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새롭게 하자" 사울왕정 출범식 길갈 집회 구호였다

오는 10월 29일부터 11월 7일까지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행사는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에서 주최한다.

 

오라 우리가 길갈로 가서 나라를 새롭게 하자 (삼상 11:14)

주제 성경구절로 인용된 '오라 우리가 길갈로 가서 나라를 새롭게 하자'(삼상 11:14)는 '나라를 새롭게 하자'라는 표현에 강조점을 둔 인용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구절의 본래 의미와 현대적 적용에 대해서는 조직위원회 홈페이지(https://rebuild-kc.com/20) 를 둘러 봤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없다.

어떤 의미에서 이 성경 구절을 주제 성구로 정했는지 궁금했다.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성경 구절을 인용하려면, 무엇인가를 주장하기 위해 언급하려면, 최소한 그 성경 구절이 본래 담고 있는 뜻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성경을 펼쳤다. 사무엘상 11장이다.

12 백성이 사무엘에게 이르되, "'사울이 어찌 우리를 다스리겠느냐?' 한 자가 누구니이까? 그들을 끌어내소서! 우리가 죽이겠나이다."
13 사울이 이르되, "이 날에는 사람을 죽이지 못하리니, 여호와께서 오늘 이스라엘 중에 구원을 베푸셨음이니라."
14 사무엘이 백성에게 이르되, "오라 우리가 길갈로 가서, 나라를 새롭게 하자!"
15 모든 백성이 길갈로 가서, 거기서, 여호와 앞에서, 사울을 왕으로 삼고, 길갈에서 여호와 앞에 화목제를 드리고, 사울과 이스라엘 모든 사람이, 거기서 크게 기뻐하니라.

위에서 볼 수 있듯이, 길갈 집회는 사울 왕 위임식과 사울 왕정 출범식이었다. 이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서 조금 수고를 하자. 사무엘상 10장에서는 사울이 왕으로 세워지고, 11장에서는 암몬과의 전쟁을 통해 왕으로서 입지를 굳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10:1-16절에서는 사무엘이 기름을 부어 사울을 왕으로 세우는 장면이, 17-27절에서는 군중 집회에서 사울을 왕으로 세우는 장면이 서술된다. 11:1-11절은 사울이 암몬을 크게 무찔러 왕으로서의 입지가 굳어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위의 11:12-15 본문은 10장 27절과 연결되어 읽을 수 있다. 

10:27 어떤 불량배는 이르되, "이 사람이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겠느냐?" 하고 멸시하며, 예물을 바치지 아니하였으나, 그는 잠잠하였더라.

이런 맥락에서 오라 우리가 길갈로 가서 나라를 새롭게 하자는 사무엘의 말이 담긴 성경 구절을 읽어 보자. 사울이 왕이 되는 것에 부정적이던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을 본 사무엘의 대응이 담겨 있다. "오라 우리가 길갈로 가서, 나라를 새롭게 하자!"라는 말은 단순한 뜻을 담고 있다. 사울을 왕으로 세워 사울 왕이 다스리는 나라를 본격적으로 출범시키자는 뜻일 뿐이다.

 

 

"나라를 새롭게 하자", 사울 왕정 출범식 구호

어떤 이가 떠올리는 "나라를 새롭게 하자!"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성경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고, 가정과 국가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이 함께 모이는 이번 연합예배와 기도회를 통해 우리나라가 제2의 기족을 경험하는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자는 그런 기대와 어떤 작은 연결점도 없다. 길갈 집회는 본격적인 이스라엘 왕정 시대의 출범식 현장이었다. 그 집회와 "건강한 가정 거룩한 나라"라는 구호와도 연결점이 없다.

이것은 뚜렷하게 성경 구절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이다. 성경 구절을 인용할 때, 그 구절의 본래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무엘상 11장을 보면, 사울이 왕으로서 첫 전투에서 승리한 뒤 사무엘이 백성에게 사울을 왕으로 공식화하자는 제안이 담겨 있다. '나라를 새롭게 하자'는 표현은 사울을 왕으로 세우고 이스라엘의 왕정 시대를 시작하자는 의미였다.

따라서 이 구절을 현대적 정치적 구호와 연결 짓는 것은 성경 본문을 오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성경의 맥락과 본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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