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가톨릭 신자의 ‘재의 수요일’ 전통…트럼프 정부의 극우 기독교 해석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마에 검은 십자가를 그린 채 뉴스에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루비오 장관이 사순절을 기념해 독특한 기행을 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 5일 폭스뉴스에 출연한 루비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관심을 끈 것은 그의 이마에 선명하게 부각된 검은 십자가였다.
쿠바 출신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부모 밑에서 자란 루비오 장관은 최초의 라티노 출신 국방부 장관이라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루비오는 부모님의 신앙에 따라 가톨릭 신자였으나 한때 몰몬교와 개신교 복음주의로 전환했다가 다시 가톨릭으로 귀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그의 신앙은 개신교와 가톨릭이 융합(hybrid)된 독실한 복음주의라는 것이 정설이다.
루비오 장관의 이번 기행은 속죄와 참회의 의미를 담아 ‘재’를 이마에 바르고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의 전통을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가톨릭이나 개신교는 부활절 전까지 40일간 그리스도의 고난을 되새기며 죄를 고백하는 전통을 따르고 있다.
사순절을 앞두고 방송을 통해 벌어진 이런 ‘기행’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3월 6일에 CNN 간판 앵커였던 크리스 쿠오모는 저녁 9시 프라임 타임 뉴스를 진행하면서 이마에 검은 십자가를 그린 채 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가장 뜨거운 현안인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진행된 생방송에서 공화당 정치전략가인 마이클 카푸토 역시 이마에 검은 십자가를 그리고 출연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크리스 쿠오모는 소위 ‘트럼프와 맞짱 뜬’ 뉴욕주지사 앤드류 쿠오모의 동생으로 형의 성추문 사건을 돕다 CNN에서 해고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루비오 장관의 이번 기행을 트럼프 행정부의 극우적 복음주의에 기반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해 11월 현 국방장관인 피트 헤그세스가 장관 후보로 지명됐을 당시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서 극단주의적 이념을 담은 문신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그의 팔에 새긴 ‘데우스 볼트(Deus Vult)’는 ‘신의 뜻’이라는 뜻으로 중세 십자가 전쟁 당시 군사활동을 정당화하는 문구로 사용됐다. ‘데우스 불트’는 최근 반이스람을 외치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들의 구호로 사용되고 있다.
이 문구외에도 가슴에 예루살렘 십자가 문신도 함께 새겨져 있어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을 휘둘렀던 시대를 추앙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루비오 장관의 이번 기행은 단순히 사순절을 기리기 위한 독실한 기독교적 행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톨릭 전문매체인 CNA는 “백악관 직원들은 미사에 참여해 재의 수요일을 기념했다”며 “루비오 장관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방송을 통해 재의 수요일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재의 수요일’은 야훼께 죄를 지었을 때 머리에 재를 뒤집어쓰고 자루 옷을 찢는 참회예식을 거행했다. 이런 유대인들의 참회 전통을 기독교에서 받아들여 지키고 있으며, 라이프웨이 리서치에 따르면 개신교인은 약 30%, 가톨릭 교인은 약 60% 정도가 사순절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