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목사,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에서 한국교회와 목회의 본질을 말하다
김영봉 목사가 강의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강의에서는 한국교회 내 정치화 문제와 복음의 본질이 훼손되는 현상을 지적하며,
교회와 목회의 방향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국교회가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 강의에서는 복음이 무엇이며 교회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 편집자 주 -
2025'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에서 김영봉 목사(와싱톤사귐의교회)는 한국교회가 복음을 ‘개인의 사유물’로 전락시킨 현실을 지적하며, 교회와 목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의 제목을 ‘Saving Private Jesus’라고 소개했다. 영화 제목 ‘Saving Private Ryan’을 차용한 이 표현은 오늘날 복음이 세속적 야망과 성공의 도구가 되어 “사유화된 예수(Private Jesus)”로 변질된 현실을 상징한다.
김 목사는 교회의 가장 큰 문제를 “사유화된 복음”, 즉 개인의 성공과 내세 보장에만 집중된 신앙이라고 규정했다. “우리는 예수를 ‘나를 위한 예수’, ‘내 문제를 해결하는 예수’로 축소했습니다. 그러나 복음은 개인의 욕망을 달래는 위로제가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입니다.” 그는 복음의 핵심은 개인의 변화, 그리고 변화된 개인을 통해 세상이 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순서를 잊는 순간, 교회는 길을 잃습니다.”
이어 한국교회의 정치화 문제에 대해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최근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비상계엄 주장과 정치적 혼란을 언급하며 일부 목회자들이 신앙의 언어를 정치 선동과 권력 유지에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십자가를 앞세우고 정치 집회 맨 앞에 서는 순간, 복음은 더 이상 복음이 아닙니다. 그것은 권력의 도구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형교회 중심 구조와 기복주의 신앙을 경계했다. “세계 10대 대형교회 중 6곳이 한국에 있습니다. 그것은 복음의 성공이 아니라 구조적 기복주의의 결과입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성장’과 ‘규모’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으며 복음을 변질시켰다고 말했다. “교회가 커질수록 빛이 커진다는 환상은 거짓입니다. 실제로는 교회가 커질수록 부패와 어둠이 커졌습니다.”
이어 그는 역사적으로 ‘바른 복음’을 지켜낸 사람들은 언제나 소수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언자 시대에도 다수는 침묵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예언서의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당시 소수자들이었고 박해받은 이들이었습니다.”
그는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도 정권에 저항하며 신앙을 지킨 고백교회는 다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고백교회는 소수였습니다. 그들은 환영받지 못했고, 거부되었고, 박해를 받았습니다.”
또한 일제강점기 신사참배 강요 앞에서 한국교회의 대부분이 굴복했지만, 끝까지 거부한 이들은 몇몇 소수의 목회자와 성도였음을 언급했다.
“다수가 가는 길이 언제나 진리가 아닙니다.
복음의 길은 늘 소수의 길이었습니다.”
강의는 목회자들의 내면적 갈등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김 목사는 자신의 목회 여정을 돌아보며 솔직하게 말했다. “나이가 들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확신보다 질문이 더 많아집니다. 때로는 ‘내가 믿어온 것이 정말 맞는가?’라는 질문이 찾아옵니다. 피곤한 월요일 아침엔 ‘그만둘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는 헨리 나우웬의 글을 인용했다. “예수님이 나처럼 60대 중반까지 살았다면 믿음이 흔들리지 않았을까?” 김 목사는 이 글을 언급하며 “의심과 질문은 실패가 아니라 성숙의 과정”이라고 했다.
이 지점에서 후배 목회자들을 향한 조언이 이어졌다.
“흔들려도 괜찮습니다.
흔들림 속에서 본질을 붙들 때 성숙해집니다.”
김 목사는 목회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결과 중심 목회’라고 말했다. “우리는 교회의 결과를 쥐려고 합니다. 하지만 교회는 우리가 완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목회의 본질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목회는 성과가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일입니다.”
그는 목회자들에게 작은 교회의 가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작다고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소수 속에서 진짜 변화가 일어납니다. 역사는 늘 소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목회의 방향을 세 가지로 제안했다.
멀리 보라,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라.
“우리가 할 수 없는 영역은 하나님이 하십니다.”
현실을 보라, 사회와 시대를 포기하지 말라.
“복음은 이 땅에서 정의를 추구합니다.”
가까이 보라, 오늘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을 섬기라.
“목회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을 품는 일입니다.”
강의의 마지막은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기도문으로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완성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씨앗을 심는 사람입니다. 열매는 하나님께서 거두십니다.” 김 목사는 말했다. “우리는 일꾼이지, 메시아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