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 이민 단속에 긴장 고조…강압적인 연행에 대해 항의
남가주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으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 300명이 넘는 이민자들이 체포됐고, 교회와 병원, 가정 등 ‘성역’으로 여겨졌던 공간들마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LA지역 한 교회 주차장에서 벌어진 체포 사건은 종교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1일 오전, LA 인근 다우 소재 다우니기념교회(Downey Memorial Christian Church)에서 정체불명의 무장 요원들이 교회 주차장에서 한 남성을 체포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담임목사 타냐 로페즈(Tanya Lopez)는 “교회라는 성역이 침해당했다”며 “이민국의 고압적이고 폭력적인 체포는 어디에서도 진행되어선 안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로페즈 목사는 요원들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무기를 겨누며 남성을 연행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했으며, 직접 나서 “영장은 있느냐, 누구를 대표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한 요원은 거대한 총기를 들이대며 위협했고, 다른 한 명은 “미국 전역이 우리의 소유”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촬영한 사진에는 흉탄 조끼를 입고 ‘POLICE’라고 적힌 마크를 붙인 요원들이 주차장 한가운데에서 남성을 제압하고 있는 장면이 담겼다.
로페즈 목사는 “이미 남성은 땅에 엎드린 상태였고, 세 명의 무장 마스크 요원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며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로페즈 목사는 스페인어로 남성에게 “이름이 뭐냐, 누구에게 연락하길 원하느냐”고 묻고자 했지만, 요원들은 아무런 응답 없이 철수했다.
그녀는 “예수께서 길을 보여주셨다(Jesus literally showed me the way)”며, 무장한 요원들 사이로 나아가 남성을 돕고자 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이 사건은 최근 연방 정부가 ‘민감지역(Sensitive Locations)’ 정책을 폐지하면서 교회, 학교, 병원 등에서도 이민 단속을 가능케 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LA 카운티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는 이민자 체포와 관련된 시민 시위와 종교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과 종교 지도자들은 이 같은 단속이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연방 정부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일부 교회는 이민자 보호를 선언하는 ‘성역 교회(Sanctuary Church)’ 운동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페즈 목사는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며 “신앙과 정의를 위해, 교회의 문은 두려운 이들을 위해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