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시대 노예의 몸값을 고려하지 않은 오류

ㅅㅅ으로James Tissot (Nantes, France, 1836–1902, Chenecey–Buillon, France). The Kiss of Judas (Le baiser de Judas), 1886–1894.
ㅅㅅ으로James Tissot (Nantes, France, 1836–1902, Chenecey–Buillon, France). The Kiss of Judas (Le baiser de Judas), 1886–1894.

"가룟 유다가 예수를 넘겨주면서 받은 은 30세겔은 그 당시 노예 한 사람의 몸값이었다", "은 삼십은 당시 노예 한 명을 살 수 있는 금액이었고, 작은 텃밭 하나를 장만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었다." 가룻 유다는 예수를 넘겨주는 보상으로 제사장 집단으로부터 은 30세겔을 받는다. 이것을 두고 '은 30세겔은 당시 노예 한 사람의 몸값'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필자도 성경을 읽거나 성경을 가르칠 때, 이같은 주장을 그대로 사용하곤 했다.

성전세로 통용되던 세겔, 반세겔은 예루살렘이 아닌 두로지역의 은화였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이런 주장을 보면서 질문이 생긴다. 노예 한 사람의 몸값? 어느 시대, 어느 황제 때의 노예 몸값 기준일까? 어느 지역에서의 노예 몸값일까? 식민지 이스라엘? 아니면 로마? 아니면 로마의 다른 점령지? 어떤 노예의 몸값일까? 남자 노예? 여자 노예? 어떤 인종의 노예? 어떤 기능을 갖춘 노예? 어느 나이의 노예? 예수 시대,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던 그 시대에 노예는 은 30세겔, 곧 120데나리온에 팔렸을까? 그렇지 않다. 이런 주장은 일반화하는 오류에 속하기에 사실이 아니다.

이같은 주장의 맞고 틀림을 평가하는 것은 단순하다. 그러나 필자는 이 이야기를 다루면서 예수 시대의 화폐와 물가, 그리고 노예를 둘러싼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성경에서 등장하는 '노예'나 '종'이라는 존재에 대해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부터 로마 제국의 화폐 기본 단위와 노예 인구, 노예의 몸값 등에 대해 찾아보려고 한다.  팩트체크: 예수의 몸값 '30세겔'은 노예 한 사람의 몸값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첫 번째 글이다.

 

로마 제국의 화폐 기본 단위

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고대 로마 제국의 화폐 단위이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통용되던 주화의 기본 단위는 데나리온(denarius)이 아니라 '한 앗사리온(AS, assárion)'이다.(마태 10:29, 누가 12:6) '사분의 일'이라는 뜻인 '고드란트'(quadrans, 마가 12:42)는 앗사리온의 '4분의 1'이라는 뜻이고, '두 앗사리온'(dupondius)은 앗사리온의 두 배를 뜻한다. '고드란트'는 마태 5:26, 누가 12:59에서 '한 푼' 또는 '호리'로 번역된다. 그러나 고대 기록을 읽다 보면, 물가나 품삯, 세금 계산 등을 표시할 때 세스테르티우스(Sestertius)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세스테르티우스는 데나리온의 4분의 1이며, 앗사리온의 네 배에 해당한다. 일반 서민의 일상에서 데나리온은 기본 화폐가 아니었다.

가룟 유다의 배신 이야기에서 언급되는 '은 삼십'은 로마의 화폐 단위가 아니었다. 이는 이른바 '성전 세겔'로, 성전에서 유통되던 세겔(Shekel)을 뜻한다. 예수 시대의 한 세겔은 4데나리온이었다.

 

Trombonist04, CC BY-SA 4.0 , via Wikimedia Commons
Trombonist04, CC BY-SA 4.0 , via Wikimedia Commons

노예의 인구

고대 로마에서 노예는 얼마나 많았을까? 학자들은 로마 제국 인구의 약 10%(최대 20%까지)가 노예였다고 추정한다. 1세기 로마 제국의 인구를 5천만 명으로 추산한다면, 500만 명에서 1천만 명이 노예였다는 뜻이다.(영국박물관 웹사이트에서 인용. https://www.britishmuseum.org/exhibitions/nero-man-behind-myth/slavery-ancient-rome) Myles Lavan는 6-20% 정도로 추산한다.(Lavan, Myles. “THE SPREAD OF ROMAN CITIZENSHIP, 14-212 CE: QUANTIFICATION IN THE FACE OF HIGH UNCERTAINTY.” Past & Present, no. 230 (2016): 3–46.)

