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 목회의 본질을 다시 묻다

[시카고 = 최병인] 교회의 위기가 깊어지는 시대, 목회의 기술보다 본질을 고민하는 목회자들을 위한 자리가 시카고에서 마련됐다.

<미주뉴스앤조이>가 주최하고 목회자멘토링사역원이 협력한 ‘2025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가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시카고 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조선형 목사)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 전역과 한국에서 약 50여 명의 목회자와 사모, 신학생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모임을 “쉼과 재충전, 그리고 새로운 사명 의식을 다지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오늘날 교회의 위기가 목회 기술의 부족이 아닌 본질의 상실에서 비롯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컨퍼런스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함께 씨름하며 길을 찾는 자리로 행사를 기획했다.

기존의 ‘강사-참가자’ 중심 세미나와 달리 ‘멘토-멘티’가 함께 고민하는 동행형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멘토들은 ‘정답을 가진 전문가’가 아니라 목회의 길을 몇 걸음 앞서 걸어본 동행자로서, 참가자들이 스스로 목회의 본질을 성찰하도록 도왔다.

컨퍼런스 강사는 “목회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에서 비롯된다”며 “이번 모임은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는 공동체를 세우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컨퍼런스의 가장 큰 특징은 멘토들이 전 일정에 함께한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강의뿐 아니라 식사와 휴식 시간에도 멘토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사역 현장의 구체적 고민을 나눴다.

멘토로는 김영봉 목사(와싱톤사귐의교회), 김영숙 사모(높은뜻덕소교회), 손태환 목사(시카고 기쁨의교회), 송병주 목사(선한청지기교회), 안진섭 목사(대전 새누리2교회), 오대식 목사(높은뜻덕소교회), 조선형 목사(시카고 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가 참여했으며, 김종희 대표(목회자멘토링사역원)가 진행을 맡았다.

또한 사모들을 위한 별도 세션이 마련되어 목회자 뒤에 숨겨진 개인의 이야기와 고민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행사 첫날부터 참석자들은 형식보다 진심이 오가는 분위기를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인성재 목사(뉴욕 새하늘교회)는 “올해로 세 번째 참석인데, 매번 돌아갈 때마다 목회의 방향을 새롭게 정리하게 된다”며 “가정과 사역이 함께 성장하는 법을 배우는 귀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신용환 목사(LA 토렌스 주님세운교회)는 “2018년 워싱턴 컨퍼런스에서 받았던 감동이 다시 떠올랐다”며 “‘끝까지 그 길을 가라(stay the course)’는 말씀을 붙들며, 목회자는 결국 그 길을 걷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전했다.

고경훈 목사(애리조나 은혜교회)는 “사막 같은 환경에서 외롭고 지친 사역을 하다 이 모임을 통해 하나님의 위로를 받았다”며 “이곳이 내게는 오아시스 같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박상우 목사(아이오와 은혜교회)는 전임자의 별세 이후 상처 입은 교회를 섬겨왔다. 그는 “위로가 필요했던 교인들을 돌보다가, 정작 내가 회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번 컨퍼런스에서 위로와 도전을 동시에 받았다”고 말했다. 또 함께 참석한 전도사에 대해 “좋은 목회자로 세워주고 싶다”며 후배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서울에서 온 김신환 목사는 “한국에서 10년 이상 목회하다 처음 미국에 와보았다”며 “서로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이 만나 서로의 도전과 현실을 나누는 시간이 큰 배움이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주연 목사(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는 “백지 같은 마음으로 왔다”며 “다양한 교단과 배경의 목회자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기대였다. 이 만남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박철순 전도사는 “아내의 유학으로 미국에 오며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며 “한국에서 하던 사역을 포기했지만, 이곳에서 다시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했다. 선배 목회자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큰 배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박시몬 목사(샴버그 한인교회)는 “이번 강의는 모델을 전수하려는 시간이 아니라, 목회의 속살을 나누는 자리였다”고 평했다. 박목사는 “웬만한 세미나는 우리 교회와 맞지 않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만 이곳은 달랐다”며 “강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단어와 단어 사이의 틈’에서 그들의 기도와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또 “프로그램을 하나 더 배우기보다 우리 교회의 틈과 맥락을 더 집중해서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모임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각이 공존할 수 있음을 배웠다. 결국 목회자는 해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살아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컨퍼런스의 핵심 키워드는 ‘기본에 충실한 목회’와 함께 비교·경쟁·평가를 내려놓는 사역이었다. 참석자들은 교회 안에서도 서로를 비교하고 경쟁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러한 태도가 공동체를 병들게 한다”며  “다른 교회와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겨루는 목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참석자들의 솔직한 고백도 이어졌다. 한 목회자는 “목사 모임이 늘 불편했는데, 이번 모임은 달랐다. 자랑 대신 진심이 있고, 적당히 못난 사람들이 모여서 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목회는 다 타고 남은 재”라며 “불탄 자리에서 다시 기도할 수 있다면, 그것이 목회다. 우리는 다 타버린 사람일지 몰라도, 그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는 은혜를 경험했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올바른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선배 목회자의 존재가 큰 위로가 된다”며 “그런 분들이 오래도록 곁에 계셔주시길 바란다”는 바람도 전해졌다.
이 말에는 한국과 미국의 먼 곳에서 자비량으로 참석해 동행한 멘토 목회자들을 대한 존경의 마음이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행사 호스트교회 조선형 목사(시카고 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는 “행사장을 제공했을 뿐인데 오히려 가장 큰 유익은 우리 교회가 받았다”다며 “복도와 식탁, 짧은 대화의 순간에서 하나님이 일하심을 느꼈다”며 이 모임이 목회자들에게 생각이 틀어질 때 다시 바로잡는 기준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폐회 기도에서는 눈시울을 붉히는 참석자들이 많았다. 김영봉 목사는 마무리 기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다시 돌아갑니다.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람들을 위해 살점을 떼어 사랑하게 하시고, 이 고난이 십자가의 길임을 깨닫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컨퍼런스의 핵심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한 목회자는 “목회는 결국 관계의 예술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때 하나님이 그 사이에서 일하신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교회로 돌아가면 다시 피로한 일상이겠지만 이번 모임을 통해 ‘사랑 때문에 다시 간다’는 이유를 찾았다”고 덧붙였다.

2025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는 화려한 프로그램보다 사람의 이야기로 빛났다. 참석자들은 현실의 무게를 알지만, 그 길이 혼자의 길이 아님을 다시 확인했다.

“목회는 다 타고 남은 재이지만, 그 자리에서 피어나는 기도의 불씨가 있다.” 그 불씨를 품고 목회자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저작권자 © 미주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