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 ‘종교 자유 및 애국심 부서’ 출범
최소 7개 교육구 동영상 상영 거부하며 반발

오클라호마 라이언 월터스 주교육감이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종교 자유 및 애국심 부서' 출범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오클라호마 라이언 월터스 주교육감이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종교 자유 및 애국심 부서' 출범과 관련해 설명한 후 기도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트럼프 당선과 함께 주 교육부가 종교 및 정치적으로 논란을 일으킬 부서를 출범시킨 후 각 학교에 동영상 상영을 강요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오클라호마주 교육부의 라이언 월터스 교육감은 지난 12일  ‘종교 자유 및 애국심 부서’(the Department of Religious Freedom and Patriotism)를 출범시켰으며, 이와 관련한 동영상을 각 학교에 상영토록 강제했다. 하지만, 최소 7개 교육구가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월터스 교육감은 지난 14일 오후 4시 주내 모든 교육구의 교육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국가를 위한 기도’라는 제목으로 링크된 동영상을 학교에 등록된 모든 학생에게 상영하고 그들의 부모에게 이메일로 발송할 것을 요구했다. 

월터스는 “종교의 자유와 관련한 학생들의 권리와 자유가 계속해서 침해되고 있다”며 “새롭게 출범한 부서의 첫 업무로 링크된 동영상을 주내 모든 학생들에게 상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종교 자유 및 애국심 부서와 관련한 월터스 교육감의 공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극단적 좌파 세력’에 의한 ‘학생들의 종교적 자유의 침해’를 주장했다. 

월터스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극좌 세력들에 의해 학교에 속한 개인의 종교적 자유가 침해되어 왔다”며 “진보성향(woke)의 교사들은 애국심은 조롱하면서 혐오감만 키워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모든 학생들이 애국심에 고취해 종교적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이 영상을 본 학생들은 의무는 아니지만 함께 기도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에드몬드, 무스탕, 무어 그리고 노르만 교육구 등 최소 7개의 교육구는 월터스 교육감의 동영상을 상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주 법무부 역시 이러한 교육구의 반발을 지지하고 나섰다. 

오클라호마주 법무부의 필 바카라크 대변인은 “주 교육감이 모든 학교의 학생들에게 특정 영상을 보도록 강제할 어떠한 법적 권한이 없다”며 “(영상을 강요하는) 명령은 법적으로 강요될 수 없으며, 부모와 지역사회의 자유와 권리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트림프식 기독교 국가주의’

월터스 교육감의 이러한 정치·종교적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올해 초 성경을 공립학교 커리큘럼에 포함하도록 요구하는 지침과 함께 학교용 성경을 구매하기 위해 300만 달러의 지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교육 현장에선 ‘교내 성경 교육은 위헌’이라고 지적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오클라호마 교사노조는 “주 교육감의 이번 (성경교육) 명령은 명백한 위헌이고 주법에 따라 교재 선택권은 개별 교육구에 있다”며 “다양한 신앙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특정 종교를 국교로 정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오클라호마 주 헌법 역시 ‘모든 공립학교의 공적 자금 지출은 비 종교적이어야 하며 특정 종교에 혜택을 줘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텍사스 등 소위 ‘바이블 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공립학교에 ‘교육목사’를 두는 법안을 허용하고 있으며, 지난 6월 루이지애나주는 공립학교와 대학의 모든 교실에 ‘크고 읽기 쉬운 글꼴’로 표시된 십계명을 게시할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또한, 지난 2017년 버지니아 샬롯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우파여 영원하라’라는 구호와 함께 ‘하나님께서 미국을 새로운 약속의 땅으로 정하셨다’며 대규모 폭력사태를 벌였다. 2021년 1월 6일 미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당시 트럼프 지지자들은 ‘예수, 총, 트럼프’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흔들며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과거로 회귀하려는 시도를 하는 등 소위 트럼프식 기독교 국가주의를 표방하는 정책과 행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연합감리교회의 라이언 던 목사는 이러한 기독교 국가주의는 국가를 ‘우상’으로 삼아 하나님처럼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던 목사는 “기독교인이 되는 것과 미국인이 되는 것은 다른 일이다. 하지만, 기독교 국가주의는 국가를 우상으로 삼고, 국가를 섬김으로 하나님을 섬긴다는 신념으로 발전해 국가에는 오류가 있을 수 없는 맹신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종교적 열정이 국가 내부의 사건과 결합하면 모든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도 도덕적 보호막을 제공한다.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과 같은 사건이 이러한 신념이 발현된 한 예이다”고 설명했다. 

백인 복음주의 내에서도 기독교 국가주의라는 죄악의 공범이 되지 말 것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트 커몬 굿'(Vote Common Good)의 더그 패짓 목사는 "백인 복음주의는 기독교 국가주의의 이단화를 받아들였다"며 "백인 우월주의를 지지하고 편승한 기독교 지도자들을 따르지 말고 그들의 죄악에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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