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 탄이 예배에 참석하는 심하보 목사는 누구?
부정선거라는 상식 밖의 주장이 한 줌 남은 대한민국 극우의 지분을 차지하기 위해 세를 모으는 형국에 들어 갔다. 대표적인 부정선거론자인 모스 탄(Morse Tan, 전 미국 국제형사사법 대사)이 강사로 참석하는 행사가 버젓이 홍보되고 있다. 그 행사 중 일요일인 7월 17일에는 은평제일교회(심하보 목사)에서 ‘예배’에 참석한다. 심하보는 이 바닥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인데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가 주축이 된 세이브 코리아, 전광훈 등이 대선 이후 목소리를 잔뜩 낮춘 것과 달리 부정선거론을 통해 극우 기독교의 새로운 지도자로 군림하려는 듯하다.
심하보는 1981년 순복음신학교(현 한세대)와 1984년 장로회 신학대학원(현 웨스트민스터)을 졸업한 뒤 1985년 하나님의성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은평제일교회를 개척한 인물이다. 무슨 연유인지 하나님의 성회를 떠나 지난 2021년 4월 창립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예장) 총회장도 맡고 있다. 전광훈처럼 본인이 교단을 창립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이름도 중간에 바뀐 것 같은 의혹이 짙다. '하나님의 보배'라는 뜻 같은데 그 세대에 한글과 한자를 섞어 작명하는 풍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심하보는 2019년 10월 서울 광화문 집회에 나와 “나는 비겁한 목사였다”고 고백하면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수호’운동에 참여했다. 또 코로나19 국면 당시, 교회에 대한 정부 방역지침에 맞서면서 지난 2021년 8월 1일 방호복을 입고 주일예배를 드려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 해프닝으로 '예배 자유 회복'의 전사로 부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방역에 저항하며 '교회를 지킨다'고 외치던 심하보 본인은 2021년 9월 코로나19에 감염되어 한 달 이상 병원에 입원했고, 기저질환 악화로 혼수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기까지 했다. 교인들이 장례를 준비하고 후임자 청빙을 논의할 정도의 위독한 상황이었다. 극적으로 회복하여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과학적 근거를 무시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세력에 동조하고 있다.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했던 질병의 위험성을 체험하고도, 여전히 현실 감각 없는 주장을 펴는 이들의 행태에 동조하고 있다.
심하보가 전광훈과 결별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평화나무에서 발행하는 ‘쩌날리즘’ 2022년 5월 11일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심 목사는 전광훈 씨와의 만남부터 그동안 있었던 일을 풀어놨다. 그는 “전광훈이 진짜 애국자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나도 광화문에서 울면서 ‘이만한 애국자가 없다. 믿어도 된다’고 했다”며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내가 큰 죄를 지었다”고 고백했다.
이야기를 듣던 안희환 목사 역시 “나도 그 죄가 있다”며 “전광훈 목사가 이단으로 몰려갈 때 인맥 총동원해서 이단으로 정죄되지 않도록 막았다”고 씁쓸해했다.
안 목사는 “전광훈 목사의 특징이 있는데, 자기 말고 다른 사람이 존경받고 인정받고 사람을 움직일 힘을 갖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다”며 “이동욱 회장이 전광훈을 향해 나르시시스트라고 했는데, 전광훈 씨는 수평적 관계는 절대 안 되고 자기 밑에 맹종할 사람만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쩌날리즘)
2022년 당시 전광훈은 극단적인 발언과 행동으로 인해 교계 안팎에서조차 비판을 받으며 고립되는 형국이었다. 심하보가 전광훈과 거리를 둔 것은 전 목사의 지나치게 과격하거나 비효율적인 방식에 대한 불만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는 심하보 목사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중도화되었음을 의미하기보다는, '극우'라는 본질적 성향은 유지하되, 보다 전략적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계산된 선택으로 보인다. 전광훈 목사가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을 때, 그 빈자리를 새로운 '극우의 리더'로 채우려는 욕망이 읽히는 지점이다.
2023년 심하보가 은퇴를 선언했을 때 교회측이 제시한 10억의 은퇴위로금을 마다한 것으로 알려져 보수적인 기독교 매체에서 칭찬이 이어졌었다. 이 사건은 전광훈과 대척되는 청렴이미지를 나타내기 좋은 홍보 수단이 되었다.
심하보가 대선 부정선거론에 협력하는 이유는 바로 이 '극우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욕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기존 정치 체제나 특정 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의 위기라고 인식하는 상황에서는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정치 개입을 정당화한다. 'STOP THE STEAL'이라는 문구가 선명한, 모스 탄 대사 초청 집회 안내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부정선거론은 명백히 국제적인 극우 세력과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허무맹랑한 주장이 그의 보수적 세계관, 즉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이른바 ‘애국주의’와 결합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신앙적 사명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교회가 한때 방역 수칙 위반으로 운영 중단 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이성적인 주장을 펼치는 세력에 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그가 얼마나 현실 인식을 잃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