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과 헌신으로 빚은 복음 공동체
미주 코스타(KOSTA/USA)가 올해로 40회를 맞았다. 북미 유학생 공동체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지난 10여 년간 조용히 축적된 변화의 흐름이 외형과 내용 모두에서 성숙하게 드러난 자리로 올해 (시카고 휘튼칼리지, 6/30-7/3) 컨퍼런스를 마무리했다.
1980년대, 복음적 회심과 제자도를 중심 청년운동 미주코스타는 초기에는 한국의 저명한 강사들이 주도하고 유학생 중심으로 구성되었지만 이후론 간사단 중심으로 주제와 강사 선정 프로그램 전반이 운영되며 평신도 주도의 방향성을 확립했다. 특히 30주년 전후로는 "우리가 누구를 섬기며 이 땅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더불어 한인 디아스포라 청년을 중심에 둔 방향 재정립이 이루어졌다. 이들은 이제 복음 안에서 민족과 세대, 문화를 초월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가야 할 존재로 이해되고 있다.
이번 40주년 컨퍼런스에는 1.5세, 2세, 비한인 청년들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더 이상 유학생만의 모임이 아닌 다문화·다세대의 공동체로 코스타는 한층 더 넓은 공동체를 품고 있었다. 약 7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기 등록이 마감되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이 운동이 다음 세대 안에서 깊은 영적 갈증과 기대를 일으키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변화는 전략이 아니라 오래동안 헌신해온 간사들이 중심이 되어 집단 지성과 자발적인 헌신으로 일궈낸 것이다. 강사의 인지도에 의존하지 않고 복음의 본질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개혁된 결과였다. 과거 강사 중심, 강연 중심이던 구조는 이제 삶의 현장에서 복음을 살아낸 이들의 고백과 나눔이 중심이 되는 상호적 집회로 바뀌었다. 강사와 참가자가 한 식당에서 같은 음식을 나누며 머무는 것 자체가 예배의 일환이 되었다.
눈에 띄는 점은 과거부터 코스타와 함께해온 목회자들이 여전히 이 자리에 있지만 ‘강사’가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간사들과 함께 앉아 청년들과 예배하며 울타리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다. 이는 이 운동의 성숙한 공동체성과 방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의 주제였던 ‘샬롬’은 단지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세대와 문화, 언어의 경계를 넘는 듣기와 나눔, 기다림을 통해 천천히 형성되어 가는 하나님의 임재였다. 참가자 중 한 명은 "이 오래된 운동 안에 새로운 것들이 담기고 있다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고 말했다.
참가자의 구성도 변화하고 있다. 18~29세 청년 참가자가 절반에 육박했으며 유스 코스타와 어린이 프로그램을 통한 가족 단위 참가도 활발했다. 이는 단순한 복귀형 유학생 운동만이 아닌 이민 2세대가 신앙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자리로도 코스타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행사 곳곳에서 봉사하는 파란 조끼의 간사들 또한 이 운동의 본질을 상징한다. 그들은 단순한 스태프가 아니라 과거 코스타를 통해 삶의 전환점을 경험하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다른 청년의 여정을 묵묵히 돕고 있는 이들이다. 코스타는 그들에게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성령의 인도하심 가운데 청년 한 사람의 삶이 변화되는 거룩한 자리다.
코스타는 다시 본질로 돌아가 묻는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는가?" 그 질문 앞에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전하는 자와 살아내는 자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공동체로 선 이들은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이 아닌 존재와 방향을 고민하는 평신도 중심 운동의 좋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교회 청년 세대의 위기 속에서 이 운동은 더욱 빛난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 개신교는 전 연령대에서 감소세를 보였고 특히 20~30대는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20대는 19%에서 9%, 30대는 21%에서 11%로 줄었고, 40대마저도 26%에서 14%로 감소하는 등 교회의 중심이 사라지고 있다. 이탈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 세대를 위한 복음의 언어와 공동체가 여전히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이러한 시대적 맥락 속에서 미주 코스타는 청년 세대의 아픔을 예배와 공동체 성찰의 공간 안에서 받아안고자 한다. 청년의 언어로 복음을 다시 전하고 그 복음을 함께 살아내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며 디아스포라 교회와 한국교회 모두에 건강한 평신도 운동의 가능성을 열어 보이고 있다.
최병인 기자 / <미주뉴스앤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