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Love for GOD, Best Love for Neighbors”
"하나님께 첫사랑을. 이웃에게는 최고의 사랑을"

[시카고=최병인 기자] 시카고제일한인연합감리교회(담임 조선형 목사)가 창립 102주년을 맞아 지역 난민과 이웃을 초청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특별한 행사를 열었다. 임직 감사예배에 앞서 13일(토) ‘이웃초청 큰 잔치’로 꾸며졌다. 이번 창립기념일은 교회가 지역사회를 향해 문을 활짝 열고, 난민들과 하루를 온전히 함께 보낸 뜻깊은 시간으로 기록되었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섬기듯 난민을 섬기자’는 다짐을 새기며,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봉사자들이 함께 찬양으로 마음을 모으고 있다. 


“예수님을 섬기듯 난민을 섬기자”

행사 전 봉사자 오리엔테이션에서 조선형 목사는 “오늘 우리는 난민을 섬기러만 모인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서로 어우러져 하나 되어 섬기러 모였습니다. 오늘 이분들을 섬기는 룰은 오직 하나입니다. 성경이 말씀하신 대로, 예수님을 영접하고 섬기듯 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교회의 구호는 명확했다. “First Love for GOD, Best Love for Neighbors(하나님께는 첫 사랑을, 이웃에게는 최고의 사랑을)”. 봉사자들은 170여 명. 국적과 인종, 문화가 서로 다른 이들이 일리노이 곳곳에서 모여, 난민들을 환영하기 위해 한자리에 섰다. 지난해 101주년 창립예배 때는 전 교인이 흩어져 지역교회를 섬겼다면, 올해는 교회의 공간을 열어 난민들을 초청했다. 예배당을 비우고 ‘섬김’을 실천했던 101주년과 달리, 102주년은 교회를 가득 채운 이웃과 함께한 잔치였다.

죽음과 핍박을 피해 사선을 넘어 왔지만 여전히 이민당국의 긴장 속에 살아가는 난민들(나그네). 그들과 함께하는 것은 곧 성경이 말씀하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길입니다. 사진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는 난민들의 모습입니다.
죽음과 핍박을 피해 사선을 넘어 왔지만 여전히 이민당국의 긴장 속에 살아가는 난민들(나그네). 그들과 함께하는 것은 곧 성경이 말씀하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길입니다. 사진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는 난민들의 모습입니다.

행사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시카고 지역에 방위군을 투입해 서류미비 이민자를 단속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고, 행사 직전 ICE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한 사람이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난민들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약속된 난민들조차 “만약의 사태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속에 참가를 망설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조 목사는 단체 대화방을 통해 봉사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행사 공간과 동선을 축소·조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혹시라도 단속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야외 활동을 줄이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실내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바꾼 것이다.

행사 당일 아침,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고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그러나 곧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치자, 염려와 두려움이 풀리듯 난민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교인들이 일렬로 서서 난민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환영하고 있는 모습.
교인들이 일렬로 서서 난민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환영하고 있는 모습.

교회 주차장에는 스쿨버스 세 대가 서 있었고, 난민들이 차례로 내려 교회 안으로 들어왔다. 노란 버스와 줄지어 내리는 난민 가족들의 모습은 봉사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조 목사는 “이 광경은 내가 오래 전부터 꿈처럼 그려왔던 것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초 30명 정도나 모일까 걱정했지만, 이날 최종적으로 약 120명의 난민이 행사에 참여했다. 일부는 이미 정착해 직장을 다니고 있는 가정들이 소문을 듣고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난민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자리를 함께한 조선형 목사와 손태환 목사(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위원장).
난민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자리를 함께한 조선형 목사와 손태환 목사(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위원장).

 행사의  뜻깊은 순간 중 하나는 난민 자녀 장학금 전달식이었다. 난민 가정 4곳의 자녀들에게 각각 400달러씩, 총 1600달러의 장학금이 수여됐다. 절반은 교회 장학위원회가, 나머지 절반은 시카고이민자보호교회네트워크(위원장 손태환 목사)가 함께 마련한 매칭 펀드였다.

조선형 목사는 “이 장학금은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와 교회가 난민들과 함께 서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난민을 돕는 프로그램을 간간이 있었으나 교회문을 활짝 열고 난민들에게 온전한 하루를 선물한 것은 그 자체가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무디 신학교 합창단과 본교회 할렐루야 성가대가 연합으로 공연을 펼치는 모습.
무디 신학교 합창단과 본교회 할렐루야 성가대가 연합으로 공연을 펼치는 모습.

행사 프로그램도 풍성했다. 무디신학교 합창단의 찬양과 간증, 본교회 할렐루야 성가대와 협연 차인홍 교수의 바이올린 연주, 가스펠 매직 공연 등은 난민과 교인 모두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또 시카고 지역의 ‘하나센터’에서는 난민들에게 정착에 필요한 정보와 권리 교육을 제공했고, ‘여성 핫라인’으로 잘 알려진 ‘KAN-WIN’에서는 난민 아이들의 안전 교육을 제공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게임 부스에서 즐겁게 뛰어놀았고, 봉사자들은 언어 장벽을 넘어 대화를 시도하며 교제를 이어갔다. 행사장에서는 따뜻한 식사와 생필품이 제공되었으며, 무료 헤어컷 서비스도 마련돼 난민들이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봉사자들도 공연과 식사, 게임의 순간마다 옆에 서서 함께 웃고 박수 치며 동행자의 역할을 감당했다.

행사를 마친 뒤 조 목사는 “위대하신 주께서 우리를 통해 하시는 일을 또 보았다. 오늘 하나님 나라의 형제자매들과 함께해 행복하고 감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봉사자들 또한 “긴장감 속에서 준비했지만, 결국 감사로 마무리된 하루였다”고 입을 모았다. 창립행사에서 교회는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된것이다. 

조 목사는 이번 행사를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교회가 이렇게 난민들을 모시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내년에는 파킹랏 전체를 활용해 더 큰 축제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전했다.

이미 청년들은 내년 행사에 “우리 아이들을 위한 VBS 라이프 프로그램을 해보자”는 의견을 나누며 한발 앞선 생각을 하고있다. 창립 102주년은 교회의 미래와 비전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시카고제일한인연합감리교회의 창립 102주년은 단순히 역사적 숫자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었다. 방위군 투입과 ICE 단속 소식으로 얼어붙었던 분위기 속에서도, 교회는 난민들을 향해 문을 열었고, 120명의 난민과 170명의 봉사자가 하나 되어 하루를 보냈다.

예수님을 섬기듯 난민을 섬기자는 다짐, 난민 자녀에게 전달된 장학금, 주차장에 늘어선 스쿨버스와 웃음 짓는 가족들, 그리고 감사로 마무리된 잔치. 이 모든 것은 교회가 앞으로 100년을 향해 어떤 정체성과 사명을 가지고 걸어가야 할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표정 없이 조용히 앉아 있는 한 자매의 모습 속에서, 난민이 겪는 아픔과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표정 없이 조용히 앉아 있는 한 자매의 모습 속에서, 난민이 겪는 아픔과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First Love for GOD, Best Love for Neighbors.” 하나님께 첫 사랑을, 이웃에게 최고의 사랑을 드린 이 하루는, 교회와 지역사회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이날 행사를 위해 170여 명의 봉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음을 모으고 힘을 보탠 모습. 작은 손길들이 모여 큰 사랑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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