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의 이슈에 깊은 공감…18일 즉위 미사 거행 예정

레오 14세가 교황 취임후 첫 추기경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레오 14세가 교황 취임후 첫 추기경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미국 시카고 태생의 로버트 프란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책을 유지하되 더 개방적인 기조를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레오 14세(Pope Leo XIV)’라는 이름을 선택하며 공식 즉위했다. 이는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이자,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콘클라베는 이틀간 총 네 차례의 투표 끝에 새 교황을 선출했으며, 지난 8일 오후 6시 7분경(현지시간) 흰 연기가 피어오르며 전 세계에 결과를 알렸다.

프레보스트 신임 교황은 즉위 직후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며 “가톨릭 교회는 이제 다시 한 번 희망과 연대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레오 14세는 즉위 연설에서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며 “물질주의와 분열이 만연한 이 시대에 교회가 빛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감과 연대를 중심으로 교회가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1955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는 미국과 페루 양국의 시민권을 갖고 있으며,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페루 시민권을 취득했고, 오랫동안 치클라요 대교구의 대주교를 지낸 바 있다.

학문적으로는 미국의 빌라노바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소속 수도사로서 경건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미국 뉴올리언스 지역에서는 레오 14세가 크리올(혼혈계 미국 흑인)의 혈통을 가졌다는 계보 연구 결과가 확인되며 지역 사회의 자긍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의 외조부모는 뉴올리언스 제7지구 출신으로, 지역 주민들은 그를 ‘제7지구의 교황(7th Ward Pope)’이라 부르며 환호하고 있다.

그는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가 강조한 환경 보호, 난민 인권 등의 사회 정의 이슈에 깊이 공감하며 이를 계승할 뜻을 밝혔다.

또한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고 억류 중인 기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한편, 교회가 “가난하고 침묵당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 내 민주적 논의 구조인 ‘시노달리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천명해, 교회 운영의 개방성과 참여성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레오 14세의 이 같은 행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일정 부분 계승하면서도,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한층 더 적극적으로 실현하려는 진보적 성향을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오 14세는 오는 18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즉위 미사를 거행할 예정이며, 10억 명이 넘는 가톨릭 신자들의 영적 지도자로서 공식적인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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