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강단에서 음모론 쏟아내...교계단체들 심각한 우려 제기

모스 탄이 은평제일교회에서 간증을 하고 있다.(사진:교회 유튜브 영상 갈무리)
모스 탄이 은평제일교회에서 간증을 하고 있다.(사진:교회 유튜브 영상 갈무리)

거짓 선동 등으로 배척을 받은 인물이 교회에서 집회를 가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은평제일교회에서 미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 출신인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의 간증 집회가 열렸다. 그는 미국 보수 진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해온 대표적 극우 인사다. 

이번 집회는 그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유일하게 강단에 선 공식 집회였다. 다른 교회와 단체는 “정치적 논란의 여지가 크다”며 모두 초청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은평제일교회(원로목사 심하보)만이 유일하게 그를 환대하며 강단을 내주었다.

교회 안에서 쏟아진 음모론

한국 언론은 “이번 간증 집회는 보통의 집회와는 사뭇 달랐다”며 “모스 탄은 ‘이재명의 소년원 출신’, ‘부정선거’, ‘중국의 개입’ 등 거짓 선동을 가득찼다”고 보도했다. 

모스 탄은 교회 강단에 올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소년 시절 소년원에 수감되었고, 살해 사건에 연루된 전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22년 대선은 조작되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법부를 매수해 진실을 덮었다”며 선관위와 법원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그 근거는 “증언과 자료, 상황 증거가 있다”는 것이었지만, 그는 “구체적 증거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중 일부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USA’를 외치기도 했다”며 “교회 집회라기보다 정치 유세와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증언했다. 

17일 열린 집회에서 강연을 맡은 모스 탄(좌)와 패널로 참석한 전한길(우)(사진:교회 유튜브 영상 갈무리)
17일 열린 집회에서 강연을 맡은 모스 탄(좌)와 패널로 참석한 전한길(우)(사진:교회 유튜브 영상 갈무리)

모스 탄이 집회에서 주장한 내용 대부분은 법적으로, 사실적으로 이미 근거 없다고 판명된 바 있다.

그가 언급한 소년원 복역설은 과거 한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 비롯된 허위 정보로, 현재 서울서부지검은 관련 고발 사건을 접수해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 측은 “어떤 전과도 없다”며 공식적으로 반박했으며, 사실 확인을 마친 다수 언론도 이를 ‘전혀 사실 무근’으로 보도했다.

부정선거 주장 역시 신빙성이 없다. 2022년 대선 이후 진행된 다수의 선거소송과 국가 차원의 점검에서도 조작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과 중앙선관위 감사 결과 모두 선거의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또한, 중국 공산당이 투표용지를 제작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은 어떠한 외교적 자료나 공식 보고서로도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이다. 해당 주장은 미국 내 일부 극우 매체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정식 언론기관이나 학술단체에서는 단 한 차례도 입증된 바 없다.

 무엇보다 그는 “증거가 있다”고 반복하면서도, 끝내 그 어떤 자료도 공개하지 않았다. “비밀로 하겠다”는 발언은 사실상 주장 검증을 회피하는 전형적인 수사학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집회에서 사회를 맡은 심하보 목사는 모스 탄의 정치적 후원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심 목사는 “모스 탄을 주한 미국대사로 추천하겠다”며 “이분 같은 분이 주한 미국대사로 와야 한국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집회 참석자들에게 서명운동을 독려했다. .

그는 이어 “지금은 진리를 말해야 할 때”라며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회 강단을 통해 목소리를 내야 할 책임이 있다”며고 강조했다. 

간증 집회 사회를 맡은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원로목사(사진:교회 유튜브 영상 갈무리)
간증 집회 사회를 맡은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원로목사(사진:교회 유튜브 영상 갈무리)

교계 “신앙을 정치 선동 무대로 오용하지 말라”

모스 탄의 강연 이후 교계 일각에서도 은평제일교회를 향한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기독교장로회(NCCK) 관계자는 본지에 “외국 극우 인사를 초청해 근거 없는 주장을 퍼뜨리는 것은 교회의 공공성과 진실성을 해치는 심각한 행위”라며 “이웃과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의 한 중형교회 목사는 “은혜와 말씀의 강단이 특정 정치 이념의 선전장이 되어선 안 된다”며 “하나님의 말씀보다 정치적 의제가 더 우선시되는 것은 우상숭배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한교총 내 일부 인사들도 비공식적으로 “해당 집회에 대한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목회자는 “교회가 거짓과 허위정보의 플랫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모스 탄은 이번 방한 중 한국 내 주요 보수 교회 및 대학, 시민단체에 강연 요청을 보냈으나 대부분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수 성향 단체 관계자는 “트럼프 지지 여부를 떠나, 그의 발언 수위와 근거 부족은 위험하다”며 “교회 내 분열을 일으킬 수 있어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은평제일교회만이 예외였다. 심하보 원로목사는 과거 전광훈 목사와 일정 거리를 둔 ‘비전광훈 보수’로 분류됐지만, 최근 들어 다시 정치색이 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역에서는 “전광훈의 공백을 채우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교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금은 진리를 말해야 할 때”라며 모스 탄 집회에 의미를 부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은평제일교회는 1981년 심하보 목사가 개척해 수많은 은혜 집회를 열었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심 목사의 보수 정치 성향이 강해지면서 교회 강단은 점점 정치 무대로 변하고 있다. 모스 탄을 통해 본 이번 집회는 그 흐름의 정점처럼 보인다.

“거짓을 설교하지 마십시오.” 은평구 주민이 남긴 피켓 문구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 교회가 다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요청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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