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된 양은 양의 생애주기에 따르면 청년기의 양이다.
여는 말
"어린 양"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어린 양 예수"라는 표현은 유월절에 희생 제물로 사용된 한 살 된 수양을 예수의 삶에 비유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새끼 양이나 아주 어린 양을 떠올릴 것이다. 심지어 성경에서 언급하는 '한 살 된 어린 양'조차도 어린 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적절한 이해가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린 양'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양을 떠올리지만, 성경 속 한 살 된 유월절 양은 그러한 이미지와는 다르다. 물론 목축 현장에서의 한 살 된 양의 존재감도 많은 이의 생각과는 사뭇 다르다. 양들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어린양
사람들이 주로 떠올리는 어린 양은 생후 한 달 안팎의 새끼 양일 것이다. 목자의 품에 안긴 어린 양은 흔히 사용되는 이미지인데, 이 양은 한 달도 되지 않은 매우 어린 새끼 양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한 살 된 어린 양'은 더 이상 어린 양이 아니라 청년 양이다.
양의 생애 주기를 고려할 때, '한 살 된 양'은 이미 청년 혹은 성인 양으로 볼 수 있다. 유월절에 희생 제물로 바쳐진 양이 바로 이러한 양이다. 팔레스타인이나 요르단의 목축 현장을 보면, 한 살 된 수양의 몸무게는 약 70kg에 이르며 이는 더 이상 작은 어린 양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6개월~1년, 식용과 번식용의 기로
대부분의 수컷 양은 생후 6개월 즈음에 번식용으로 남을지 결정되며, 이 중에서 극소수의 양만이 한 살까지 살아남는다. 한 살이 되면 털을 깎고 젖을 짜는 등 본격적인 성체 양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한 살 된 숫양의 존재감, 암양의 20배 이상
양과 염소의 성비는 나이에 따라 다르며, 이를 통해 수컷 양의 운명을 알 수 있다. 요르단의 통계를 살펴본다. 한 살 이상인 경우와 한 살 이하인 경우로 구분했다.
요르단 양과 염소의 암수 개체수 현황(요르단 통계청, 2019.04.01 기준)
한 살 이하의 수컷 양 비율은 전체의 21.1%인데 비해 한 살 이상에서는 3.8%로 크게 줄어든다. 암수 비율이 4:1에서 24:1로 바뀌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수컷 양이 한 살이 되기 전에 도축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수컷은 번식용으로 남겨지거나 거세된 후 판매되기 때문이다. 한편 염소의 암수 비율은 4:1에서 24:1로 거의 양과 비슷한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
한 살 이하의 경우는 수컷보다 암컷 양이 더 비싸지만, 한 살 이상의 경우는 달라진다. 번식에 사용되는 수컷 양은 고기로 제공되는 일반 수컷 양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다. 성경에서 말하는 '흠 없는 한 살 된 수양'은 바로 이러한 번식용 수컷 양을 의미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번식용 수컷 양은 보통 일반 암컷 양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한 살 된 수양의 존재감은 한 살 이하의 수양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것이고, 암양의 존재감에 비한다면 24배나 된다.
맺는 말
우리말 성경에서 말하는 '한 살 된 어린 양'은 '어린' 양이 아니라 청년 양이다. 한 살된, 한 살이 넘은 양은 고기로 팔기 위해 키우는 양이 아니다. 예수에 대한 "하나님의 어린 양"이라는 표현 역시, 예수가 단순히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 온전한 희생 제물이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