아우구스투스 시대 이탈리아 인구 약 600만 명 중 200만 명 정도가 노예로 추산된다. 로마와 이탈리아의 주민 3명 중 1명은 노예였다는 주장도 있다.(Madden, John. “Slavery in the Roman Empire Numbers and Origins.” Classics Ireland 3 (1996): 109–28. 111.) 로마 시민 1인당 최소 2명 이상의 노예를 소유했다고 추정하기도 하며, 일부 부유층은 만 명에서 2만 명에 이르는 노예를 소유하는 경우도 있었다.(Blair, William. An inquiry into the state of slavery amongst the Romans; from the earliest period, till the establishment of the Lombards in Italy. 1833. 온라인에서도 읽을 수 있다. the Digital Public Library of America, http://catalog.hathitrust.org/Record/007123914. (Accessed September 21, 2024.) 11-12.

아우구스투스 황제(Gaius Julius Caesar Augustus, 재위 BC 27~14 AD) 시절 아프리카계 한 여인이 죽을 당시 그에게는 4백 명의 노예가 있었다고 한다.(The Monthly Review. United Kingdom: Hurst, Robinson, 1836. 488.) 그 시대에 Cecilius Claudius Isidorus는 내전으로 인해 4,116명의 노예를 잃었다고 한다.(Blair, William. An inquiry into the state of slavery amongst the Romans; from the earliest period, till the establishment of the Lombards in Italy. 1833. 온라인에서도 읽을 수 있다. the Digital Public Library of America, http://catalog.hathitrust.org/Record/007123914. (Accessed September 21, 2024.) 12.

위에서 볼 수 있듯이 1세기 초 로마, 이탈리아, 로마 제국 전체의 인구와 노예 인구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서 4분의 1정도가 노예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Dennis G. Jarvis, CC BY-SA 2.0 , via Wikimedia Commons
Dennis G. Jarvis, CC BY-SA 2.0 , via Wikimedia Commons

노예의 몸값

예수 시대의 노예 몸값은 얼마였을까? 한마디로 말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답은 없다. 다만 노예 몸값이 일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노예로 취급되는 개인의 성별, 나이, 재능 등의 상품성은 물론 노예가 거래되던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다양했다. 전시에는 노예가 과잉 공급되어 가격이 하락하지만, 평시에는 노예 몸값이 오르곤 했다.(Joachim Jeremias, "Jerusalem in the Time of Jesus : An Investigation into Economic and Social Conditions during the New Testament Period."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69, 346.)

고대 로마의 노예의 몸값과 관련한 다양한 상황을 살펴본다. 사실 고대 로마제국의 1세기의 노예 몸값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문헌 자료가 그렇게 많지 않다. 

문학 및 문헌에 따르면, 서기 1~3세기 동안 숙련되지 않았거나 중간 정도의 숙련된 노예의 평균 몸값은 약 2,000세스테르티우스(500 데나리온)였다. 이 규모를 가늠해 보자. 서기 1세기에 군단병(로마 보병)은 연간 900세스테르티우스(225데나리온)의 봉급을 받았는데, 배급, 장화, 건초 등을 공제하면 600세스테르티우스(150 데나리온)가 채 되지 않았다. 일반 백부장(군단의 지휘관)은 그보다 15배나 많은 임금을 받았다. - 영국박물관 웹사이트에서 인용. https://www.britishmuseum.org/exhibitions/nero-man-behind-myth/slavery-ancient-rome

 

로마 제국의 노예 몸값은 대개 노동 가치와 연결된다.

