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형석 관장 역사 강의 수강했던 하나세교회 박성철 목사
오는 15일 광복 제80주년을 앞두고 김형석 독립기념관 관장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먼저 지난 8일 오전 60여 개 민주·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역사바로세우기 K-장정 국민운동'(아래 국민운동)이 김 관장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서 지난달엔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역위원회를 중심으로 독립기념관 앞에서 김 관장 퇴진 시위가 열리는 중이다.
이렇게 시민 사회단체가 김 관장 퇴진을 촉구하는 이유는 그가 친일 뉴라이트 성향으로 독립기념관 설립 운영 취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독립기념관법은 제1조에 설치 목적을 “외침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 온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와 국가 발전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존·전시·조사·연구함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투철한 민족정신을 북돋우며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법령이 무색하게 김 관장은 취임 전 면접에서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이 어디냐는 질문에 '일본'이라고 답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더구나 이 발언에 대해 김 관장이 자신의 학자적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자 논란은 증폭되기에 이른다.
이 같은 논란의 와중에 기자는 김 관장이 학자적 양심을 거리낌 없이 저버렸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증언의 주인공은 하나세교회 박성철 목사. 박 목사는 보수 장로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교단 소속 목사로 목회 활동 중이다. 박 목사는 지난 2020년 12월 <종교중독과 기독교 파시즘>을 내며 한국교회의 반사회적 현상을 진단하기도 했다.
박 목사는 지난 1991년 교단 신학교인 총신대에 입학했다. 박 목사는 이 학교에서 두 번의 학기 동안 김 관장의 강의를 수강했다. 당시 김 관장은 이 학교 역사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그런데 박 목사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 목사의 말이다.
"총신대에서 92년과 93년, 김 관장 강의를 들었다. 김 관장은 '기독교와 독립운동'을 주제로 강의했는데, 무척 신선했다. 김 관장 이전 현대교회사는 일제하 신사참배를 논의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조선예수교장로회는 1938년 제27회 총회 결의를 통해 신사참배를 결의했다 – 글쓴이)
하지만 김 관장은 기독교 관점에서 3.1운동과 독립운동사를 다뤘다. 성향도 무척 민족주의적이었다. 그가 강의한 문헌 역시 파격적이었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쓴 '기독교와 3.1운동'을 강의교재로 사용했는데, 자료 내용과 범위가 포괄적이었다."
민족주의 강의하던 김형석, 살 길 찾아 뉴라이트 전향?
총신대 졸업 후 박 목사는 목회자의 길을 갔다. 그러던 차 박 목사는 김 관장이 달라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박 목사는 김 관장이 시류에 편승한 것 같다고 보았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김 관장이 완전히 돌변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의 강의를 수강했고,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다. 마침 그 시절은 뉴라이트가 힘을 얻던 시절이었다.
보수 대형교회는 뉴라이트를 전폭 지원했다.(뉴라이트에 앞장선 이는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였다 - 글쓴이)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김 관장은 개신교 교회의 틀 안에서 활동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개신교 교회는 보수적이고 근본주의·극우주의가 팽배하다. 역으로 말하면 진보적 담론만으로 발붙이기 어려운 환경이다. 결국 김 관장이 뉴라이트가 부상하던 시기, 기존 담론을 버리고 현실과 타협을 선택했다는 판단이다."
앞서 적었듯 김 관장은 독립기념관 임명 당시부터 뉴라이트 성향으로 자질시비에 시달렸다. 하지만 김 관장은 지난 7일 <오마이뉴스>에 "공공기관장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근무하는 것이 공직자의 올바른 자세"라며 사퇴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 5월 김 관장은 거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부여 받은 임기 동안 독립기념관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었다. 김 관장은 이 같은 기존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목사는 "독립기념관 관장은 안 될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관장은 독립기념관에 있어선 안 되는 사람이다. 다른 분야 기관장도 맡아서도 안 된다. 김 관장은 2000년대 초반 시류에 편승해 전향한 인물이다. 전향하면서 학자로서 뚜렷한 논리를 내세운 것도 아니다. 그저 이해관계에 따라 변절했을 뿐이다.
변절 이후 그는 20년 넘게 독립운동이 갖는 역사적 가치를 부인해왔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독립기념관 관장을 맡을 수 있나? 독일에서 나치를 찬양하던 자가 역사 관련 국책기관의 기관장으로 임명된다면, 주변국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실제 김 관장은 임명 당시 뉴라이트 논란이 일자 "뉴라이트가 아니다"고 강변했었다. "이해관계에 따라 학자적 양심을 저버렸다"는 박 목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광복절을 맞아 독립기념관에선 기념식이 열린다. 하지만 김 관장이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기념식의 의미는 퇴색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역위와 천안민주단체연대회의는 김 관장 퇴진 촉구 범시민결의대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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