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적 무지와 정치적 오용… 교회 언어 왜곡 우려
버지니아 소재 워싱톤서울장로교회가 9월 21일 주일예배에서 보수 정치인 찰리 커크(Charlie Kirk)를 ‘순교자’로 평가하며, 그가 한국에서 전한 대담 영상을 상영했다. 한상인 목사는 커크가 유타 총격 사건으로 사망하기 며칠 전 한국 집회에서 남긴 발언을 “순교자의 마지막 메시지”로 소개했다.
그러나 기독교 전통에서 순교는 신앙 때문에 직접적인 박해나 살해를 당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개념이다. 커크의 죽음은 현재까지 ‘우발적 총격 사건’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앙 박해와의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자가 이를 ‘순교’로 규정하는 것은 언어의 왜곡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상인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에서 기독교와 문화를 전공했으며 미국 유학을 통해 다문화 사회 관련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2020년부터는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라고 서울장로교회 웹사이트에 쓰여있다. 문화와 신학을 연구한 교수가 ‘순교’라는 개념조차 분별하지 못한채 정치적 언어로 소비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교회 예배 현장에서 특정 정치인의 죽음을 ‘순교’로 포장하는 것은 신앙의 본질을 흐리고 교회를 정치적 진영 논리에 종속시키는 위험한 행위다. 더 나아가 이는 회중에게 순교의 의미를 왜곡해 전달함으로써 신학 교육자로서의 책임을 저버린 셈이 된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폭력은 누구에게도 있어서는 안 되며 특히 정치적 목적의 테러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교회가 이를 명확히 선포하기는커녕 오히려 불분명한 죽음을 ‘순교’로 규정하는 것은 신앙 공동체의 도덕적 기준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사례는 교회가 “진리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예배를 포장하면서 정작 순교라는 언어의 신학적 무게를 가볍게 소비한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