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적 계산에 근거한 설교…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엔 분명한 입장 밝혀
교회개혁운동에 헌신해온 목회자가 탄핵 정국을 맞아 옳고 그름을 유보하고 기도하라는 목사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한국 교계의 원로이자 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인 박득훈 목사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상계엄과 내란 정국에서 판단을 유보하자는 목사를 향해 ‘궁색하고 비겁한 도피’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월 ‘탄핵정국을 맞아 판단을 유보하고 함께 기도하자’고 설교한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를 염두에 둔 질문에 동성애와 차별반대법 같은 정치적 사안에 분명한 반대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박득훈 목사는 “궁색하고 비겁한 도피이다. 그는 설교 시간에 공개적으로 동성애에 반대하면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비판적 입장 표명을 했다”며 “국회에서 논의되는 정치적 사안에 분명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그건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목회적 계산에 근거한 것이지 성경적 신학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며 “지금 비상계엄령과 탄핵 사태에 입장을 표명했다가는 교회 분열이 일어나고 교인들의 반감을 살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참 슬픈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찬수 목사는 동성애 관련해 유보적 입장을 표명했다가 반발에 부딪히자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를 신앙에 역행하는 ‘죄’라는 입장을 밝혔다.
분당우리교회의 동성애 이슈는 교회 소속 부목사의 언급으로부터 시작됐다. 2019년 분당우리교회 부목사가 동성애를 옹호하는 설교를 했고, 이런 가운데 이 목사도 “동성애 연구소를 만들고 싶다”는 유보적 입장을 표명했다가 반동성애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이에 이 목사는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차별금지법이 얼마나 신앙생활을 많이 위축시켰는지 많이 들었다”며 “성경은 동성애를 죄로 말하고 있기 때문에, 성경의 기준으로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며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박득훈 목사는 전광훈, 손현보와 같은 극우적 메시지를 던지는 목사의 급부상에 대해 신학적 깨달음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의 ‘전복’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목사는 “보수적 기독교 주류세력들은 군부독재 시절에는 가만이 있거나 기도만 해주어도 정치권력이 자기들 입맛에 맞게 나라를 운영했다”며 “그런데 당황스런 변수가 생겼다. 1987년 민주화 이후 2000년대 초에 이르면서 진보적 정치세력이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진보적 정체세력의 등장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기독교 주류 세력은 더 보수화되고 급기야는 극우세력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전광훈, 손현보와 같은 신앙적으로나 사회과학적으로 잘못된 목회자가 등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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