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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갈 수 있는 길은 오직 죽음뿐"캐나다 성공회의 쓰라린 경험, 기숙학교 사태

1993년 대주교 마이클 피어스(Michael Peers)는 기숙학교 관련 역사적 상처로 항의하던 원주민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교단 내부의 원주민들은 침묵했다. 2001년에서야 교단 내 원주민 주교 고든 버디(Gordon Beardy)는 그 사과문을 수용하는 성명서로 응답했다. 피어스 대주교의 사과문이 발표된 뒤, 원주민 측으로부터 성명서가 나오기까지 8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은 사과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버디 주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기숙학교와 관련된 역사적 과오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마이클 피어스 대주교.  
 
"여러분들이 역사적 장벽을 허물기 위해 지극한 노력을 해온 것 때문에 나는 여러분들의 사과를 수용한다."

1800년대 백인들은 인디언을 그들의 문화에 동화시키기 위해 강제 교육 정책을 실시했다. 인디언 공동체를 붕괴하기 위한 백인들의 주된 수단 중 하나였다. 동화정책은 주로 기숙학교(Boarding School) 제도를 통해 진행됐는데, 그 목적은 "인디언을 죽이고, 인간을 살리는 것(kill the Indian, save the man)"이었다. 기숙학교 제도는 연방 정부의 정책이었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은 종교 기관에 의해 운영되었다.

가족을 떠나 강제로 학교로 이주 당한 어린이들은 향수병에 시달렸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들이 빈발했다. 기숙학교 어린이 묘지에 쓰인 문구는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Death was the only way you could get home…….”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죽음뿐)

1820년부터 1969년까지 약 150년에 걸쳐 연방정부와 교회가 운영했던 기숙학교 출신들이 지난 날 기숙학교 시절에 자신들이 경험했던 다양한 학대를 법정으로 가져가게 된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 성적, 신체적 학대와 언어 및 문화 말살의 책임을 정부와 교회를 상대로 제기하면서 법정 소송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소송은 승소했으며 법정은 정부와 교회가 원주민들에게 배상을 명령하였다.

처음에는 교회가 60%, 정부가 40%를 배상하도록 판결했는데, 천문학적 배상금의 60%를 감당할 길이 없는 교회가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교회 부담의 절반인 30%를 정부에 이관하기로 2002년 11월 20일에 최종 합의했다. 이 사건으로 캐나다 성공회, 특히 알버타 교구와 사스카체완 교구는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되었다.

   
 
  ▲ 기숙학교 입학 전과 입학 후의 모습.  
 
그러나 경제적 부담만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사태가 크게 두 방향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첫째는 캐나다 내에서 기숙학교를 제외한 '주간 학교'(day school)로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다. 당시 원주민 학교에는 기숙학교에서 거주하며 공부하는 학생들도 다수 있었지만, 가까운 지역에서 매일 학교를 왕래했던 학생들도 상당수였는데, 이들이 별도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추가 소송이 어떻게 발전할는지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결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 현재의 추세이다.

둘째는 이 소송 사태가 미국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1999년 후반부터 사우스다코타 주에 있는 래드클라우드학교(Red Cloud School)의 졸업생들이 배상 청구 운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운동을 주도하는 이들은 대중 언론을 통해서 어린 시절 당했던 피해 또는 학대 사실을 보고하도록 독려했다. 그러나 이 운동은 9.11사태 이후 이어진 이라크 전쟁으로 잠잠해져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언제 또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질지 알 수 없다.

기독교 선교 역사에 충격을 주는 기숙학교 사건에 대해 성공회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이후 캐나다 성공회는 획기적인 약속을 했다. 2000년 12월 20일자 캐나다 성공회에서 발간한 <기숙학교 : 보고 및 뉴스>에 의하면, "기숙학교를 통한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를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할 것, 원주민 보상 관련 소송에서 원주민들을 후원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 교회 내에서 원주민들의 위치를 높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향후 원주민 교회를 위한 주교는 원주민에서 배출될 것이며, 150명의 원주민 사제 서품을 통해 원주민 교회의 지도자는 원주민이 담당하는 획기적인 약속을 했다.

미국 원주민들의 상황이 원래부터 어려웠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다. 백인들과 접촉하기 전에  미국 원주민들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사는 평화로운 공동체적 삶을 유지해 왔다. 이런 그들의 삶이 비참한 모습으로 전락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강제 교육을 통한 동화정책인 것이다.

안맹호 / 북미 원주민 선교사(Dana Ministries)

안맹호  danamiss20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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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75.XXX.XXX.126)
2010-02-16 11:24:03
찬성:0 | 반대:0 찬성하기 반대하기
대주교 님 감사드리며 위하여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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