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뉴욕의 성공회 성요한 대성당에서 열린 ‘서류미비자들과 피난처 교회들을 위한 촛불 기도회’가 거친 추위와 비바람 속에서도 약 500여 명의 종교계 지도자, 신도, 이민자 권익옹호단체 활동가, 변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국 정부의 불의한 이민정책에 맞서 거룩한 분노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며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이번 기도회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군대까지 동원해 무자비한 대량 추방 정책, 외국인 혐오, 유색인종 차별 등 불의한 이민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이민자들과 난민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대변하고, 동시에 전쟁, 가난, 폭력, 환경재해 등으로 인해 미국에 망명해 오는 형제자매들을 환대하고 돌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짐하는 자리가 되었다.
그날 뉴욕의 성공회 성요한 대성당은 마치 하나님의 눈물인 듯,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종교와 신분의 사람들이 모여 촛불을 켜며 기도의 불씨를 지폈다. 참석자들은 “함께 기도하며 모이고,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불의한 이민 정책에 맞서 정의롭고 인도적인 정부 정책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패트릭 맬로이 성공회 성요한 대성당 주교는 환영사에서 “이 교회는 기도의 집이며 종교, 인종, 신분에 상관없이 모든 이들의 모임의 장소입니다. 힘들고 혹독한 시기이지만 함께 기도하며 모이고 이겨냅시다.”라고 힘찬 목소리로 외치며 참석자들에게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개회식에서는 클로이 브레이어 종교화해 센터 사무총장이 “희망과 용기는 함께하며 연대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각계 각층의 참석자들이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결의를 다졌다.
또한, 힐리 하버 유대교 랍비는 ‘용기로의 부르심’이라는 기도에서 모세의 선포문을 인용해 “두려워마라, 용기를 가져라,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라고 외치며 참석자들에게 두려움을 극복할 용기와 믿음을 북돋았다. 이처럼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각자의 신앙 전통을 바탕으로 하나의 공동체로 연대하는 모습은, 오늘날 미국 사회에 만연한 극단적 이민정책과 외국인 혐오에 맞서는 강력한 저항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이어 성공회 맨하탄 관구장 매튜 헤이드 주교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의식주와 피난처를 제공하는 것은 신앙인들의 의무입니다. 신앙인의 의무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정부의 행정명령에 대해 종교의 자유 위반으로 함께 소송에 참여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하며, 정부의 불의한 정책에 맞서 법적 대응까지 촉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기도회는 이민자와 난민 문제에 대한 정부의 무자비한 대량 추방 정책에 대항하는 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군대를 동원해 진행한 대량 추방, 외국인 혐오, 유색인종 차별 등 불의한 정책들이 미국 내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거룩한 분노와 함께 이민자 및 난민 형제자매들을 위한 연대를 다짐하였다.
니카라과에서 온 난민 제이콥과 그를 돕고 있는 소셜워커 마리포사 베네테즈 씨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난민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시기이며, 함께 연대해서 이겨내야 합니다.”라고 발언하며, 이민자들이 처한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호소했다. 아다마 바 아프리칸 커뮤니티 센터 국장 역시 “오늘 모임은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자비, 정의, 연대를 향한 우리의 헌신을 다시 한 번 다짐하는 자리입니다.”라고 강조하며, 지속적인 연대와 협력을 약속했다.
모든 참석자들은 이어진 공동 기도문을 함께 낭독하며, “희망과 용기로 하나되게 하소서. 당신의 백성들이 우리의 백성들입니다. 당신의 자녀들이 우리의 자녀들입니다. 당신의 안전이 우리의 안전입니다. 당신의 평화가 우리의 평화입니다.”라는 기도로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50-60년대 민권운동 시절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와 함께 수많은 집회, 예배, 기도회에서 불려졌던 흑인 구전 가스펠 ‘작은 나의 빛(This Little Light of Mine)’을 참석자들이 함께 부르며, 오늘날 미국 내 극단적인 백인 기독교 국가주의와 ‘프로젝트 2025’ 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역사가 민권법 이전의 체제로 회귀하려는 시도에 대한 분노와 저항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이 노래는 “여기에 지금(here and now)”이라는 절실한 외침과 함께, 과거의 투쟁과 승리의 역사를 기억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짐하는 중요한 의미로 전달되었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에서는 저명한 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가 연단에 서서 발언하였다. 알 샤프턴 목사는 “자유의 여신상에는 ‘당신의 지치고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나에게 보내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으나, 오늘날 미국은 자유를 찾아오는 이들을 대대적으로 추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무자비한 추방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거대한 정부에 맞서 싸우는 일은 마치 골리앗과 싸우는 것처럼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윗이 가졌던 희망과 용기의 돌멩이를 가지고 있으니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편입니다.”라고 단호히 외치며, 참석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촛불 기도회는 반이민 정책과 차별, 불의한 정부 정책에 맞서, 신분에 상관없이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따뜻한 우산을 씌워주고, 우산이 없는 이들에게는 함께 비를 맞는 마음으로 연대하자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참석자들은 특히 한인 교회들과 손을 맞잡고, 이민자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지켜나가겠다는 굳은 다짐을 내비쳤다.
이번 촛불 기도회는 서류미비자들과 피난처 교회들을 위한 단순한 모임을 넘어, 미국 정부의 불의한 이민 정책에 대한 거룩한 분노와 함께, 인권과 연대, 자비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참석자들은 각자의 신념과 믿음을 토대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민자와 난민, 망명자, 이주민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따뜻한 환대와 사랑을 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번 기도회를 계기로, 다양한 종교와 인종, 신분을 초월한 연대의 힘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으며, 미국 내 극단적인 이민정책과 인권 침해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이러한 거룩한 촛불 기도회가 연속적으로 개최되어, 불의에 맞서는 강력한 연대와 함께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가 계속해서 전달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촛불이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