노예의 몸값은 노예 개인의 성별, 나이, 기술에 따라 다양했다. 일용직 노동자의 품삯이 노예의 몸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했다.(Kyle Harper, “Slave Prices in Late Antiquity (and in the Very Long Term).” Historia: Zeitschrift Für Alte Geschichte 59, no. 2 (2010): 206–38. http://www.jstor.org/stable/27809564. Enrico Dal Lago, Constantina Katsari, Slave systems : ancient and moder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8). 123.) 스텐포드대의 Walter Scheidel는 "로마 노예 한 명의 가치는 미숙련 농촌 노동자의 1,000일치 일당과 거의 비슷했다."고 추론하기도 한다.(Walter Scheidel, Slavery in the Roman Economy (August 23, 2010). https://ssrn.com/abstract=1663556 ) 일용직 노동자의 5년치 품삯으로 추산하기도 한다.(Viorel Achim, and Juliane Schiel. Palgrave Handbook of Global Slavery Throughout History. : Springer International Publishing, 2023, 92. https://doi.org/10.1007/978-3-031-13260-5_5) 요아킴 예레미아스는 20미나(2천 데나리온)를 노예의 평균 몸값으로 추산했다. 이것은 예수 시대 노동자의 2,000일의 품삯에 해당하는 것이다.(Joachim Jeremias, "Jerusalem in the Time of Jesus : An Investigation into Economic and Social Conditions during the New Testament Period."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69, 347.) 곧 예수 시대에 노예를 소유하는 것은 고급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Joachim Jeremias, "Jerusalem in the Time of Jesus : An Investigation into Economic and Social Conditions during the New Testament Period."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69, 347.)

예수시대 보다 훨씬 뒤이지만, AD 301년의 Diocletian’s Prices Edict에 따르면, 노예의 몸값은 비숙련 노동자의 1,000일~1,200일치에 해당하였다.(Groen-Vallinga, Miriam J., Work and Labour in the Cities of Roman Italy (Liverpool, 2023; 170-171. 온라인 Liverpool Scholarship Online, 18 May 2023), https://doi.org/10.3828/liverpool/9781802077599.001.0001 )

기원전 1세기와 기원후 1세기에 비숙련 노동자는 각각 3세스테르티우스와 4세스테르티우스의 품삯을 받았고, 그 2배를 벌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는 숙련된 노동자는 하루 8세스테르티우스(2데나리온)를 받았을 것이다.(Hawkins, Cameron. Roman Artisans and the Urban Economy. United Kingdom: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6. 169.) 기원전 1세기에 로마의 작가이며 농업가인 콜루멜라(Lucius Iunius Moderatus Columella, 4~70 A.D.)는 포도 재배자로 훈련받은 노예의 몸값이 6,000세스테르티우스(1,500데나리온)에서 8,000세스테르티우스(2,000데나리온) 사이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Columella. On Agriculture, Volume I: Books 1-4. Translated by Harrison Boyd Ash. Loeb Classical Library 361.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41.  259.)

 

1세기 초, 로마 식민지 팔레스타인에서의 노예의 몸값

물론 위의 경우는 대부분 로마와 이탈리아 지역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이제는 조금 촛점을 조절하여 예수 시대 전후 1세기 초, 로마 식민지 팔레스타인에서의 노예의 몸값을 짚어보자. 로마 식민지 고대 팔레스타인 땅의 노예와 제국의 노예는 동일한 몸값이 책정되어 있었을까? 노예의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에 따라 몸값이 달랐을 것이다. 1세기 초 가이사 아우구스투스(아구스도, Augustus )시대에 노예의 몸값은 얼마였을까?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값싼 노예의 경우 500데나리온 정도였고, 헬라어에 정통한 똑똑한 노예의 경우는 2,000데나리온을 줘야 구할 수 있었다.(- William L. Westermann, The Slave Systems of Greek and Roman Antiquity, Philadelphia: American Philosophical Society, 1955. 100-101.)

