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RI 조사 결과
상당수 미국 기독교인 권위주의와 깊게 연관
[미주 뉴스앤조이=마이클 오 기자] 미국 기독교 국가주의 성향을 보인 교인은 권위주의적인 성향 또한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권위주의는 전체주의나 파시즘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성향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또한 혐오와 배제를 기반으로 폭력적인 행동을 취할 위험도 높다. 기독교 국가주의가 권위주의와 합쳐져 비극을 만들어낸 역사는 흔하고도 선명하다. 나치 정권하에 상당수 독일 교회와 기독교인이 보여준 국가주의적 성향이 만들어낸 비극이 대표적인 예다.
여론조사 기관 는 지난 9월 10일 “One Leader Under God: The Connection Between Authoritarianism and Christian Nationalism in America”를 발표했다. 미국인 정치 및 종교 성향 조사 및 분석으로 특히 권위주의와 기독교 국가주의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한 자료다.
는 두 가지 기준을 통해 미국인의 권위주의적 성향과 기독교 국가주의와 상관관계를 측정했다. ‘우익 성향 권위주의 척도(Right-Wing Authoritarianism Scale, 이하 RWAS)’는 파시즘적 세계관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나타내는 지수다. '권위주의적 양육 척도 (Child-Rearing Authoritarianism Scale, 이하 CRAS)는 수구적 정치 성향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지만, 민주주의나 인종 및 성평등 등의 이슈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기독교인 특히 전체주의적 성향 높아
이번 조사는 전체주의적 성향이 미국인 주류 흐름은 아니라고 밝혔다. 미국인 43%가 비교적 높은 RWAS 지수를 보였고, CRAS는 41%만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와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과 주일 예배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응답자는 특히 높은 RWAS 수치(67%)를 보였다. 특히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64%)는 다른 인종 기독교인보다 약 10%가량 더 높은 RWAS를 기록했다.
CRAS는 흑인 기독교인이 특히 높은 수치(57%)를 나타냈다. 이는 다른 유색인종 기독교인(55%)과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54%) 그리고 주일 예배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기독교인(51%)의 비율을 상회하는 결과다.
기독교 국가주의와 권위주의
기독교 국가주의 역시 미국인 대다수의 경향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 국가주의를 적극 수용하거나(10%)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20%) 밝힌 응답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독교 국가주의를 옹호(‘적극 수용’ 혹은 ‘어느 정도 동의’)하는 이들은 매우 높은 권위주의적 성향을 보였다. (RWAS 74%, CRAS 61%) 이러한 수치는 기독교 국가주의에 대해 일정 거리를 두거나(30%) 거부하는 (31%) 이들의 응답 결과에 두 배가 넘는다.
또한 높은 RWAS 지수를 보인 응답자 가운데 상당수가 기독교 국가주의를 옹호(51%)하거나 CRAS 지수가 높은(56%)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RWAS 지수가 적은 응답자 중 기독교 국가주의를 옹호하는 비율은 7%로 미미한 수준이다.
CRAS를 기준으로 볼 때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CRAS 수치가 높은 응답자 중 44%는 기독교 국가주의를 옹호하며 59%는 RWAS도 높은(59%)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CRAS 지수가 낮은 응답자 중 14%만이 기독교 국가주의를 옹호하고 25%만이 RWAS가 높은 수치를 보였다.
기독교 국가주의와 폭력성
대부분 미국인이 2021년 1월 6일 미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을 불법적인 행위로 인식하고 있지만, 기독교 국가주의와 권위주의를 옹호하는 이들 상당수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국회의사당 습격으로 인해 체포된 사람들이 정부에 의해 포로로 잡혀있는 상태라고 인식하는 한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성향을 보이는 기독교 국가주의자는 44%로 나타났고, RWAS와 CRAS에 높은 수치를 기록한 이들도 각각 38%와 28%가 있었다.
이들은 또한 법과 규칙을 어기면서까지도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보였다. RWAS와 CRAS에 높은 수치를 기록한 응답자 중 각각 59%와 44%, 기독교 국가주의를 옹호하는 이들 중 55%가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
또한 기독교 국가주의자 중 33%는 ‘진정한 애국자라면 국가를 구하기 위해 폭력을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응답도 했다.
“종교가 사악해질 때”
종교학자 찰스 킴볼의 책 “종교가 사악해질 때”는 현재 미국 기독교 국가주의 현상을 매우 불길하게 느끼게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종교가 타락하고 폭력과 비극의 원인이 될 때 나타나는 경향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절대적인 진리 주장’, ‘맹목적인 복종’, ‘이상적인’ 시대 확립,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일’, ‘성전 선포’ 등이다.
이런 경향은 현재 기독교 국가주의와 권위주의가 공통으로 내놓는 주장과 유사하다. 특히 지도자나 국가 이념 혹은 신념에 대한 맹목적 복종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폭력의 필요성 등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국가주의적 기독교 문제는 결국 권력과의 유착 혹은 근친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국가 권력을 수단으로 종교적 신념을 수호하거나 확장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과 현상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교회가 때로 불의한 국가 권력을 묵인하고 오히려 정권의 수호자로 자청하는 상황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날 서북청년단과 교회와의 연관성이나 전광훈을 대표로 하는 극우기독교 정치 집단의 행태는 뒤틀린 기독교 신앙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가 평화와 타자를 향해 열린 종교라는 점을 깊이 기억해야 할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