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교회들, ICE 급습 이후 공포 속 예배…성찬은 가정으로, 봉사는 공백으로

이민세관단속국과 교인들이 교회 앞에서 대치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민세관단속국과 교인들이 교회 앞에서 대치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급습이 남가주 지역 가톨릭 교회들까지 번지면서, 신앙의 중심이던 예배당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LA 타임스는 11일, 최근 몬트클레어(Montclair)의 ‘루르드의 성모 성당(Our Lady of Lourdes)’ 등 일부 가톨릭 성당들이 ICE의 집중 단속 대상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성당 인근에서 체포가 이뤄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교인들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일부 교회는 주일 미사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신앙 공동체의 결속이 무너지는 중이다.

한 이민자 교인은 “교회는 언제나 피난처였다”며 “하지만, 요즘은 그곳에 가는 게 더 무섭다”고 언급했다.

오렌지카운티 교구의 케빈 밴(Kevin Vann) 주교는 신자들에게 주일 미사 참석 의무를 면제하진 않았지만, 사제들이 가정 방문을 통해 성체를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 다른 사제 로하스(Rojas)는 별도 교서에서 “이민 단속에 대한 두려움은 ‘중대한 불편(grave inconvenience)’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이는 신자의 영적 삶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그는 신자들에게 기도와 성경 묵상, ‘영적 영성체(spiritual communion)’를 권고했고, 지역 사목자들이 직접 신자 가정을 찾아 위로와 기도를 나눌 것을 지시했다.

침묵 속의 예배, 주일 아침의 긴장감

지난 주말, LA 중심가의 ‘천사의 성모 대성당’(Cathedral of Our Lady of the Angels). 평소와는 달리 조용하고 침착한 분위기 속에서 미사가 진행됐다. 성당 밖에서는 ICE 단속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안에서는 불안과 기도가 뒤섞인 시간이 흘렀다.

마리아 마추카(Maria Machuca)는 부모와 함께 조용히 미사에 참석했다. 그는 “우린 신앙 외에는 기댈 게 없다”며 “함께 기도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산티 카마초(Santi Camacho)는 이전엔 가끔씩 성당에 나갔지만, 지금은 단 한 번의 외출조차 갈등이다. 그는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매번 든다”며 “예배를 지켜야 할지, 가족을 지켜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사야(Isaiah)’라는 이름의 또 다른 신자는 이렇게 말했다. “교회는 유일하게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하나님께서 저를 지켜주신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민자들은 더 이상 그 믿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ICE 측은 “단속은 성당 내부가 아닌 주차장에서 이뤄졌으며, 예배를 방해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민자 공동체는 단속의 장소보다 그 존재 자체가 신앙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항변한다.

사라진 봉사자들…교회 운영에 빨간불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예배 참석률 저하를 넘어, 교회의 운영 자체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일부 성당은 평소 봉사를 맡던 신도들이 대거 사라지면서 성가대, 주방, 청소, 유아 돌봄 등 일상적인 사역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교회 관계자는 “주일 오전에 성당 문을 열어줄 사람이 부족한 날도 있다”며, “예배만이 아니라 교회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고 전했다.

비슷한 현상은 미주 한인교회들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LA와 OC, 뉴욕, 달라스 등지의 중소형 한인교회들은 최근 몇 주 사이 “새벽기도 안내할 사람이 없다”, “찬양팀이 주말에 나오기를 꺼려한다”는 식의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LA 한인교회 담임목사는 “우리 교회도 불체자 신분의 성도들이 많다. 이분들이 성실하게 교회 청소, 차량 운전, 식사 준비 등 궂은일을 도맡아 왔는데, 지금은 전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일부는 가족과 함께 숨어 지내는 상황”이라며, “예배를 준비할 사람도 없고, 모일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라 사실상 중단 직전까지 몰렸다”고 전했다.

또 다른 OC 지역 한인장로교회는 최근 주일학교 교사 공백을 채우지 못해 프로그램을 단축 운영하고 있다. 교회들은 “지원자가 없고, 기존 봉사자들도 조심스럽다”며 "사역과 행정 모두 인력난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교회는 여전히 신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남기 위해 분투 중이다. 일부 사제는 예배의 중심을 예배당이 아닌 ‘가정’으로 옮기고 있다. 말씀과 성체가 담긴 소책자가 배포되고, 봉사자들이 각 가정을 찾아 영적 돌봄을 제공한다.

그 어느 때보다 ‘공동체’의 의미가 절실한 시기. 예배당이 무너졌을 때, 교회는 또 다른 방식으로 피난처가 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주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