로마 알렉산드리아의 경우보다 (로마) 팔레스타인 지역 노예의 몸값이 더 높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얼마였을까? 주전 5년 경, 예수 탄생 시기 이집트에서의 남자 노예는 그 값이 1천 은 드라크마에서 1만 2천 은 드라크마였다.(. 이 당시는 1 은 드라크마는 1ㅣ 데나리온이었다. 1세기 중반에는 약 8세의 소녀가 640 은 드라크마에 팔렸다.(이 시기의 1 은 드라크마는 1/4 데나리온에 해당했다. 160 데나리온에 해당한다. 드라크마나 데나리온 등의 화폐 가치는 로마 제국 전체에 똑같이 적용되거나 사용되지 않았다.) (- William L. Westermann, The Slave Systems of Greek and Roman Antiquity, Philadelphia: American Philosophical Society, 1955. 100-101.) 1세기 후반 이후의 다른 기록에 따르면, 300데나리온(5세 이하), 880데나리온(15세 이하), 1,220 데나리온(16세 이상)에 팔린 경우도 보인다.

로마제국보다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던 이집트의 노예 몸값이 더 싼 편이었다. 로마 알렉산드리아보다 로마 팔레스타인은 더 싼 것으로 추론한다.

 

4th century AD Roman modius.  National Archaeological Museum   wikidata:Q1352282
4th century AD Roman modius.  National Archaeological Museum   wikidata:Q1352282

로마 제국의 노예 몸값은 밀 값과 연결된다.

로마 제국에서 노예 몸값은 주화보다 곡물, '밀'의 양으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본 단위는 '모디우스'(Modius, 약 8.73리터=6.9kg)였다. 카토(Marcus Porcius Cato, 234–149 BC)는 농장 노예는 겨울에 작업할 때 밀 4모디우스를 받아야 하고, 여름에는 4.5모디우스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Cato, Varro. On Agriculture. Translated by W. D. Hooper, Harrison Boyd Ash. Loeb Classical Library 283.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34, ch. 56.  (온라인 https://penelope.uchicago.edu/Thayer/E/Roman/Texts/Cato/De_Agricultura/B*.html) 노예 몸값은 1-3세기 로마 제국 전체나 2-3세기 로마 이집트에서는 대략 평균 밀 4톤 정도, 1-2세기 이탈리아 지역에서는 평균 밀 5.5톤 정도였다.(Bowman, Alan, and Andrew Wilson (eds), Quantifying the Roman Economy: Methods and Problems, Oxford Studies on the Roman Economy, Oxford, 2009, 350. 그리고 Dal Lago, Enrico, and Constantina Katsari. Slave Systems: Ancient and Moder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8. 124)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undus, AD 23/24–79)의 '자연사' 등의 기록에 따르면,  로마에서 밀 1모디우스는 8~10세스테르티우스 즉 2 또는 2.5데나리온 정도였다. 이집트는 이보다 훨씬 저렴한 3세스테르티우스 정도였다.(Jasny, N., 1944. "Wheat Prices and Milling Costs in Classical Rome," Wheat Studies, Stanford University, Food Research Institute, vol. 20(04), 1944, 137-170. 137.) 이는 밀을 빻아 밀가루로 만드는 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로마의 경우는 1모디우스 당 4앗사리온이 들고, 이집트의 경우는 절반 정도인 2앗사리온이 들었다.(Jasny, N., "Wheat Prices and Milling Costs in Classical Rome," Wheat Studies, Stanford University, Food Research Institute, vol. 20(04), 1944. 137-168.  160.)

 

정리하자면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룟 유다가 예수를 넘겨주고 대제사장에게서 받은 은 삼십(세겔, 120데나리온)이 예수 시대의 노예 몸값이었다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120데나리온은 서민 가정 4인 가족이 1년 동안 쓸 수 있는 금액이었으므로 적은 돈이 아니었다.

또한 가룟 유다가 예수를 대제사장 무리에게 넘겨주고 받은 대가인 은 삼십(세겔)은 노예의 몸값이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예수 시대 성인 남자 노예의 몸값은 수백에서 수천 데나리온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마치 예수 시대 노예의 몸값에 기준 가격이 있는 듯이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예수 시대와 로마 제국 시대의 노예에 대한 이해 없이 "예수의 몸값=노예의 몸값" 하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문제이다. 성경 독자들 중에는 습관적으로 단순화하거나 과도하게 일반화한 지식이나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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