내주면 된다. 그 사람이 누구이든지 간에 나의 입술을 조심하고, 나의 행동을 신중하게 하고, 조금씩 조금씩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분들의 목소리도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은 단지 ‘장애’가 있을 뿐이지 똑같은 사람이며, 비정상인이 아니라 정상인이다. 장애는 돕는 차원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사는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김예원 변호사 @미주뉴스앤조이 
김예원 변호사@미주뉴스앤조이 

“세상을 소란스럽게 하는 사람들”

나는 왜 목소리를 내는가? 명확한 이유가 있다. 목소리를 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마이크를 내주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부유하다고 해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더불어 함께 사는 복지국가가 될 수 있다. 발언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마이크가 가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현실 때문에, 나는 그들 옆에 서서 함께 소리를 내며 응원한다. 사무실에만 있는 사람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더구나 장애인들은 자신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나는 정치적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소리를 아예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경우에, 그들의 편에 서서 대신 목소리를 내고자 할 뿐이다.

<사도행전> 17장 7절에 보면 “세상을 소란스럽게 한 사람들이 여기에도 나타났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스도인들이 나타나면 세상이 소란스러워진다. 바울의 일행이 등장하면 그 도시는 언제나 소란스럽게 요동쳤다. 유대인과 이방인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주인과 노예의 신분을 없애고, 남자와 여자의 벽을 허물고, 부자와 가난한 자의 불평등을 제거하였다.

예수님은 어떠했는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어울려 먹고 마셨고, 눈 먼 자들을 보게 하고, 저는 자들을 뛰게 하고, 듣지 못하는 자들을 듣게 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놀랐고, 온 동네가 시끄러웠다. 예수님은 세상을 소란스럽게 하는 대표적인 분이시다. 

오늘날은 과연 그럴까? 현대의 기독교인들은 교양인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우아하고 조용하고 귀품이 있다. 부드러운 말을 사용하고, 절대로 소란을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소리치는 자들을 멀리 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구제 헌금은 하지만, 그들을 위해 소란을 피우거나, 함께 식사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담임 목사와 장로 일행은 늘 환대하지만, 난민들과 이방인들은 철저하게 외면한다. 세상은 언제나 평안하고 조용하기만을 원한다. 소란은 그리스도인의 몫이 아니라 사탄의 음모라고 치부한다. 교회는 단지 하나님께 기도만 드릴 뿐, 세상을 향해서 소리를 내거나 소란을 피워서는 절대로 안 된다.   

“KOSTA에서 청년의 희망과 열정을 본다”

KOSTA에 참여하게 되면서 여기에는 소란스러운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대체 코스타를 섬기는 분들은 어떠한 이유와 목적으로 이렇게 헌신하고 계실까? 너무나 궁금해서 혹시 누군가에게 ‘가스 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물어보기까지 하였다. ‘코스탄’(Kostan)들은 매우 역동적이다. 전 세대의 사람들이 다 참석하는데, 특히 인생의 큰 전환점에서 무언가 결심을 얻고 싶어서 오는 청년분들이 많다. 이들은 모든 것을 쏟아내 놓고, 서로 교감하고, 대화하고, 기도한다. 미국 교회에 가서 미주 KOSTA를 자랑한 적이 있다. 그들은 이런 한국인들의 모임을 생소해 하며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일 년에 한 번씩 모여서 대형 집회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납득하지 못했다. 그들에겐 그 역동성이 매우 낯설기도 하면서, 동시에 부럽기도 한 느낌이었다.

올해로 코스타는 39살이 되었다. 어느덧 중년의 40대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코스타의 모습은 맨 처음에 시작했던 그 청년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코스타는 그 자체가 ‘청년’이다. 굳이 년수를 헤아리고 그에 걸맞는 무슨 의미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언제나 청년의 그 역동성이 코스타의 정체성일 것이다.

코스타는 청년으로 태어났고, 청년으로 살아왔고, 청년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지금 여기에 모이는 사람들은 다양한 세대들이다. 그들의 나이와 상관없이 코스타에 들어오는 순간 청년의 열정과 꿈으로 함께 나누고 호흡한다. 코스타 청년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언제 소란스러워질 것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로서 공익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장애인 차별금지법 해설서>,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 <이상하지도 아프지도 않은 아이>,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 <사람을 변호하는 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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