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뱅대, 교황의 보수적 언급 비판
낙태는 ‘악'이며 ‘살인행위’라 강조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적이라 평가받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성 문제로 공격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대학로부터의 공격이라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하지만, 교황은 이러한 공격을 ‘우둔한 생각'에서 나온 ‘도덕적이지 못한 행위'라고 폄하했다.
교황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루뱅대 설립 60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참석해 ‘여성은 전통적인 성 역할에 충실해야'한다고 언급했다.
루뱅대는 사전에 교황에게 전달한 서한을 통해 ‘교회 역사 속에서의 존재하지 않는 여성의 위치와 현재 교회 내에서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교황은 ‘교회는 여성이며 예수의 신부'라고 전제하며 여성이 남성의 역할을 대신하려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적인 것은 합의나 이데올로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여성의 존엄은 종이가 아닌 육체에 기록된 법에 의해 보장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여성성은 출산, 양육, 생명을 주는 존재로 남성보다 더 중요”하다며 “하지만, 여성이 남성의 역할을 하려는 것은 끔찍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루뱅대는 교황의 여성관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며 이례적으로 비판적 성명을 내놓았다.
루뱅대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항해 싸우는 데 헌신해왔다"며 “그들의 출생, 성, 성적 경향성과 상관없이 사회안에서 융성해야 함을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의 교회와 사회안에서의 역할에 대해 밝힌 교황의 입장은 이해할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며 “교황의 언급은 보수적(conservative)이며 결정론적(deterministic), 환원론적(reductive)”이라고 비판했다.
교황은 순방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이 내용을 전해 듣고 ‘사전에 작성된 도덕적이지 못한 행위'라고 폄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는 항상 여성의 존엄과 남성보다 더 중요함을 강조해왔다"며 “하지만, 여성을 남성화하려는 것은 인간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만일 이러한 견해를 ‘보수적'이라고 말한다면 그는 어떠한 말도 듣고 싶어하지 않는 ‘우둔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쟁의 요인으로 교황이 ‘낙태'와 관련해 최근 보여온 일련의 행동과 언급을 지적했다.
교황은 루뱅대 방문 전날 재위 중 낙태법 승인을 거부했던 벨기에 5대 국왕 보두앵 1세의 묘를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해 낙태법을 ‘살인적인 법'이라 규정하고 국왕을 ‘성자'로 칭송했다.
또한, 교황청 출입기자단에게 “낙태 수술 의사는 살인청부업자"라고 언급했으며, 미국 대선 후보에 대해서도 이민자 추방(트럼프)이나 낙태권 지지(해리스)를 모두 ‘악'으로 규정하고 “덜 악한 쪽을 선택하라"는 보수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