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피난처입니다"… 불안한 시대 속, 이민자와 함께하는 교회의 역할 모색

[시카고=최병인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서류미비 이민자들에 대한 단속 강화로 인해 많은 이민자들이 극심한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다. 특히 이민당국이 병원, 학교, 교회 등 기존의 '민감지역(sensitive locations)'까지 단속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방침이 전해지며, 교회조차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 운동 모임에 참석한 지역 목회자들이 한 자리에 했다.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 운동 모임에 참석한 지역 목회자들이 한 자리에 했다. @ 미주뉴스앤조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Korean American Sanctuary Churches Network, 위원장 손태환 목사)는 지난 18일(화)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에서 한인 목회자와 사역자들을 대상으로 이민단속 대응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정보 전달과 함께 교회의 성서적 사명과 현실적 대응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되었다.

시작은 손태환 목사(시카고기쁨의교회)의 기도로 열렸다. 손 목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시고 교회와 지역사회를 섬기게 하셨다”며, “우리 이웃들의 두려움과 아픔을 외면할 수 없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도하며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조선형 목사(시카고제일한인연합교회)가 이민자보호교회 운동의  성서적, 역사적, 실천적 의미를 풀어 설명했다.
 조선형 목사(시카고제일한인연합교회)가 이민자보호교회 운동의  성서적, 역사적, 실천적 의미를 풀어 설명했다.

이어 조선형 목사(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는 이민자보호교회 운동의 성서적, 역사적과 오늘날의 실천적 의미를 풀어 설명했다. 조 목사는 민수기의 도피성 제도, 레위기의 낙은해 환대 명령, 누가복음의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 그리고 마태복음의 “지극히 작은 자”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 등을 언급하며, “서류미비자라는 현실은 법 이전에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의 문제이며, 교회는 피난처로서 그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목사는 "‘불법체류자’라는 표현은 잘못된 선입견을 심을 수 있다”며, “우리는 ‘서류미비자(Undocumented People)’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그들을 존중하는 언어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설명회의 중심에는 실제 이민자들과 교회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시간이 포함되어 깊은 공감을 나누었다. 하나센터(HANA Center) 교회 아웃리치 담당자 최현주 간사는 “서류미비자들은 교회 안에서도 목회자에게조차 자신의 신분을 말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현실적 아픔을 말했다.

최간사는 “아웃리치를 나가면 거의 매번 신분 조정 관련 문의를 받는다”며, “어떤 교회는 서류미비 교인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항상 몇 분씩 계시고, 말하지 못하는 것뿐”이라며 이민자들이 법적 정보를 얻고, 자신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 교육 세션에서 만난 서류미비 이민자가 20년 동안 말하지 못한 고통을 ‘검은 입술’로 표현한 그림 이야기를 전하며 그 입술은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말하면 안 되는 현실”을 상징한다고 설명해 주위를 숙연케했다.

또 다른 한 집사님의 사례도 소개했다 “목사님, 제가 예배드리는 중에 경찰이 와서 저를 체포해가면 어쩌죠? 체포는 괜찮은데 예배를 방해하는 것이 너무 죄송하고 두렵습니다.” 이처럼 이민자들은 자신의 존재가 교회 공동체에 피해를 줄까봐 두려움에 숨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민전문 변호사와 이민 보호 활동가등 전문가들도 참여하여 토론과 질의 응답 시간도 함께 가졌다. @ 미주뉴스앤조이.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민전문 변호사와 이민 보호 활동가등 전문가들도 참여하여 토론과 질의 응답 시간도 함께 가졌다. @ 미주뉴스앤조이.

이러한 정서적 고통과 현실적 위기 상황 속에서, 이날 설명회는 구체적인 법률 대응 매뉴얼도 함께 나눴다. 하나센터 박혜선 활동가는  “Know Your Rights” 세션을 통해 이민당국이 교회를 방문했을 때 교회가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리와 대응 절차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이창환 변호사가 한 참가 목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미주뉴스앤조이
이날 설명회에서 이창환 변호사가 한 참가 목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미주뉴스앤조이

또 이날 세미나에서 이창환 변호사(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법률자문)와의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참여한 목회자들과 현안으로 떠오르는 이민법, 이민당국의 정책, 피난처 교회의 역할등 다양하고 활발한 질문과 응답이 이어졌다.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울타리 ▲긴급한 피난처 ▲더불어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공동체라는 3대 비전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법률 정보 제공 ▲임시 피난처 운영 ▲이민법 설명회 연계 ▲긴급 핫라인 운영 ▲복지서비스 연계 ▲연합 기도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위원장 손태환 목사가 마무리 발언을 하고있다. @ 미주뉴스앤조이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위원장 손태환 목사가 마무리 발언을 하고있다. @ 미주뉴스앤조이

마무리 발언에서 손태환 목사는 “교회는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이며,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는 곳”이라며 “지금 이 시대는, 교회가 서류미비 이민자들을 외면하지 않고 품고 환대하며, 그들의 권리를 함께 지켜야 할 때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다운 교회입니다.”라고 말했다.

최병인 기자 / <미주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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