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민법원 출석 직후 체포…대한성공회·NCCK·미국 성공회 등 즉각 석방 요구
미국 인디애나주 퍼듀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 고연수(20) 양이 지난 7월 31일 뉴욕 맨해튼 연방 이민법원 출석 직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전격 체포·구금됐다. 이번 사건은 한미 교계와 시민사회, 재외 한인 사회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석방 촉구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법정 나서는 순간 전격 체포…“영장 없는 구금, 위헌적 행위”
고연수 양은 2021년 어머니 김기리 성공회 사제와 함께 종교인 종속 비자(R-2)로 미국에 입국했다. 현재 인디애나주 퍼듀대학교에서 약학 예과(Pre-Pharmacy)를 전공하며 2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 7월 31일, 고 양은 맨해튼 연방 이민법원에 출석해 판사로부터 8월 21일 재심리 일정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법정을 나서는 순간, ICE 요원 5명이 접근해 그를 체포했다. 고 양은 인근 구금시설에 수감된 뒤 루이지애나주 먼로(Monroe)의 리치우드 교정센터(Richwood Correctional Center)로 이송됐다.
박동규 변호사(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법률담당)는 “고 씨는 신분 변경 신청서(I-539)를 제출한 상태였고 정기 심리 출석 후 다음 일정을 통보받은 직후 체포됐다”며, “영장 없는 체포와 구금은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 절차(Due Process)를 명백히 위반한 위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현재 고 양은 보석이 허용되지 않은 상태이며 가족 면회와 변호사 상담도 제한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이 소식은 한인 사회와 교계에 급속히 확산되며 “사실상 납치와 다름없다”는 분노의 목소리를 불러일으켰다.
CNN 등 미국 언론, 인권 침해 사례로 보도
이번 사건은 CNN을 비롯한 미국 주류 언론에서도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 이후 강화된 이민 단속 속에서 합법 체류자까지 무차별적으로 체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고 양 사건을 대표적 인권 침해 사례로 소개했다.
교구 측 변호인 메리 데이비스(Mary Davis)는 CNN 인터뷰에서“가족은 단순한 정기 심리를 받으러 왔다가 미궁에 빠졌다”며 “고 양은 절대적인 공포 속에 있다”고 전했다.
한미 교계, 연대 성명 발표…“즉각 석방하라”
사건 직후, 미국 성공회 뉴욕교구와 뉴욕 이민자연맹(NYIC), 뉴욕 종교간 협력센터(ICNY)는 8월 2일 맨해튼 연방 플라자(26 Federal Plaza) 앞에서 기자회견과 촛불기도회를 열고, 고양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매튜 하이드(Matthew Heyd) 뉴욕교구장은 현장에서 “고연수양은 교회의 사랑하는 가족이며 이번 사태는 신앙과 양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대한성공회 박동신 오네시모 의장주교가 8월 4일 ‘자유·정의·우정의 이름으로: 고연수 양 구금 사태 해결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고 양의 학업과 법적 절차를 보장할 즉각적 석방 △적법 절차와 인권 원칙에 따른 재검토 △한미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이민 집행을 요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역시 이번 사태를 인권과 국제 신뢰의 위기로 규정하며 세계 교회와 연대해 석방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김민웅 목사도 SNS를 통해 긴급 입장을 밝혔다. 김목사는“이번 사건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인권 유린이자 사실상 납치에 가까운 행위”라며 “외교부와 대통령까지도 필요하다면 직접 나서 미국 정부에 조속한 석방과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법치와 인권, 한미 신뢰 관계를 시험하는 사건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계와 시민사회는 한목소리로 “속히 고연수 양을 석방하고, 자의적 이민 단속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오는 8월 7일 오후 5시(동부), 뉴욕 스카스데일 체이스 파크(Chase Park)에서는 대규모 촛불기도회와 커뮤니티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미국 성공회, 뉴욕 이민자연맹, 현지 한인단체가 공동 주최하며 석방 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