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 Hope’ 전시, 뉴욕 UN에서 열려… 분단과 갈등을 넘어 세계를 잇는 작은 손길
전 세계 분쟁과 폭력, 분단의 현실 속에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그림이 유엔 본부에 도착했다. ‘Drawing Hope Art Exhibit(드로잉 호프 전시)’가 UN 창설 80주년을 맞아 뉴욕 UN 본부 대표단 입구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한국과 북한을 비롯해 일본, 미국, 아일랜드,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캄보디아, 콜롬비아 등 총 8개의 국가·지역에서 참여한 12개 파트너 기관이 공동으로 준비한 것이다. 전시에는 각국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자화상과 미래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가 함께 소개된다.
Drawing Hope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글로벌 규모였던 것이 아니다. 그 시작은 한반도의 분단이라는 현실 속에서 남과 북 어린이들의 그림 교류였다. 국경을 넘지 못하는 아이들이지만, 그림과 편지를 통해 “나는 여기 있어요.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라고 손을 내밀며 시작되었다.
'어린이어깨동무'(한국)의 김윤선 총괄대표는 “아이들은 그림을 통해 어른들이 쌓아 올린 벽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인사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전시는 세월이 지나며 규모와 의미가 확장되었다. 일본, 카리브 지역, 아프리카, 남미 등 갈등·폭력, 역사적 트라우마를 경험한 지역 단체들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참여 단체는 12곳으로 늘었고, 어린이들의 그림은 하나의 예술 교류를 넘어 국제적 평화 연대 플랫폼이 되었다.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예술은 치유이며, 연결이며, 희망이라는 것.
콜롬비아 단체 Proyecto El NIDO의 레이디 아기레 디렉터는 “예술은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고립을 연결로 바꾸는 언어입니다 이 전시는 존엄성이 회복되는 공동체의 모습입니다.”라고 말했고 캄보디아 Peace Gallery 측은 예술이 청소년들의 자기표현을 가능케 한다며 “예술은 청소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갈등을 희망으로 전환하는 힘을 줍니다.” 희망을 얘기 했다.
또 일본·한반도 어린이 교류전 운영위원회는 “그림이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히며 “아이들의 그림은 평화를 향한 희망을 줍니다.”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미국 퀘이커 단체인 AFSC(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와 한국의 어깨동무 어린이가 공동 주관한다. AFSC는 1920년대부터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약자를 위한 평화운동을 펼쳐온 단체이며 이번 전시 역시 “정의로운 평화(peace with justice)”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기획됐다.
AFSC의 DPRK 프로그램 디렉터 제니퍼 다이버트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세대와 지역을 넘어 우리에게 희망을 세웁니다.” 희망을 말했다.
미국의 평화·화해 단체 ReconciliAsian의 공동 설립자 Sue Park-Hur는 “이번 전시는 아이들이 꿈꾸는 연결되고 평화로운 세상을 우리도 함께 듣고 마음으로 공감하게 합니다. 이는 대화와 참여를 통해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폭력으로 상처받은 세계 속에서 UN이 창립될 때 세운 핵심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라고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UN 대표부에서 활동하는 퀘이커 UN 오피스의 Sarah Clarke는 전시의 의미를 UN의 역사적 맥락과 연결하며 “강대국들이 대화와 국제협력을 외면하는 시대에 아이들은 UN의 본래 정신을 다시 상기시킵니다.”고 설명했다.
Clarke는 오늘날 세계가 다시 힘과 경쟁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하며, 아이들의 그림이 오히려 “UN이 왜 존재하는지”를 보여준다며 강조했다.
전시는 UN 본부 건물 내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인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는 없다. 그러나 11월 12일 정오(12:00)부터 오후 2시까지 UN Church Center에서 일반 공개 라운드테이블 프로그램이 열린다. 행사에는 ReconciliAsian, Proyecto El NIDO, Peace Gallery, Quaker UN Office 등 참여 단체들의 활동가들이 발표자와 패널로 참여해 각 지역의 갈등 상황과 예술 활동의 의미를 공유한다.
이 포럼은 오프라인 참석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참가가 가능해, 전 세계 누구나 접속해 어린이들의 평화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Drawing Hope 전시는 거창한 정치적 해결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서로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한 어린이가 그린 그림 속 자기 얼굴 아래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나는 너의 친구가 되고 싶어.”
분단과 전쟁, 폭력과 빈곤이 지배하는 영역을 가르는 것은 힘이 아니라, 연결을 향한 마음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고 있는 듯하다.
전시 관계자의 말처럼, 이 프로젝트는 “단지 예술의 순간이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는 과정”이다. 어린이들의 작은 손이 건네는 종이 한 장의 그림이 어쩌면 어른들이 이루지 못한 평화의 첫 장이 될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그림은 평화를 상상하는 미래의 언어다.”
Drawing Hope 희망을 그리는 아이들의 손 아래,
UN의 차가운 회색 벽이 잠시 따뜻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