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윤아·송민, ‘편스토랑’에서 ‘밀알의 밤’으로

 무대에 오른 오윤아 씨는 먼저 분위기를 풀며 “연습한 대로 잘 돼서 다행이에요”라고 인사했다. 이어 “아들이 무대에 한 번 올라가면 잘 안 내려오거든요”라며 웃음을 보탰다. 10월 6일 LA 오렌지카운티에서 남가주밀알선교단(단장 이종희 목사)이 주최한 ‘밀알의 밤’에서 그녀의 간증은 화려한 수사나 과장된 감정 대 일상의 언어로 스며든 하나님의 손길을 조용히 증언했다.

'돌보심'이란 주제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서 그녀는 자신의 삶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되짚었다. 가난과 상처로 얼룩진 성장기, 사람 때문에 믿음을 잃었던 청춘의 시절, 그리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들 송민이를 키우며 지나온 절망과 회복의 시간들. 그러나 그것은 개인사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님이 제 삶에 어떻게 ‘돌보심’으로 개입하셨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길고도 담담한 대답이었다.

어린 시절의 그녀는 교회와 가까웠다. 어머니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구역예배를 섬기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 나서는 신실한 분이었다. 그 신앙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균열을 맞았다. 신뢰하던 교회 집사 부부의 공사 사기로 가정이 빚더미에 올랐고, 어머니는 깊은 상처 끝에 교회를 떠났다. 가족은 달동네와 지하방을 전전했다. 그 시기를 떠올리며 그는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주님이 없으니 기쁨이 스며들 자리가 없었다.” 교회가 관계망의 장으로 변질되고 사람을 의지하던 신앙이 무너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기다리고 계셨다. 어느 날, 일터로 향하던 길에 어머니의 눈에 십자가가 들어왔다.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15년 만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주님을 찾지 않았습니다.” 회개의 그 순간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는 “삶의 조건이 단숨에 바뀐 것이 아니라 관계의 방향이 하나님께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무너진 가정은 다시 일어섰고, 그는 배우로 데뷔하며 새로운 길을 걸었다.

간증의 중심에는 아들 송민이 있었다. 진단조차 모호했던 유년기, 예고 없이 폭발하는 돌발행동, 지치지 않는 병원 순례, 무너지는 일상과 곁눈질하는 시선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어요. 아무리 애를 써도 변하지 않았고, 저는 점점 망가졌죠.” 그는 그렇게 말했다.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그의 기도는 오랫동안 한 문장에 머물렀다. “하나님, 제발 고쳐 주세요.” 그러나 응답은 더뎠고 밤마다 눈물은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 밤, 송민을 끌어안은 채 무너져 울던 그는 기도의 문장을 바꾸었다. “하나님, 제 아이를 고쳐 주시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만 제가 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 순간, 마음의 매듭이 풀리듯 평안이 스며들었다. 하나님은 상황을 즉시 바꾸지 않으셨지만, 사랑을 견디는 힘을 주셨다. 그때부터 그의 돌봄은 ‘치료’의 강박에서 ‘동행’의 약속으로 방향을 돌렸다.

기적은 말의 한 음절로 찾아왔다. 여행길 공항, 송민의 입에서 처음으로 흘러나온 한 마디 “엄마.” 그 한 음절이 수년의 어둠을 갈랐다. 그는 그 순간을 회상하며 “모든 고통이 녹아내렸다.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돌봄의 성과를 ‘고쳐짐’으로만 재단해 온 마음이 사랑의 지속이 만들어 내는 회복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 순간이었다.

KBS 예능 ‘편스토랑’에 아들 송민 군과 함께 출연한 배우 오윤아. 꾸밈없는 일상을 통해 시청자들의 큰 공감과 위로를 이끌었고, 특히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KBS 예능 ‘편스토랑’에 아들 송민 군과 함께 출연한 배우 오윤아. 꾸밈없는 일상을 통해 시청자들의 큰 공감과 위로를 이끌었고, 특히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후 KBS 제작진으로부터 예능 프로그램 출연 제안이 왔다. 그는 망설였다. 카메라 앞에서의 불안, 준비되지 않은 일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실제 촬영 당일에도 상황은 쉽지 않았다. 울음과 괴성, 뒤엉킨 동선…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은 다른 표정을 담았다. 송민이 스스로 밥상 앞에 앉아 밥을 먹고, 이를 닦고, 놀이터를 달리는 장면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방송이 나간 뒤 돌아온 것은 시청률 그래프가 아니라 수많은 메시지였다. “너무 많이 위로받았다”. “우리도 용기를 냈다”, “혼자가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특히 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고백이 게시판을 가득 채웠다. 그는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사람들이 ‘오윤아가 아이를 공개했다’고 말하지만, 그건 노출이 아니라 하나님이 여신 위로의 통로였다”는 사실을 화면 속 작은 몸짓들이 누군가의 밤을 견디게 하는 공적 위로가 되었음을.

이 깨달음은 ‘밀알의 밤’ 무대의 정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그녀 말한 돌봄은 교리의 문장이 아니라 생활의 문장이었다. “밥 먹자”, “이제 내려가요” 사소한 말들 사이로 하나님의 개입이 보였다. 돌봄은 기술이 아니라 방향이며, 해결보다 곁에 있음이 먼저다. 그는 고백했다. “민이를 통해 배운 건 인내가 아니에요. 사랑이에요. 하나님이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듯 저도 이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어요.” 돌봄의 품격은 고급 어휘에서 나오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의 지속성 그 한 가지에서 나온다.

그녀의 이야기는 결국 품격의 근원을 향해 수렴한다. 품격은 삶의 속도와 방향에서 결정된다. 낮은 자리에서 같은 속도로 걸어주고 넘어진 자리에서 하나님의 손을 다시 붙잡는 결심, 그리고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끈기 그것이 품격이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고백은 품격의 정의이기도 하다. “눈 감는 그 순간까지 하나님의 손을 놓지 않겠다. 그 이후의 일은 하나님이 하실 일이다.” 책임과 신뢰의 경계를 선명히 긋는 이 고백은, 돌봄을 무한책임의 굴레가 아니라 동행의 약속으로 바꿔 놓는다.

이날 간증은 한 가족의 사연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이야기로 확장됐다. 사람 때문에 흔들렸던 믿음이 하나님으로 다시 세워졌고, 문제 해결에 매달리던 조급함은 오래 품는 인내로 전환됐다. 돌봄은 더 이상 ‘특정 가정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 일상의 자리로 초대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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