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미주코스타, 정원에서 배우는 "샬롬” / 이성희 세미나

"피조 세계는 하나님으로 충만합니다. 정원은 그 충만하심을 감지하고 되새기는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2025년 미주코스타 컨퍼런스에서 진행된 이성희씨(뉴욕식물원 가드너) 세미나에서 생태 감수성과 영성 그리고 창조신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성희씨는 정원의 언어를 통해 하나님 임재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 회복을 꿈꾸는 여정을 참석자들과 나누었다.

이성희씨 (뉴욕식물원 가드너)는 정원의 언어로 하나님의 세계를 강의했다. @ 미주뉴스앤조이.
이성희씨 (뉴욕식물원 가드너)는 정원의 언어로 하나님의 세계를 강의했다. @ 미주뉴스앤조이.

이성희씨는 "교회는 단지 지역 건물 공동체를 넘어 하나님께서 지으신 피조세계 전체를 품는 공동체로 상상해 보아야 한다"며 자연 안에서 하나님을 인식하는 영적 감수성의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복잡한 생태 질서를 소개하며 "정원은 단순히 장식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을 경험하고 묵상할 수 있는 신학적 장소"라고 설명했다.

완도술꽃나무 @ 사진 이성희
완도술꽃나무 @ 사진 이성희

그는 완도에서 자생하는 '완도술꽃나무'와 미국 프레리 지역의 '드롭시드' 등 식물들의 사례를 통해 인간의 역사보다 먼저 그 땅을 채우고 있었던 하나님의 섭리를 이야기했다. "그 땅에 가장 적합한 식물을 심어두신 하나님의 배치는 우리가 어떻게 피조세계 안에서 하나님의 흔적을 감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물입니다."

정원에 대한 해석도 새롭게 제시되었다. 이성희 씨는 "정원은 문명의 상징이기도 하고 자연의 일부이기도 하다"며, 고대 제국의 과시용 정원에서부터 최근 생태 치유적 기능을 가진 자연주의 정원까지 그 흐름을 짚었다. 특히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정원이나 한국의 울산 태화강 정원처럼 생태와 공동체 경관이 어우러진 사례를 통해 "정원은 문명과 자연의 긴장을 해소하는 완충지이자 회복의 공간"이라 말했다.

뉴욕하이라인,  "정원은 문명과 자연의 긴장을 해소하는 완충이자 회복의 공간이다" 세미나에서 @ 사진 이성희 
뉴욕하이라인,  "정원은 문명과 자연의 긴장을 해소하는 완충이자 회복의 공간이다" 세미나에서 @ 사진 이성희 

그는 이어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색상, 질감, 형태로 식물의 특징을 관찰하고 꽃과 잎, 씨앗을 통해 변화하는 계절의 리듬을 느끼는 방식으로 감각을 열어갈 것을 제안했다. "식물의 형태 하나, 고사리의 질감 하나, 하얀 꽃과 어두운 잎 사이의 대조 속에서도 우리는 하나님의 섬세한 디자인과 임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성희씨는 특히 정원과 사람의 관계 그리고 피조세계 안에서 인간의 역할에 대해 창세기 본문을 인용하며 설명했다.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말씀은 착취의 면허장이 아니라 황폐한 땅을 회복하고 창조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경작하라는 명령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개념을 생태신학적으로 해석하며 "개발과 보존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적 경작을 통해 조화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리 그린스쿨,  @ 사진 이성희
그린스쿨, 그린스쿨은 자연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배우며 전인교육을 실현하는 글로벌 대안학교라고 웹사이트에 소개하고있다 @ 사진 이성희

그는 또한 발리의 그린스쿨 경험을 통해 생태교육과 생물종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팜유 농장으로 황폐화된 보르네오의 정글 속 오랑우탄 보호소 방문 경험을 나누며 "결국 사람의 탐욕이 망가뜨린 자연을 회복하는 데에도 사람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환경보호를 교회의 선교적 사명과도 연결 지어 설명했다.

팜유 농장으로 황폐화된 보르네오의 정글 속 오랑우탄 보호소 @ 사진 이성희
팜유 농장으로 황폐화된 보르네오의 정글 속 오랑우탄 보호소 @ 사진 이성희

세미나의 말미에서 그는 "자연은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아름다움과 성실하심을. 정원의 언어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샬롬의 가능성을 다시 회복하게 됩니다."

정원은 단지 꽃이 피는 곳이 아니라 피조물과 창조주 사이에 끊어진 고리를 잇는 '신학적 공간'이 될 수 있다. 이성희씨의 세미나는 그 공간 속으로 초대하는 따뜻한 설득이었다.

이성희씨는 『정원에서 길을 물었다』의 저자이자 뉴욕식물원(New York Botanical Garden)에서 가드너로 일하고 있는 정원 디자이너입니다. 그는 도시와 정원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발견하고, 생태감수성과 영성을 연결하는 실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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