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사건 당시에도 비슷한 설교
목회 철학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을 맞아 ‘함께 기도하자’며 양비론적 이중적 태도를 보인 이찬수 목사를 향한 비난이 거세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목사는 교회 홈페이지에 이와 관련한 해명을 글을 올렸다.
이찬수 목사는 2월 1일자로 분당우리교회 홈페이지에 ‘사랑하는 성도님들께 다시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달 19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네가 옳은지 내가 옳은지는 하나님만 아신다. 판단은 좀 유보하고 같이 기도하라”라며 비상계엄 내란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고, 이에 대한 교계와 사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찬수 목사는 1일자 글을 통해 ‘분노와 혐오를 쏟는 일을 내려놓고 기도하자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이 목사는 “제가 말씀 드린 것은 각자의 생각과 정치적 법적 판단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어떤 판단도 하지 말라는 말씀이 아니다”며 “교회 안에서 성도들끼지 극심한 대립으로 갈등과 상처가 양산되는 현실이기에, 서로 간에 분노와 혐오를 쏟는 일을 잠시 내려놓고 함께 하나님께 기도하자는 호소를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세상은 지금 끝없는 분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옳고 그름은 대한민국이 가진 민주적 절차와 사법 시스템을 통해 판가름 날 것”이라며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깊어진 상처와 불신, 그리고 감정의 앙금이 우리를 더욱 큰 수렁으로 몰아가지 않도록 기도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한 비판의 수위는 전혀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의 과거 언급에 대한 비판 중 가장 큰 부분은 목회자가 가진 ‘예언자적 사명’을 저버리고 교인을 교회 안에 가두어 두기만을 획책하는 ‘목사들의 전형적인 꼼수’라는 점이다.
또한, ‘판단을 유보하고 기도하자’는 양비론적 물타기 어법은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내란을 용인하는 세력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남의 평판에 지나치게 민감한 이찬수 목사의 목회 행태를 볼 때 19일자 설교나 최근 해명의 글은 그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찬수 목사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에도 ‘침묵하고 깊은 골방에 들어가 기도하자’는 설교를 해 많은 비판에 직면한 적이 있다.
이 목사는 당시 세월호 사건을 언급하며 “함부로 남을 정죄해선 안 됩니다. … 여러분 그것은 범죄행위에요. 하나님께 회개하고 나가야 해요. … 이일에 대해 이제 카톡 그만 쓰시고 침묵하세요. 깊은 골방으로 들어가세요.”라며 침묵과 회개를 강조했다.
이때도 많은 비판에 직면하자 다음 설교에서 ‘침묵하라’는 ‘비겁한 침묵’으로 오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교계는 “이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 세월호와 같은 비극적 사건에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개인의 회개, 교회의 회개에만 머무는 것처럼 들린다”며 “드러난 불의에 억울해하고 분노하는 사람에게 ‘덮어두고 나부터 잘하자’고 부채질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찬수 목사의 설교와 해명을 접한 해외 한인 교계의 반응도 싸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남가주의 한 목회자는 “이찬수 목사는 늘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척하지만 결국 보수적 입장인 교회의 다수의 의견과 같이해왔다”며 “그의 그러한 태도는 결국 자신의 목회와 교회의 배만을 불리려는 명확한 의도가 담겨있다”고 평했다.
그는 또 “자신의 깜냥을 아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능력도 안되면서 나라의 어른이 되려는 태도는 유아기적 욕심일 뿐”이라며 “좌우 양측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려하지 말고 예수님의 예언자적 사명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목회자는 이찬수 목사의 애매한 행보의 원인으로 그의 ‘목회 철학’의 부재를 거론했다.
그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회 사이즈가 자신의 그릇의 크기로 오해하는 것”이라며 “이찬수 목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대가 목회자에게 요구하는 것에 대한 ‘목회 철학의 부재’이다”고 평했다.
또한, “차라리 오정현이나 김삼환 처럼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더 솔직한 것”이라며 “이런 얄팍한 태도를 통해 자신의 배만 불리려는 속내가 뻔히 보이는 것을 본인만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