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독교 편견 퇴치 TF’ 발표 직후 발생...“파시즘적 종교 통제” 비판도 나와

윌리엄 바버 목사(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윌리엄 바버 목사(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미국 진보 기독교 진영의 대표적 인물인 윌리엄 바버(William Barber) 목사가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기도하던 중 체포됐다.

바버 목사는 지난 28일 공화당이 추진하는 복지 삭감 예산안에 반대하며 두 명의 성직자와 함께 평화 기도 시위를 벌이던 중 국회의사당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이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기독교 편견 퇴치’를 명분으로 한 연방 태스크포스(Task Force) 신설을 발표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발생해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TF 신설은 기독교 신앙을 이유로 정부 내에서 차별받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이를 보수 개신교 우파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보고 있으며, 이번 사건으로 그러한 주장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 그를 지지하는 정치 세력이 진보 기독교 운동가들을 반복적으로 탄압해온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바버 목사의 체포는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선 정치적 의도성을 지녔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는 과거 성공회(Episcopal Church)가 미국 내 이민자 보호와 포용 정책을 옹호하자, 이 교단을 향해 “더 이상 기독교적이지 않다“며 “이민자 수용소나 운영하라”고 조롱한 바 있다.

또한, “하나님보다 불법 이민자를 더 사랑한다”는 식의 막말을 SNS에서 쏟아내며, 이민자와 난민을 환영하는 기독교 전통을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이 발언은 미국 성공회 지도부는 물론, 전 세계 주교회의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그는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당시 평화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킨 뒤, 성경을 들고 교회 앞에서 포즈를 취해 정치적 선전을 일삼았고, 사회 정의와 반인종주의를 외치는 진보 기독교 단체들을 ‘급진 좌파’로 낙인찍었던 사례도 있다.

공공 예배에서 동성애자나 이민자를 포용하는 목회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특정 교리와 이념에 복종하는 교회만을 ‘진짜 기독교’로 규정하려 했다.

종교 자유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국가 권력을 통해 특정 신앙 해석만을 허용하려는 이러한 행보에 대해, 학계와 종교계 일각에서는 ‘기독교 파시즘’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듀크대 신학대학원 아담 콜먼 교수는 “트럼프의 태스크포스는 종교의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종교 통제 시도”라며 “진보 기독교에 대한 탄압은 이미 체제에 비판적인 신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파시즘적 조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윌리엄 바버 목사는 체포 직전 기자들에게 “우리는 기도하고 있었을 뿐이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의를 구하고 있었다”며 “하나님께서는 어떤 정치인도 숭배하라고 명하지 않으셨다. 우리는 양심에 따라 행동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내 종교 자유의 개념, 신앙의 정치화, 그리고 국가 권력에 의한 종교 통제 가능성에 대한 깊은 우려를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있다.

윌리엄 J. 바버 2세 목사는 미국의 저명한 목회자이자 인권 운동가다. 그는 북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출신으로, 오랜 시간 흑인교회 전통 속에서 신앙과 사회정의를 함께 실천해왔다. 특히 빈곤, 인종차별, 노동권, 투표권 등의 문제를 중심으로 ‘도덕적 부흥(Moral Revival)’ 운동을 이끌며 미국 내 진보적 기독교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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