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하나님 말씀인가?: 세미한 소리에 귀 기울이기, 재클린 E. 랩슬리, 도서출판 100

뜻밖에 마주하게 된 책에서, 낯설지 않은 그러나 흔하지 않은 목소리, 나의 시선을 열어주는 글과 말을 마주할 때의 기분은, 좋다.
 

 

책을 잡고 시선을 열며

필자는 개인적으로 성경 본문 속에서 느끼는 여성의 침묵이 오히려 더 그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경의 묘사가 특정 시대의 특정 현실을 지지하고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건을 서술하지만, 분명한 가치 평가가 담겨 있지 않은 분문이 적지 않다. 이것은 하나의 '여백'이다. 이 여백은 그 이야기를 읽는이, 듣는이로 하여금, 특정 사건과 주제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비판적으로 반응하도록 열어둔 창이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필자의 시선이 낯설지 않은 책을 마주했다. [이것도 하나님의 말씀인가]이다. 원제는 Whispering the Word: Hearing Women’s Stories in the Old Testament로, 2005년에 나왔다. 저자 재클린 E. 랩슬리의 이 책은 성경 이야기(내러티브)를 어떻게 이야기답게 읽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재클린 E. 랩슬리, 그는 성경을 어떻게 읽고 있나?

"내러이터는 독자가 비판적 시선으로 레위인의 행동을 평가하도록 교묘하게 유도하고 있다. ... 왜냐하면 이 이야기의 힘은 명명백백한 윤리적 정답이 아니라, 독자들의 도덕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량에 있기 때문이다. 내러이터의 설명은 독자가 손쉽고 재빠르게 판단하도록 부추기지 않고, 인간의 동시와 관계의 복잡성, 인간 본성의 신비를 숙고하도록 흔들어 놓고 있다."

 

 

그는 "여성의 말을 경청하기, 내러이터의 관점에 주목하기, 본문의 세계관에 주목하기 등의 세가지 읽기 전략을 통해 성경 속 여성의 이야기를 읽어 나간다. 저자는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관하여 이렇게저렇게 말과 글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책에 담긴 몇 가지 본문 다시 읽기를 다시 짚어본다. 예를 들면, 사사기 19-21장을 이렇게 바라보도록 돕는다. 저자는 사사기 19-21장의 침묵을 강요당한 레위인의 첩. 보쌈 당한 야베스 길르앗 여인들, 실로 여인들의 목소리를 재구성한다. "이 강간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폭행당한 여성의 눈을 통해 전달된 공포를 통해 남성들의 전쟁은 비판과 판단을 받게 된다."

창세기 31장 35절에 담긴 라헬의 소리에 주목한다. 라헬이 "마침 여자의 길이 있어 당신 앞에서 일어날 수 없사오니 내 주는 노하지 마소서"라는 라헬의 말을 풀이한다. "야곱과 라반에게는 허용되는 사법적 해결의 관습이 그녀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사회 구조를 비판함으로써, 라헬은 자기 야망의 강도와 자기 표현을 욕망하는 힘을 순간적으로 드러낸다."고 서술한다.

저자는 출애굽기 1-4장의 미리암과 산모 십브라와 부아, 파라오의 딸 같은 이름 없는 여인들, 미디안 제사장의 딸 십보라와 이름없이 등장하는 딸 등을 언급한다. "출애굽기 앞부분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은 압도적인 폭력의 위협에 맞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위험을 무릎쓰고 간계와 속임수를 동원하여 행동"한다고 풀이한다. 룻과 나오미 등의 이야기를 필자의 말로 바꾼다면, 그들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것 같다.

그는 독자와 더불어, 그가 제시하는 세가지 읽기 전략으로 성경 속 여성 이야기의 대표격인 룻기를 입체적으로 읽어간다. 룻기를 룻과 보아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오미의 말을 심각하게 듣는 식으로 읽어 간다. 그는 "욥기라는 렌즈를 통해 나오미 이야기를 본다면 나오미에 관해서, 그리고 룻기 전반에 관해서 새로운 사고 방식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한다. 욥기와 룻기를 비교하는 것은 신선하다.

 

그렇다면 나의 성경읽기에 무엇을 응용할까?

필자는, [이것도 하나님의 말씀인가] 에 담긴 재클린 E. 랩슬리의 성경 읽기, 그의 글쓰기가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 아니 주목하지도 떠올려 보지도 않았던 성경 속 여인들의 소리가 희미하지만 더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의 글이 쉽게 읽혀지지는 않는다. 적지 않은 학자와 그들의 해석, 관점 등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와 더불어 성경 속 이야기, 성경 속 여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때 얻는 유익은 적지 않다. 이 책은 "본문이 속삭이고 있는 말씀을 듣기 위해 우리의 귀를, 우리의 주의력을 조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의 시선을 따라 성경을 읽는다면, 뻔하게 생각하던 익숙한 본문이 순간 넟설게 다가올 것이다. 그 낯설음 속에서, 들리지 않던, 듣지 못하던, 들으려 하지 않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진입장벽 또는 걸림돌이 있기는 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성경을 규정하는 특징인 가부장제 중심성은 상당히 획일적이고 뻔한 결과로 이어지며 부정적인 의미 외에는 성경을 신학적으로 성찰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묵음 처리된 성경 속 여성의 세미한 소리가 들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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