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인 30% 무속에 의존해…젊은 여성층과 성소수자에서 증가세 뚜렷

점성술, 타로, 운세 상담.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이 ‘신비주의적’ 문화가 미국에서도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 10명 중 3명(30%)이 매년 최소 한 번 이상 점성술, 타로 카드, 또는 점술가를 찾아간다고 한다.

보고서는 미국 내 무속 신앙적 행위의 확산을 정량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젊은 여성층과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뚜렷한 증가세가 포착된다. 

18세에서 49세 사이의 여성 중 43%가 “별의 위치가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으며, 성소수자(LGBTQ+) 응답자 중 절반 이상(54%)은 정기적으로 점성술이나 운세를 본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 전체 평균의 세 배에 달한다.

물론 미국인들 다수가 이런 활동을 ‘재미’로 소비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신앙적 의존도도 무시할 수 없다. 

응답자의 10%는 점성술이나 점술이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답했고, 6%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일정 정도 의존한다”고 밝혔다.

미국인의 30%정도가 적어도 한 가지의 무속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퓨리서치)
미국인의 30%정도가 적어도 한 가지의 무속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퓨리서치)

미국과 한국의 차이는 형태보다 표현의 방식에 있다. 

한국의 무속은 ‘굿’이나 ‘신내림’처럼 종교적 색채가 강하고, 특정 직업군(무당)에 집중돼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타로 카드, 별자리, 명상 앱 등 대중문화와 밀착한 형태로 소비된다. ‘무속’이라는 용어보다는 ‘뉴에이지’ 혹은 ‘웰니스’라는 말로 포장된다.

하지만 본질은 같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인간은 어디서든 초월적인 힘을 찾는다. 그것이 신이든, 우주이든, 무속신이든 말이다.

종교의 쇠퇴는 무속 신앙의 부활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은 이제 성인의 28%가 ‘무종교’(Nones)를 자처하는 시대다. 공식 종교의 틀은 벗어났지만, 인간의 영적 갈증은 여전하다. 과학과 기술의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운명’을 믿고, ‘길흉화복’을 알고 싶어 한다.

경제적 불안정, 관계의 파편화, 사회적 고립이 심화될수록 무속적 상상력은 위로와 방향성을 제공한다. 현실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은 그들의 길을 ‘별자리 차트’나 ‘타로 덱’에서 찾는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종교사회학자들은 ‘탈종교화 이후의 재마법화 현상’으로 해석한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종교사회학을 연구하는 캐서린 루이즈 박사는 “공식 종교에 대한 불신과 개인주의의 팽배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의 확산은 사람들이 보다 유연하고 맞춤형 영적 체계를 찾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전통 종교가 제공하던 공동체성과 위로의 기능이 약해진 자리에, 점성술과 타로 같은 대체 영성이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심리학과 김현정 교수는 “불확실성과 통제 불가능한 사회에서 인간은 무력감을 느낀다. 무속 신앙은 그 통제 불가능한 세상을 해석해주는 틀을 제공한다”며 “그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기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전직 대통령의 무속 의존이 전국적 논란이 될 정도로 무속 신앙이 정치와 사회를 휘저은 적이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한국에 비해 좀 더 조용하다. 그러나 그 정도로 보면 더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미국 내 ‘사이킥 서비스’(psychic services) 산업은 연 매출 23억 달러(한화 약 3조 원), 종사자 수 10만 명을 넘긴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어느덧 종교적 영향력이 시들해지고 있는 자리에 무속이 들어와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한국의 지난 정권의 무속으로 인한 부작용을 보면 미국의 현상도 결코 좌시할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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