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3월, 외국인 적법(Alien Enemies Act, AEA)을 발동하여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을 신속히 추방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미국 내 이민 정책이 다시 한 번 혼란과 법적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AEA는 1798년에 제정된 법으로, 미국이 전쟁 중일 때 대통령이 적국 국민을 체포, 구금, 추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전시법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전쟁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 법을 적용하려 하고 있어 위헌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AEA 발동은 단순한 이민 정책 변화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기간 활용해온 “혼란과 피로 전략(flood the zone)“의 일부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게 봐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끊임없이 여러 개의 황당하고 공격적인 정책을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하여 정치적 반대 세력을 압도하고,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사람들을 지치게 하여 저항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법적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정책을 강행하고, 너무 많은 논란을 동시에 일으켜 미국시민들과 야당인 민주당, 시민사회 단체들이 한꺼번에 모든 사안에 대응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AEA의 역사적 배경과 법적 문제

AEA는 1798년 제정된 “외국인과 선동법(Alien and Sedition Acts)“의 일부로, 미국이 전쟁 중일 때 대통령이 적국 국민을 체포, 구금, 추방할 권한을 가지도록 한 법이다. 

이 법은 역사적으로 세 차례 사용되었다. 1812년 영국과의 전쟁 당시 미국 내 영국 국적자들을 일부 구금했고, 1917년 1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 국적자 6,000여 명을 강제 구금 및 추방했다. 

가장 악명 높은 사례는 2차 세계대전 중 일본, 독일, 이탈리아 출신 미국 거주민 수만 명을 강제 수용소에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이후 80년 동안 사용되지 않았으며, 평화 시기에 적용된 적도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AEA 발동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전쟁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범죄 조직 ‘Tren de Aragua’와 연관된 인물들을 추방한다는 명분으로 이루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 내 범죄 증가에 기여하고 있으며, Tren de Aragua가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국가 안보 위협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전쟁 선포 없이도 AEA를 적용할 수 있다고 억지에 가까운 해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AEA 적용이 헌법적으로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전쟁 상태가 아니며, AEA는 특정 국가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법이지, 범죄 조직을 겨냥할 수 없다. 

또한, 강제 추방 대상자들이 법원에서 자신의 신분을 방어할 기회조차 없이 신속하게 추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헌법상 절차적 정당성(Due Process)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 

이러한 이유로, ACLU(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와 Democracy Forward는 즉각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법원은 AEA의 집행을 14일간 중지하는 “임시 금지 명령(TRO)“을 내려 관련 이민자들의 추방을 전격 중지시겼다.

트럼프의 “혼란과 피로 전략”과 정치적 계산

이번 AEA 발동은 트럼프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정치 전략의 일부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급속한 행정 명령 남발을 통해 반대 세력이 대응하기 어려워지도록 만들고, 법적으로 논란이 있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법원에서 판결이 나기 전에 정책이 효과를 보도록 유도해왔다. 

또한, 거칠고 원색적인 발언과 정책으로 시민들을 양분해 분리시키고, 너무 많은 이슈를 동시다발적으로 제기하여 반대 세력의 자원과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이 어떤 이슈를 우선적으로 대응할지 내부에서 갈등을 겪도록 만드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트럼프의 목표는 단순히 특정 이민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정치 환경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법적 싸움이 지연되는 동안 자신의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대중과 언론이 여러 이슈에 압도당하면서 특정 정책에 대한 반발이 약화되도록 만드는 효과도 있다. 

법원에서 일부 정책이 무효화되더라도, 트럼프는 이미 많은 사람들을 추방하거나 정책을 시행하는 데 성공한 뒤이기 때문에, 결국 일부 성과를 거두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또한, 민주당이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을 이용하여, 민주당이 공격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중도층의 표를 의식하여 적극적인 반대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이용해 점점 더 강경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사용했다. 2017년 무슬림 여행 금지령이 시행된 후 법원에서 일부 조항이 무효화되었지만, 그동안 피해는 이미 발생했다. 

2018년 가족 격리 정책도 대중의 반발이 컸지만, 변형된 형태로 지속되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를 이유로 Title 42를 통해 대규모 추방을 진행했다. 이번 AEA 발동도 이러한 패턴을 반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인 커뮤니티가 해야 할 일

이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한인 커뮤니티는 법적 대응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ACLU, American Immigration Council, NILC 등의 단체에 기부하여 법적 싸움을 돕고, 반헌법적이고 반윤리적 이민정책과 집행에 대해 무기력한 지역 정치인들에게 이민자 보호 정책을 지지하라고 압박해야 한다. 

또한, AEA 소송이나 반이민정책에 대한 소송 진행 상황을 주시하고 지역 사회에서 이를 알리는 역할이 필요하다.

정치적 행동도 중요하다. 반이민 정책을 막을 법안을 지지하고, 한인 단체들이 이민 법률 상담 및 지원을 조직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트럼프의 전략은 반대 세력의 혼란과 분열을 유도하는 방식이므로,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일관된 법적 대응과 정치적 압박이 필수적이다.

법적 대응이 최선의 전략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의 Trump v. United States (2024) 판결은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 내에서 수행한 행위에 대해 절대적 면책권(absolute immunity)을 가지며, 공식 직무와 관련된 행위에도 면책권(presumptive immunity)이 적용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AEA 발동과 같은 정책적 결정이 위헌 판결을 받더라도,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금전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대법원의 면책권 강화는 대통령이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도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트럼프의 독단적 정책을 견제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따라서 법적 소송을 통한 정책 중단, 의회의 감시 및 정치적 압박이 더욱 중요한 대응 전략이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대 세력이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법적 대응이 가장 강력한 저항 수단이며, 이를 위해 ACLU와 같은 단체를 지원하고 법적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트럼프가 정책을 남발하더라도, 지치지 않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인 커뮤니티는 이 사안을 단순한 이민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영수 변호사 /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법률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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