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교 칼럼 / [마흐무드 칼릴 체포 사건과 기본권 침해]

지난 3월 8일, 팔레스타인 인권운동가이자 컬럼비아 대학교 대학원 졸업생인 마흐무드 칼릴이 뉴욕 자택 앞에서 체포되었다. 

그의 체포는 단순한 법 집행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적법 절차가 무너질 수 있다는 신호이며, 미국 사회에서 이민자를 포함한 소수자들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되고 있다.

체포 영상이 드러낸 불법적 공권력 행사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공개한 체포 영상을 보면, 칼릴이 연방 요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자택 앞에서 체포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요원들은 사복을 입고 있었고, 신분을 밝히기를 거부했으며, 체포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변호사와 연락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뉴욕에서 멀리 떨어진 루이지애나 ICE 수용소로 이송되었다.

이 장면이 주는 충격은 크다. 미국 헌법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있으며, 법원이 여러 차례 “정부는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해 왔다. 하지만 칼릴은 단지 반(反)이스라엘 시위에 참여하고 팔레스타인 인권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의 활동이 하마스와 연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범죄 혐의도 입증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의혹만으로 시민을 구금하고 탄압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과 헌법적 쟁점

칼릴의 법률팀은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인신보호청원 소송 (habeas corpus)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핵심은 그의 체포가 헌법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우선, 표현의 자유 침해가 가장 큰 쟁점이다. 미국 대법원은 Brandenburg v. Ohio 판례에서 정치적 발언이 직접적인 폭력을 유발하지 않는 한 처벌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정부는 칼릴의 시위를 단순한 정치적 표현이 아니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한 탄압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적법 절차의 문제도 심각하다. 헌법 제5조는 모든 개인에게 적법 절차를 보장하며, 정부는 개인을 체포하거나 구금하기 전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민 당국은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칼릴을 뉴욕에서 루이지애나로 이송했고, 변호사와 가족이 법적 대응을 할 기회를 박탈했다. 

또한, 헌법 제4조가 보장하는 영장 없는 체포 금지 조항도 침해되었다. 연방 대법원은 여러 판례를 통해 영장 없는 체포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칼릴 측 변호인들은 연방 법원에 루이지애나 ICE 수용소에 구금된 채 변호사 접근이 차단된 상황에서 그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으므로 즉각적인 석방을 요청했다.

 또한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칼릴을 탄압한 것은 헌법 위반임을 법원이 선언해 줄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현재 진행 중인 이민 재판에서 그가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강제 추방되지 않도록 보호 조치를 요구했다.

컬럼비아 대학교와 하원 교육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

칼릴 사건과 관련하여, 또 하나의 중요한 소송이 컬럼비아 대학교와 미 하원 교육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되었다. 

최근 하원 교육노동위원회는 컬럼비아 대학교에 학생 징계 기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학내 정치 활동이 정부의 감시 대상이 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제다. 

칼릴과 학생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이 조치가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대학 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이유로 대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적 권리 침해에 해당하므로, 컬럼비아 대학교가 학생 기록을 제출하지 못하도록 법원의 금지 명령을 요청했다. 

또한 하원 교육노동위원회가 대학 내 특정 정치 그룹을 표적으로 삼아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법적으로 정당한지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이 소송은 대학 내 정치적 활동의 자유와 학생 정보 보호의 기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만약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준다면, 앞으로 대학들은 학생들의 정치적 견해를 정부에 보고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다.

한인 커뮤니티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

마흐무드 칼릴의 체포가 단순히 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한인 커뮤니티는 직시해야 한다. 정부가 특정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이민자의 신분을 박탈하고 추방을 추진한다면, 이는 우리 한인 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인 유권자 단체, 한인 교회, 한인 대학생들도 같은 방식으로 표적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는 이미 역사 속에서 그러한 사례를 경험했다. 1882년 중국인 배제법이 처음 제정되었을 때, 그것은 단순한 이민 제한 정책이 아니라, 미국 내 아시아계 이민자 전체를 겨냥한 인종적 배제 조치의 시작이었다. 

1942년, 일본계 미국인들은 단지 출신 배경 때문에 강제 수용소로 보내졌고, 미국 사회는 침묵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

한인 사회가 해야 할 일

마흐무드 칼릴 사건은 단순한 뉴스가 아니다. 이는 미국 내 모든 이민자 공동체, 특히 우리 한인 이민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우리는 이 사건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첫째, 그의 석방을 위한 서명 운동에 참여해야 한다. ACLU 청원 페이지에서 서명하여 정부의 인권 침해에 항의할 수 있다. 

둘째, 한인 커뮤니티 내 법률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교회, 시민단체, 변호사들이 ICE 단속 대응 매뉴얼을 통해 헌법적 권리를 교육하고, 체포 시 묵비권, 변호사 선임권리, 영장요구 등의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미국 내 한인 정치력을 강화해야 한다. 선거 참여 및 시민권 등록을 통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인 단체와 연대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마틴 루서 킹 주니어는 불의가 한 곳에서 자라날 때, 그것이 언젠가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오늘 우리가 칼릴의 체포에 침묵한다면, 내일은 한인 청년, 한인 이민자가 같은 일을 당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정당화된다면, 내일은 한인 이민자들도 정치적 활동을 이유로 표적이 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우리가 연대해야 할 순간이다. 한 곳의 불의가 우리 사회 전체를 위협할 수 있음을 기억하며, 침묵이 아닌 행동으로 우리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

칼릴 부인이 촬영하고 ACLU 가 제공한 불법체포 비디오 영상 

 

 최영수 변호사 /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법률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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