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구명 로비 정황 포착… 특검, “법적 필요성 따른 조치”

김장환 목사(좌)가 지난 정권 당시 윤석열과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사진:오마이뉴스)
김장환 목사(좌)가 지난 정권 당시 윤석열과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사진:오마이뉴스)

‘보수 개신교의 상징’이라 불리는 두 인물,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와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가 압수수색을 받았다. 군 내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 즉 채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을 향한 로비 정황이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도했다’는 해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검은 채해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장환 목사가 연루된 정황을 확보했다. 김 목사는 군종 목사,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이철규 의원 등과도 연쇄적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훈 목사 역시 예배나 장례, 면담 등의 과정을 통해 윤 전 대통령 측과 접점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양측 모두와의 통화기록, 면담 일정 등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청탁 내역을 파악 중이다.

두 목사 측은 “그저 기도하고 위로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검은 이를 단순 종교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장환 목사의 경우, 임성근 사단장 구명과 관련해 고석 변호사(윤석열 캠프 출신)와의 만남을 조율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위로의 차원을 넘는 행위로, 사법적 판단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특검의 입장이다.

특검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 이들의 휴대폰, 사무실,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종교계 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라는 상징적 조치는 그 자체로 충격을 안겼다.

이영훈 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방문한 대선 주자인 윤석열을 축복기도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영훈 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방문한 대선 주자인 윤석열을 축복기도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번 압수수색은 보수 개신교와 정치권력의 밀착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수사선상에 오른 김장환과 이영훈은 모두 윤석열 정권 초기부터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다. 김 목사는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아왔고, 이영훈 목사는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청와대 예배를 주도하며 ‘정권의 영적 멘토’ 역할을 자처해 왔다.

특검은 이들이 대통령실 및 군 인사들과 연결된 배경을 단순한 우연으로 보지 않는다. 구명 청탁이 있었는지를 넘어, 종교계가 권력 수호에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각에선 종교계에 대한 표적 수사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는 “천주교나 불교였다면 같은 방식으로 수색했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는 수사의 핵심이 아니다. 특검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판단이며, 증거 확보 필요성에 따른 절차였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유족과 진실보다 권력에 더 가까웠던 한국 교회 지도자들의 현실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은 채 상병 사망 2주기(7월 19일) 직후 단행됐다. 특검은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 한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본다. 향후 통화 녹취, 문서 분석 등을 통해 김장환·이영훈 목사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가 밝혀질 수 있다.

개신교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정치 참여'를 넘어서, 이제 '정치 개입'이라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며 “이번 압수수색은 단순한 수사 절차가 아닌, 교회가 권력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물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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