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법 집행인가, 정치적 보복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첫 100일 동안, 그의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이민 단속 정책을 실행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25년 1월 20일부터 4월 말까지 약 158,000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체포 또는 추방되었고, 이 가운데 77%는 형사범죄자나 갱단 구성원으로 분류되었다. 

백악관은 이를 “공공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민자 사회를 향한 보복성 단속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방위 단속과 287(g) 프로그램의 전국 확장

행정부는 단속 강화를 위해 287(g)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경찰과 보안관에게 연방 이민법 집행 권한을 부여하여, 지역 사법당국과 ICE가 합동으로 불법 이민자를 체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로 인해 지역 공동체와 이민자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주민의 신고 없이도 추방 조치가 시작되는 등 인권 침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정책에 적극 동참하며, 대규모 단속 작전을 전개했다. 2025년 4월 21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오퍼레이션 타이달 웨이브(Operation Tidal Wave)'는 플로리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 단속 작전으로, ICE, 국토안보부, 세관국경보호국(CBP), 플로리다 주정부 및 지방 경찰이 협력하여 1,120명의 불법 이민자를 체포했다. 

앞으로 연방정부의 압력에 굴복해 플로리다의 전철을 밟을 주나 도시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

피난처 도시들과의 ‘전쟁’ 선포

출범 100일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보호 정책을 유지하는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ies)’들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워싱턴 D.C. 등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대도시들이 주된 표적이 되었다. 

행정부는 이들 지역에 대해 피난처 도시 리스트 공개 및 감시, 지역 단속 비협조 공무원에 대한 형사기소, 교육, 치안, 교통 등 연방지원금의 중단 또는 축소, 서류미비자 자녀에게 거주민 학비를 적용하는 주법의 폐지 요구하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이 같은 조치를 통해 불법 체류자들의 ‘설 자리를 없애고’ 자진 출국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치는 단순한 법 집행 차원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반대해온 도시와 주를 향한 명백한 보복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뉴욕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대해 강력한 저항을 보여온 대표적인 지역으로, 과거 행정부가 뉴욕주를 상대로 연방 예산 배정을 축소하고 공공 기록 접근을 제한했던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

일터 급습 작전과 고용주 처벌까지

‘2라운드 이민 단속’의 핵심은 일터에 대한 급습(worksite raid)이다. ICE 국장 톰 호먼은 “불법 취업자를 보호하거나 고용하는 행위는 더 이상 묵인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급습 작전을 기존보다 3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공표했다. 

이 조치는 단순히 이민자 개인이 아닌, 그들을 고용한 중소사업자나 농장주, 식당업주 등까지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인사회에도 일차적으로 이민국 방문을 받아 I-9 준수의무 위반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있었는데 얼마나 더 강력한 일터 급습이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공세적 조치는 미국 내 저임금 노동 시장과 이민자 커뮤니티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많은 시민단체와 종교 단체, 노동조합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National Immigration Law Center는 “이민 정책을 국가 안보로 포장한 정치적 탄압”이라며, 연방법 위반 여부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차후 집행에 대한 사법적 대응에 기대를 걸어본다.

행정명령의 법적 충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문제에만 140건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에는 특정 국가 출신자의 입국 금지, 이민심사 강화, 불법 체류자 혐의자의 시민권 심사 중단 등이 포함되며, 실제로 많은 조치들이 연방 법원에서 효력 중단 혹은 위헌 판단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의 판단에 굴하지 않고 행정명령을 거듭 발동하며, 행정부의 권한을 이용해 입법 권한을 우회하고 전재주의적 통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포에 떨고 있는 이민자 공동체

이처럼 전방위적이고 급진적인 단속 정책은 이민자 사회에 심각한 공포와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시민권자도 추방의 대상이 되었고, 일부 이민자들은 자녀의 학교 등교를 꺼리고, 병원 방문이나 공공기관 이용도 기피하고 있으며, 가정 내 격리 생활로 이어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단지 서류 미비라는 이유로, 형사범죄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체포 및 추방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불만과 좌절을 표출하고 있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100일 이민 단속은 단순한 공공 안전 강화를 넘어서,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도시와 주에 대한 보복성 조치, 그리고 이민자 공동체에 대한 억압적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향후 법적 대응과 시민사회의 조직적 저항, 그리고 연방 판결의 향방이 이 정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전국적인 항의 시위의 물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초기에 시행된 강경한 이민 단속 정책은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를 촉발했다. 

이러한 시위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뿐만 아니라 노동권,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며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2025년 2월 3일, '이민자 없는 날'로 명명된 전국적인 시위가 열렸다. 이날 수천 개의 비즈니스가 문을 닫았고,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항의했다. 

이 시위는 2017년에 있었던 유사한 시위의 연장선으로,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이민자 공동체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했다. 

또한 '50501'로 명명된 전국적인 시위가 2025년 2월 5일에 열렸다. 이 시위는 50개 주의 주도에서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노동권 침해, 공공 서비스 축소 등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를 높혔다. 

2025년 5월 1일에도 노동절을 맞아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뉴욕, 애틀랜타 등 주요 도시에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노동권 침해, 민주주의 가치 훼손 등에 항의했다. 이 시위는 노동자와 이민자 권리 보호를 위한 연대의 장으로 평가받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 정책은 미국 전역에서 광범위한 항의 시위를 촉발하며, 이민자 권리, 노동권,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우려를 반영했다. 

이러한 시위는 단순한 이민 정책 반대를 넘어, 미국 사회 전반에 걸친 권리와 자유에 대한 보호를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로 평가된다. 

이민 정책을 둘러싼 충돌 속 드러난 미국 민주주의의 민낯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은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서 정치적 수단이 되었고, 이에 대한 법원과 시민사회의 대응은 미국 민주주의가 여전히 생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대통령 권한의 과도한 확장 시도는 연방 법원의 견제로 일정 부분 제동되었고, 피난처 도시들을 겨냥한 보복성 정책은 정책의 정당성과 형평성에 근본적 의문을 던졌다.

전국적으로 벌어진 항의 시위와 지역 공동체의 연대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저력을 증명했으며, 유학생들과 이민자들이 법정에서 권리를 회복하는 과정은 사법제도가 마지막 보호막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위기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 이민자 공동체는 자신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조직화되고, 연대하며, 스스로를 보호하는 생존의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단지 이민 정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미국이 어떤 가치 위에 서 있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으며, 시민의 권리와 정부의 권한 사이의 경계를 새롭게 그려나가는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 이민자 공동체가 자신의 서사와 가치를 더 주체적으로 발전시키고, 기록하며, 공유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희생의 기억, 기여의 역사, 연대의 정신을 통해, 이민자 공동체는 스스로를 지키는 동시에, 진정한 미국적 가치, 즉 자유, 존엄, 평등을 함께 지켜나갈 힘을 만들어야 한다.

최영수 변호사 /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법률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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